의학과 주술

by 심지훈

조지 소로스는 극단의 별명 2개를 동시에 소유한 인물로 유명하다. 누구는 그를 ‘세계적 투기꾼’이라 부르고 누구는 ‘세계적 펀드매니저’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IMF의 원흉으로 적시되 ‘1류 투기꾼’으로 별칭되기도 한다. 이랬든 저랬든 조지 소로스는 걸출한 세계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본주의 시대 더 없이 우대받는 거부(巨富)이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을 귀신같이 읽어 갑부가 된 그는 26년 전에 자신의 성공비결로 3가지를 꼽은 일이 있다. 상상력, 통찰력, 비판적 태도이다. 그는 특히 비판적 태도에 대해 강조했는데 “모든 이론에는 본질적인 결함이 있으므로 항상 비판을 통해 이를 수정해야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면서였다.


아내가 지난해말 라온이 어린이집 운동회에 참가했다가 왼무릎 반월상연골 바깥쪽 뒤가 파열됐다. 지금까지 병원 7곳을 부유하듯 떠다녔다. 수술 소견이 의사마다 조금씩 달랐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양극단의 소견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기어이 서울의 ‘신진 명의’라는 자까지 찾아갔다. 나는 이 젊은 명의라는 자의 소견을 듣고 뜨악하고 말았다. 앞선 6명의 소견까지 덧붙여 조각맞춤한 결과 ‘이놈에 의술이라는 게 과학의 인두겁을 쓴 짐승 같은 주술이 아닌가’ 싶었다. 의사자격증 하나 들고 주술 같은 불확실성에 환자가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이 결국 의사 소견의 전부였다. 어느 누구도 ‘나를 믿고 따라오셔라’를 뱉어주지 않았다.


수술할 필요가 없다부터 수술을 한다면 절제만 한다, 아니다 절제에 봉합까지 해야 한다. 아니, 수술을 할 경우 연골을 다 덜어내고 이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수술을 안하고 참을 만큼 참아봐라.


이 경우 귀하가 환자라면, 귀하가 환자 보호자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수술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명의(名醫)의 허상이랄까 실상이랄까를 나는 엊그제 서울의 젊은 명의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명의란 언론과 영리병원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10분이면 족했다. 2가지 사례를 통해서였다.


1. 수술을 권한다. 봉합과 절제면 되겠다. 그런데 이대로는 수술을 못한다. 3개월간 사용하지 않아 굽어진 다리를 편 뒤에 할 수 있다.


2. 이미 왼쪽 허벅지 근육이 많이 빠진 상태다.


이 두 가지 황당한 말은 1월에 이어 어제 다시 찾은 대전 A병원 의사와의 문진을 통해 확인됐다.


1. 허벅지 근육이 많이 빠졌다고? 그럴 리가. 오른발을 펴보세요. 왼발도 펴보세요. 안 빠졌는데요. 괜찮아요.


2. 수술은 지금도 할 수 있어요. 다리가 굽어 현재로는 수술을 못한다는 말은 저는 이해를 못하겠네요. 그게 무슨 말인지.


명의 말과 대전 A병원 의사 말을 어림잡아 종합하면 이런 거다. 명의 기준으로 집사람은 5개월 간 방치한 상태였다. 촉진을 했음에도 5개월이란 시간과 경직된 무릎을 근거로 허벅지 근육이 많이 빠졌다는 것이다. 일자무식쟁이도 할 수 없는 황당한 얘기를 지껄인 것이다. 만약 아내가 5개월간(5개월이 뭔가 1달만 누워있어도 근육은 금세 빠진다.) 일상생활을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면 멀쩡한 오른쪽 허벅지 근육도 다 빠졌을 테지만, 불편한 다리지만 일상생활을 해왔는데 근육이 급격하게 빠졌다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인가.


경직된 왼무릎을 바르게 편 다음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의 이면은 그래야 재활이 쉽다는 함의가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대전 A병원 의사는 그 점을 짚어주었다. 고통스러워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고, 잠을 못 잘 지경이면 굽어졌다고 해서 수술을 마다할 환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 부위는 조인트(Joint) 부분이라 재활을 통해 다시 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집사람의 경우 반월상연골 자체가 우리 국민 10명 중 2명에 해당하는 기형이라는 게 수술의 걸림돌이 된다. 그 점을 짚은 건 충남대병원 의사와 다른 의사 1명뿐이었다.


충남대병원 의사는 단언했다. “수술을 권하는 의사는 무식해서 그렇다”고. “왜 무식한가?” “대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그렇지.” 그는 “환자의 경우 반월상연골이 태생적으로 기형이라 수술을 한다고 해도 불편함을 느끼고 살 것이다. 환자에게는 정상이 비정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MRI 상으로) 이 상태면 이미 안쪽 연골까지 흐물흐물해져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식까지 갈 수 있다. 내가 신(神)이 아닌 이상 나도 안을 들여다봐야 알겠지만, 이런 경우는 수술을 해봐야 의사도 환자도 보람을 못 느낀다. 환자는 후회하면서 평생 비관하면서 살 수도 있다.”


나는 되물었다. “그럼 무얼해야 하나.” “3개월치 약을 지어주겠다. 관절 영양제와 진통제다. 아프면 진통제를 먹고, 나머지 멀쩡한 뼈는 영양제로 보완해 보자.” “운동은?” “수영과 자전거 정도가 좋다. 3개월마다 추이를 보자.”


우리가 등한시 한 것은 3개월간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이다. 변명하자면 육아와 직장생활로 못한 것이다. 아내는 직장에 마련된 체력단련실에서 실내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스트레칭과 찜질도 해야 한다. 충남대병원 의사는 말했었다. “그러다 보면 아귀가 맞아떨어져 불편 없이 지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켜 봅시다.”


현대의학은 결국 현대주술에 불과한 것이다. 무식한 의사들이 증(證) 하나 가졌다고 너무 많은 것들을 편취하면서 산다 싶다. 차라리 주술사는 인정에 기반하기라도 하지, 기계화된 의사들은 인정머리라고는 없다. 정확하거나 정밀하지도 않으면서 환자에게는 신(神)처럼 군다. 뻣뻣하고 권위적이다.


그나마 자신은 신이 아니라는 담담한 고백과 함께 나름의 소견을 제시한 충남대병원 의사가 인술(仁術)을 펼친 것이리라.


여기까지가 소로스처럼 비판적 태도로 분석한 집사람 상태다.


그렇지만 나의 분석이라는 것도 결국 나의 믿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출 까닭은 없겠다.


나는 이제 용한 한의사를 구한다. 혹 ‘기형 반월상연골 파열’을 치유한 한의사 분을 알고 계신다면 연락 바란다.


아무리 연골이라지만 뼈를 깎고 그 과정에서 멀쩡한 무릎뼈를 건드리는 수술을, 해서 고통을 얼마간 감내해야 하는 건 물론 60쯤이면 퇴행성관절염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하는 상황을 남편으로서 넋 놓고 두고 볼 수는 없다.


우리 몸의 신비는 과학보다 훨씬 위에 있고 동의(東醫)가 적실할 때가 있다. 동의 최고봉은 한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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