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졸업

by 심지훈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라온이 ‘병원 여행’이 올 여름 여행의 끝인가 했더니, 바론이가 같은 병으로 연이어 입원했다. 꼬박 2주간 병원 여행을 다녀와야 했다. 라온이는 601호에서, 바론이는 602호에서 일주일씩을 지냈다. 어쩌다 한번 다녀와야 좋고, 매번 다른 곳을 가야 좋은 것이 여행인데, 도착지가 병원인 데다 그것도 두 번이었으니 여간 지루한 여행이 아니었다.


게다가 여건이 어떻다는 걸 익히 아는 곳으로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 차라리 수행이었다. 묘하게도 초기불교(=남방불교) 서적 3권을 입수한 직후였다. 입원 전날 미얀마 쉐우민센터에서 펴낸 <번뇌 수행의 갈라잡이>를 읽고, 아눌라 스님(=한국 비구니 스님)이 쓴 스리랑카 명상여행 <쏟아지는 햇빛>을 챙겨갔다. 이 책을 나흘 바론이 수발을 들면서 틈틈이 읽었다. 생경한 스리랑카 불교와 수행법을 들려주어 흥미로웠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잘 빠지지 않았다. 이첨저첨 반절 정도 읽었을 뿐이다. 마음이 괴로웠기 때문이리라.


책은 탐진치(貪瞋癡) 즉 삼독심(三毒心)을 빼는 방법, 조건생조건멸 즉 인연법, 육근 즉 눈 귀 코 혀 몸 뜻을 다스리는 법, 무디타 수행 즉 남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 수행을 이야기했지만 내 마음은 평안치 않았다.

이첨저첨 하루하루가 지루하게 흘러갔다. 퇴원을 하루 앞두고 아내와 교대했다. 집에 오니 내내 따라다녔던 두통도 찌릿찌릿했던 오른팔도 한결 나아졌다. 라온이가 따라주는 소주 한잔에 순댓국을 곁들여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상쾌했다. 오전에 바론이가 퇴원했다. 양기를 되찾아왔다. 점심 무렵 형 하교 30분 전 마중을 나갔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형아를 기다렸다. 바론이를 본 라온이도 무척 좋아했다. 바론이는 강아지풀을 형 선물이라며 건넸다. 라온이는 바론이 자전거를 밀어주었다.


다음주가 추석인데 날씨는 한여름 같고 나무들도 여적 초록일색이다. 푸른 나뭇잎들을 보면서, 싱싱한 나뭇잎같은 라온이 바론이를 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아, 드디어 병원 여행 끝이구나, 병원 졸업이구나!’


*라온이 바론이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으로 일주일씩 입원했다. 8월초부터 중고생들 사이에서 대유행했다고 한다. 그것이 초등 고학년생에서 저학년생으로 퍼지고 있다 한다. 바론이가 입원한 날은 병실이 한적했는데 퇴원한 날은 또 만원이다. 추석을 기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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