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투잡러이다.
여기에는 코로나가 한몫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가 없었다면
애초에 투잡을 생각하지도, 유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평일 오후 6시 노트북을 덮으면
보통 7시에 시작하는 요가수업을 2~3개 할 수 있다.
그리고 주말 수업까지 진행했다.
회사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고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지 않느냐고 물었다.
만약에 돈을 벌기 위한 것이거나
미래의 목표달성을 위한 커리어 쌓기 등
행위 이외의 다른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요가 수업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길에서, TV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만 봐도 수업 시퀀스가 생각났다.
책을 읽어도, 여행을 가도, 잠을 자려고 누워도
온통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이 생각뿐이었다.
좋은 수업이 있다면 등록해서 직접 수련해 보고
교육이나 워크숍 등으로
요가 수업으로 버는 돈의 10배도 넘게 지불했다.
(아, 요가강사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입니다..
자기가 정해놓은 어느 정도의 금액을 달성하는 것은 할 수 있어도
절대로 많이 벌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도 나중에 써볼게요.)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해야지"의 투두리스트만 지워가던 내가
처음으로 "~하고 싶어"로 끝나는 문장을 삐뚤빼뚤 써내려 갔다.
투잡러 조언 1.
그 일 자체가 목적이자 기쁨이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투잡 상태'가 아니라 진정한 '투잡러'가 될 수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수업을 한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음날 아침 9시 회사 노트북을 켜고 로그인을 하면
요가원에서의 일은 자연스럽게 잊혔다.
언제나 만족스러울 순 없다.
때로 골몰해서 개선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그냥 흘려보내야 하는 것들도 있더라.
투잡러는 그게 자동으로 된다.
때로 문제는 크게 보면 큰 문제가 되고
작게 보면 작은 문제로 끝나기도 하더라.
골치 아프고 답답한 회사일
매트 위에서 수카아사나로 마주 보고 앉아
"오늘 수업 시작하겠습니다."를 말하고 나면
별일 아닌 것들이 되었다.
나라는 사람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 여러 개이므로
그 일은 단지 하나의 기둥에서 생긴 균열에 불과할 뿐
전체가 흔들리지 않았다.
어찌 보면 양쪽 어디서도 완벽하지 않아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마치 한 발은 물속에 한 발은 땅을 딛고 있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
하지만 물속에 담근 발은
땅 위를 딛은 발이 있어야 안전할 수 있고,
땅을 밟은 발은 물속에 있는 발로 인해 쉼이 가능하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나의 그런 상태가 변명으로 사용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주변인이 '쟤는 투잡이잖아'라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절대 안 된다.
그것은 더 이상 물도, 땅도 아닌
한 데 뒤엉킨 진창일 뿐이다.
이때 도구나 환경을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노트북은 회사 업무를 하는 데
아이패드는 요가수업을 준비하는 데 사용했다.
입식 책상에 앉아서는 회사 업무만 했고
좌식 테이블에 앉아서는 요가 관련 업무만 봤다.
이렇게 두 영역 간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투잡러 조언 2.
n개의 영역에서 프로로 평가받으려면 절대 한 데 섞지 말 것.
투잡러로의 삶이 어느 정도 세팅이 되자
나의 부지런함에 취하게 되었다.
하루 24시간, 1주일의 타임테이블이 빼곡했고,
몇 분도 허투로 사용하지 않았다.
병원 대기 시간 5분
머리 커트하는 20분 동안에도 늘
노트북이나 패드를 펼치고 바삐 들여다봤다.
걸음걸이도 빨라지고, 음식을 먹는 속도도 급해졌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바쁠 일이 아니었는데도,
그때는 어떤 일이든 지금 바로바로 쳐내지 않으면
나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과부하가 생겨서 일정에 지장이 생길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한두 시간의 짬도 만들기 어려운 스케줄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고
거기서 생긴 초조함과 불안이었던 것 같다.
동료들과의 티타임
친구들과의 수다 떠는 시간
가족과의 느긋한 저녁식사 시간에 야박해졌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무엇을, 왜 하는지도 모른 채 관성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 같았다.
이것은 내가 선택한 두 업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회사와 요가강사 둘 다 시간에 제약이 있다.
회사는 재택근무로 공간에 대한 제약은 사라졌지만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주 40시간을 차지한다.
요가 수업은 공간과 시간에 대한 제약이 매우 강하다.
나의 투잡 구조는 태생적으로 나의 24시간을 구속한다.
평일 수업을 중단했다.
너무 아쉬웠다.
그렇지만 이 상태를 반복하는 것은 어떤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바쁘게 살려고 투잡을 하는 건 아니니까,
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더 나은 방식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투잡러 조언 3.
투잡러가 된 이유와 목적을 재점검할 것
- 어떤 상황, 목적에서든 투잡을 고려하거나, 하고 계신 분들의 용기와 부지런함을, 삶에 대한 열정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