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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 Mar 06. 2023

PT 받는 요가강사


2019년 첫 요가강사자격증을 취득하고, 가능한 많은 수업을 했다.

거리가 좀 멀어도, 한 시간 수업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회원님들과 수업을 하다 보니 소위 실전경험이 쌓여갔다.

'어디 얼마나 하나 보자'라는 시선을 거두고 

'나마스떼'로 합장하며 수업을 마무리할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다.

오늘 너무 좋았다고, 일주일 동안 기다렸다고 해주시는 말씀들이 좋아서

수업을 할 수 있다면 어디든 매트 위에 맨발로 섰다.


그때는 아사나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수업이 끝나면 머리서기나 바카아사나, 드롭백 컴업 등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물어오셨다.

(최근에는 아사나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고, 통증이나 몸의 불편함에 대한 질문을 주로 받는다.

막연히 사람들의 관심사가 참 많이 변했구나..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 내 수업이 아사나 위주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지만 어려워하는 아사나들은 주로

특정 부위가 아니라 몸 전체의 균형이 필요한 동작들이다.

가령 암발란스라고 해서 팔의 힘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등과 허리 등 다양한 곳의 쓰임이 요구된다.


그래서 몸의 준비가 더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수련 꾸준히 나오세요. 저도 제 평생 머리서기는 안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머리서기랑 전혀 상관없는 수련들만 했는데 어느 날 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라고 

말씀드렸다.


대신, 몸이 다 준비가 되었는데 한끝을 못 찾으시는 분들에게는

하실 수 있는 곳까지 해보시라고 한 다음에

딱 필요한 지점, 아주 조금의 차이만 만들어드리거나 살짝 핸즈온을 해드리면

대부분 바로 그 느낌을 찾고 원하던 아사나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아사나는 한번 성공하면 된다.

몸이 그 감각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뒤 재현은 자동이다.

완성도나 질에서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한번 해낸 사람이 못하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

몸은 참 똑똑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차이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동작 중인 몸을 보면 균형의 무너져 쏠린 곳, 힘이 정체되어 있는 곳, 너무 넓거나 좁은 공간 등이 보인다.

그리고 그냥 '이곳을 좀 더 내려보세요' 혹은 '발을 이만큼 더 와보시겠어요?'라고 알려드릴 뿐이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제삼자의 시각에 서면 그냥 쉽게 보이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좀 더 명쾌하게 말로 혹은 글로 설명하고 싶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이해하고 싶었다.

해부학책을 펴놓고 근육과 연결시켜 설명법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잘 되지 않았다.

잘 안되니까 재미가 없었고, 해부학책을 펴고 싶지 않게 되었다.

글이 안 읽히면 몸으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PT 말고 딱히 다른 메소드는 떠오르지 않았다.

수업하는 요가원 옆 건물에 1:1 퍼스널 PT가 있었다.

대형 헬스장보다는 소규모로 진행되는 곳이니, 내가 궁금한 부분들을 해결하기에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캐나다에서 거의 전문가들에게 운동을 배우긴 했으나

어쨌든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진짜 전문가한테 배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예전에는 무언가를 잘하면 그게 곧 전문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요가강사자격증을 따면서 아무리 민간자격증이라고 하더라도

자격증을 따면서 배우고 익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첫 수업날, 체중감량이나 바프같은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몸이 어떻게 균형을 잡는 건지를 알고 싶다고 했다.

당시에는 내 궁금증에 목말라 그렇게 요청을 했는데, 좀 당황스러웠겠다 싶다..

그래도 내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한 트레이너선생님은 (역시 전문가..)

기본적인 웨이트 외에

아쿠아백과 불가리안백을 사용한 운동을 알려주셨다.


어려웠다.

불가리안백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쿠아백은 정말 어려웠다.

차라리 덤벨 무게를 올리라면 올리겠는데

아쿠아백 머리 위로 올리라면 못 올리겠단 소리가 절로 나왔다.

힘들다기 보단 어려운 느낌이었다.

보수나 짐볼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감각이었다.

그래도 반복하다 보니 처음에 '도대체 이게 뭔가.. 이렇게 힘들 일인가'싶은

생소한 느낌이 사라지고 재미가 붙었다.


그런데, 2019년 연말쯤 시작했으니 3개월 후 재등록 시기는 2020년 2월쯤이었다.

우한폐렴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붙기 시작했고, 그렇게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던 때였다.






여전히 명문화된 논리적인 설명을 찾지는 못했지만

균형(Balance)을 감각하기 좋은 경험이었다.

힘은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찾는 것임을 

무게는 0 아니면 1의 개념이 아니라 서서히 더해지며 사용하는 것임을 배웠다.



- 균형 :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아니하고 고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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