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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 Mar 02. 2023

4년 차 요가 강사의 기록  

디깅(Digging)? 


이 전 글을 쓰고 

오랜만에 요가지도자과정 중에 정리해 두었던 자료와 기록들을 꺼내보았다.

벌써 4년이나 되다 보니 예스러운 느낌이 있다.

(숫자로 쓰고 보니 그리 옛날도 아닌데, 모든 것들이 빨리 변해서 그런가 참 올드하다.) 


아사나분석을 위해서는 인체 그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고퀄리티 영상으로 아사나나 해부학 수업을 진행한다.

그때만 해도 모델들의 동작 사진 위에 빼곡히 낙서를 해가며 아사나 분석을 했었더랬다.. 




아주 악필이다...

글씨를 못쓰고 쓰는 것도 힘들어해서 나중에는 타자로 쳐서, 프린트해서, 잘라서 노트 붙였다.. 




적어놓은 내용들을 지금 보면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참 열심히도 적었다 싶은 부분들도 있다.






이후로 계속 공부를 하면서

당시에는 진리라고 생각했지만 버리게 된 부분이 많이 생겼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기존에 옳다고 생각한 것을 부정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혼자 알고 있던 거면 그나마 괜찮은데,

이미 내 수업 시간에 여러 번 강조해서 말했던 것을

어느 순간 틀렸음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더러 있다. 


그럴 때 방법은 단 하나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대신에 찾은 더 옳은(유익한) 답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 또한 나중에 다른 가설로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갈수록 더 조심스럽다.

그래서 내 방식을 의심 없이 믿고 기꺼이 권했던 기존 방식에서

이제는 회원님들 반응 하나하나,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경험들의 차이에 더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일수록 개정판이 나오면 긴장하는 마음으로 확인하게 된다.  


호흡법과 차크라도 배우고 파탄잘리 8단계, 3 GUNA 등 요가 철학과 역사에 대해서도 배웠었다.

당시에는 신비하고 매력적이긴 한데 정확한 이유가 납득이 안 가서 내 수업에는 활용하지 않았었다.

이후에 기능해부학이랑 근막경선 등을 공부하면서 연결시켜 생각해 보니 

논리적으로 이해되는 부분들이 속속 생긴다. 

그제야 수업에 녹여내게 되었다. 

새로 알게 된 정보들을 작정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표현에 녹아 나오는 것 같다.

(오래 수업을 들으신 회원분이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수업이 더 풍성해진다.

이래서 공부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몸에 대한 공부는 피드백이 즉각적이다.

내가 학위를 딴 분야는 교육학인데 

효과를 감각적으로 느끼기가 어렵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꽤나 긴 시간이 걸린다.

회사 업무 결과 역시 변수가 많고, 그것이 내 삶과 연결되는 방식 또한 매우 간접적이다. 


몸과 움직임에 대한 공부는 

그 자리에서 감각적으로 다름을 느낄 수 있다.

곧바로 일상이 편안해지고 쾌적해진다. 

수업에 적용하면 때로는 놀랄만한 개선과 반응이 나온다. 

물론 예상했던 것보다 별로인 것들도 있지만

변수가 비교적 제한적이기 때문에 변수에 대한 통제와 조정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야 할지 계획이 잡힌다. 그러다 보면 변화가 보인다. 


그러면서 점차 '내 것'이 생겨간다.


연구와 업무를 하면서 그 결과물들이 오롯이 '내 것'이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

몸에 대한 공부와 경험들은 '내 것'이 쌓여간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다. 

그리고 그 '내 것'들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수업시퀀싱 정리는 졸라맨도 그려보고 

동작 사진을 직접 찍어서도 사용해 봤는데

효율성과 이해도면에서 표로 정리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초보 강사 때는 60분 수업을 위해서 3시간씩 시퀀스 정리에 투자하곤 했었다. 

막상 수업시간에 가서 이걸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지만

손으로 적고 종이 한 바닥에 정리를 하고 수업에 들어가야 마음이 편했었다.

비슷한 내용의 수업도 매번 새로 작성하곤 했었다.





언제가부터 단체수업보다 개인수업을 위주로 하게 되면서 

최근엔 시퀀스를 작성보다는 개인수업 기록지를 더 자주 작성하고 들춰본다.  

내가 미리 준비한 내용보다는 

그날 함께 해주시는 분의 컨디션과 필요를 따라간다. 


지난 4년은 '내 것' 쌓기에 주력했다면 

요즘에는 '상대'의 몸의 기록을 함께 쌓아가고 있다.


앞으로 또 무엇을 쌓아가게 될지 기대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쌓아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아이디어와 동기를 얻는다.





아, 요즘엔 디깅(Digging)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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