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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 Feb 23. 2023

이번에는 빈야사(Vinyasa)

마지막 필라테스 레슨을 끝내고, 1년 동안 등산을 다녔다.

박사 논문을 쓰고 있던 터라 머리도 마음도 복잡한 때였다.


나무 뿌리와 바위로 고르지 못한 땅을 밟기 위해서 집중을 하면 복잡한 생각이 멈췄다.

긴 세월 한 자리에서 소리없이 자란 나무들을 보며 위안을 받았다.

한결같지만 단 한 순간도 똑같은 일이 없는 나뭇잎과 바람을 느끼면 세속의 무게가 가벼워졌다. 


내 몸 하나만 있으면 언제어디서든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하고 싶었다. 

다시 요가를 해볼까? 란 생각이 들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하게 나만을 위한 시간

연속된 호흡과 움직임 속에서 진정한 명상을 경험해 보세요."

요가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말이 마음에 들어서, 별 기대 없이 들러봤다. 


요가원 중앙에 놓인 둥근 테이블 위에는 샛노란 프리지아가 흐드러지게 펴있었다.

그후로도 원장님은 일주일에 한번씩 새로운 꽃으로 요가원을 장식했다.

그 계절에 맞는 생화를 준비하는

여유롭고 아름다운 마음을 닮고 싶었고, 그런 공간에서 호흡하며 움직이고 싶었다. 


수련경험을 말씀드리고, 원장님의 추천으로 빈야사 레벨1 수업을 들었다.

아쉬탕가와는 비슷한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똑같은 동작을 하는데도 경험되는 것이 달랐다.


절도가 있는 아쉬탕가와는 달리 빈야사에서 움직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쉬탕가가 하나의 아사나를 시작하고-만들고-완성하고-끝내고 다른 아사나로 들어가는 느낌이라면,

빈야사는 앞 서는 아사나와 뒤에 오는 아사나가 계속해서 연결된다. 

단순히 아사나가 순차적으로 배열된 것이 아니라 앞뒤의 아사나가 서로 이유를 가지고 이어진다.


각 동작이 마시고 내시는 호흡 패턴과 일정한 짝을 이루기 때문에 이 연결성이 한층 더 강화된다.  

호흡의 흐름과 순환적인 동작이 결합한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호흡과 동작을 쉼없이 이어가는 것은 힘들다.


동작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어렵고 잘 되지 않은 동작은 스리슬쩍 넘어가고픈 유혹이 생긴다.

차투랑가를 서둘러 빨리 끝내버리거나 하이런지에서 후굴을 대충하고 비라2로 넘어가는 식이다.

흐름에 끌려가게 된다. 

좋고 싫은 마음의 작용을 없애고, 무심하게 흐름과 내가 합을 이루어야 한다. 


그래서 빈야사(Vinyasa)를 움직이는 명상이라고도 한다. 


이런 쉼 없는 동작의 연속 중에도 디테일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도무카스바나아사나에서 손가락 끝의 힘까지 사용하는 것

부장가아사나에서 발등이 기반을 단단히 내리는 것, 비라바드라2에서 앞 무릎이 90도를 이루는 것 등 

내 몸을 끝까지 책임져야 했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다.

(하누만아사나나 우스트라사나에서 내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디테일도 중요하다.)


이렇게 꼼꼼한 사항들을 신경쓰고 수련하기 시작하자, 나를 보호하며 제대로 힘을 쓰는 감각을 알게 되었다.

좀처럼 되지 않았던 살람바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에서의 컴백, 컴업을 가뿐히 성공했다.






빈야사 수련을 하면서 

진정으로 부드럽고 유연하기 위해서는 힘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힘을 갖추지 못한 유연함은 불안과 비굴을 낳는다.

부드러움이 없는 힘은 폭력과 파멸을 낳는다. 

그리고 힘을 기르고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아, 요가는 언제나 삶을 생각하게 한다.  

그렇게 빈야사와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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