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강사 투잡 4년 차 일종의 번아웃을 겪고
평일 수업을 모두 중단하고, 주말 수업에만 집중했다.
자연히 수업을 위한 준비에도 조금 더 공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주로 주말에 오시는 분들은 평일에 오는 분들에 비해 고정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회원님들에게도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각각의 몸 상태와 움직임의 특성뿐만 아니라
그날그날 회원님의 컨디션도 잘 느껴지고
저번주에 어땠는지도 잘 기억할 수 있었다.
(마주하는 회원님의 수 자체가 현격하게 줄었고,
일주일에 한 번 '주말'이라는 루틴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 자체에도, 회원님에게도 모두 집중도가 올라갔다.
다시 조금씩 즐거움이 차올랐다.
수업을 하러 가는 길에 정말 오랜만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사바아사나로 수업을 끝낸 뒤
회원님들과 마주 보고 수카아사나로 앉아서 가슴 앞에서 두 손 합장을 한다.
그리고 "오늘도 저와 함께 수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마스테로 인사할게요."라고 말하면
다들 "나마스테~"로 인사하고 "감사합니다"를 서로 나누며 수업이 끝난다.
이때, 이 "감사합니다."의 톤과 분위기가 날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나도, 회원님들도 만족한 시간을 보냈다면 '감사합니다'는 깊은 여윤을 남긴다.
누군가 만족하지 않았다면 어딘가 맥이 빠진 듯 흐릿하다..
예전보다 더 자주 부드럽고 따뜻한 '감사합니다'가 스튜디오를 채웠다.
인사를 나눈 후
강사가 먼저 자리를 정리하고 라운지(상담카운터? 대기실?)로 나오면
회원님들은 조금 더 움직임을 하시거나
매트와 자리를 정리하고 한분씩 차례로 밖으로 나오신다.
눈을 마주치며 저마다 궁금한 점이나, 오늘 수업 소감 등을 말씀해 주신다.
이것도 '감사합니다'와 마찬가지로 그날 수업의 바로미터다.
수업이 만족스러운 날은 넉넉하게 풀려 따뜻해진 호흡과 함께
"좋았다. 힘들었다. 시원했다. 개운했다. 재밌었다" 등이 술술 나온다.
그야말로 경험하고 느낀 것을 나눠주신다. 너무 좋다.
그리고
"워리워 1에서 뒤 다리 모양이 이렇게가 맞는 거예요?"
"다운독에서 자꾸 손바닥이 밀려서 너무 힘들어요.. 어떡하죠?"
"오래 걷다 보면 고관절이 자꾸 찝히는 느낌이 나는데, 좋은 동작이 뭐가 있을까요?"
몸과 움직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자신의 몸에 대한 탐구와 더 나은 상태를 위한 관심은
언제나 사랑스럽고 경의롭다.
그러면 내가 봐 온 회원님의 몸 구조의 특성과 움직임의 경향이나 패턴,
회원님께 들어서 알고 있는 평소 일상생활과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동안 공부한 내용과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한 것과
여러 회원님들을 만나며 깨닫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최대한 필요한 도움과 정보를 말씀드린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에서 말씀드린다.
'그래서 ~~ 수도 있어요.'
'한번 ~~ 게도 해보시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 인 것 같아요.'
나는 내 몸에 대해서는 전문의에게도 최소 3명 이상에서 진료를 받는다.
내가 무엇이라고 '정답'을 주 듯, '내가 맞다' 할 수 있겠는가?
요가원에 연세가 좀 있으신 어머님이 새로 등록을 하셨다.
처음 한 달은 창문을 좀 열어달라, 매트를 여기다 놓겠다 등을 말씀하시기에
예민하신 분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두 번째 달부터는 일주일 월, 수, 금 이렇게 3일을 규칙적으로 수련을 나오셨다.
그리고 이제 주말 수업만 한다고 하니 화, 목, 토로 바꾸셔서 나오시기 시작했다.
뵐 때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하신 것 정말 힘든데 대단하시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수련도 익숙해지셔서 수리야나마스카라도 쉼 없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이상하게 수련을 하고 초기에는 컨디션도 너무 좋아지고 좋았는데
요즘에는 몸이 너무 무겁고.. 이런데 허리랑 특히 무릎이 아침마다 아파.
무엇보다 그냥 하루종일 몸이 너무 무겁고 가라앉는 거 같아.."라는 말씀을 하셨다.
아, 일주일에 3일 수련이 이 분에게 무리가 되었구나!
보통 움직임이 별로 없던 분이 요가든 필라테스든 어떤 움직임을 하면
혈액순환이 잘되고 컨디션이 좋아진다.
그러면 '이 운동이 좋구나'라고 알고, 더더 열심히 하게 된다.
하지만, 무리가 차츰 누적되면 피로가 쌓이고
이렇게 전체적으로 몸이 무겁고,
특히 잘못 사용하고 있는 곳에 통증이 온다.
"그러셨군요.. 그럴 때는.."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옆에 계신 다른 강사님께서
"아, 수련 더 오세요. 더 오시면 다 해결돼요. 주 3회 오시죠? 5회 못 오세요?"라는 것이 아닌가..(1차 충격)
정말 싱잉볼로 내 머리를 퉁치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요가강사 경험 중에 가장 충격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서 논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어머님, 좀 무리가 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저는 몸은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컨디션이 저조할 때는 덜고 또 덜면서 부담을 줄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일주일이나 이주정도 충분히 쉬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어머님이 나가시고,
그 강사 한다는 말이
"아 재등록할 때 다된 분인데, 그렇게 말하면 재등록 안 하시죠."라는 것이 아닌가!!! (2차 충격)
그 당시에도 화가 났지만 그 후 며칠을 두고두고 화가 났다.
1년 넘은 지금도 화가 난다.
너무 분했다.
물론 그 강사분이 뒤에 재등록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해의 여지가 남아있다.
실제로 많은 요가수련생들과 강사들이 '수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도 내 몸을'수련이 부족해서야.'라며 극기의 영역으로 몰아넣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결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한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런데 내가 가장 분한 것은
"내가 해봤는데요 ~~ "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따지고 싶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왜냐면 그 강사는 나보다 경력도 경험도 많았다. '해봤는데요'로는 턱없이 밀렸다.
답답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맞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것은 '그럴 수도 있다.'의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었다.
내가 맞고, 그분이 틀렸다.
그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몸에 대해서 조금 더 전문성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 말고
요가수업을 하는 것 말고
'몸'에 대해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 강사는 절대로 당신의 몸에 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기본적인 해부학과 움직임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고,
안전하게 아사나를 만드는 방법을 압니다.
그런 아사나를 연결시켜 주제가 있는 수업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많은 회원님들을 봐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가 강사는 절대로 당신의 몸에 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런 전문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1:多 그룹레슨의 현장에서
회원님 한 분 한 분의 몸과 움직임을 결코 섬세하게 보지 못합니다.
전체 수업의 흐름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몸에 이슈가 있거나 통증이 있으신 분들은
요가뿐만 아니라 어떤 움직임을 하시던 가능한 1:1 레슨을 추천합니다.
특히 초반에는, 그리고 중간중간에 반드시 1:1 케어를 받으며 움직이세요.
그렇지 않으면 안 하니만 못한 움직임이 될 수 있습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이
내 몸에 좋으라고 돈 쓰고, 시간 쓰고, 열심히 한 것이
사실은 내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에 대해서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내가 가지고 있는 불편함에 대한 세부적인 관심과 역량을 가진 사람을 까다롭게 고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의 몸에 대한 답은 스스로 구하셔야 합니다.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주세요.
그런데 때로 이게 스스로 하는 꽤 병인지 정말 무리인 것인지 구분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하고 나서 좋은지 아닌지'를 보세요.
운동 가기 싫었는데, 하고 나니까 좋은 거면 꽤 병이었던 거고요.
운동 가기 싫었는데, 하고 나도 여전히 힘든 거면 정말 무리인 거예요.
이 사람이 유명하다고 해서 레슨 받았는데 몸이 아프면 내 몸이 아니라 그 사람 한번 의심하세요.
좋아서 그 사람한테 계속 받았는데 어느 순간 하고 나서 좋은 게 없으면, 이제 그만 받으세요.
내 몸에 대한 전문가는 세상에 딱 한 명, 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