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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두 점쟁이의 알 수 없는 눈물

채록(彩錄)

by 여운의 색 Mar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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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캠퍼스 기숙사 앞 바람개비


언제나 이런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겠지만

지금까지 딱 두 번 신점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앉자마자 수술했던 부위와

자신의 남편이 아프다는 사실을 맞추는가 하면,

누구는 본인도 몰랐던 형제의 존재를 맞췄다고 하니

들을 때마다 안 가보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2023년 11월, 해리단길 고재


꼭 완벽하게 믿지 않더라도

인생에 참고가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린 두 곳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점을 보러 갔더니 버럭 화를 냈다거나

신나게 혼이 나고 왔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는

건너건너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난 어찌 된 것인지 점쟁이들의 눈물만 보고 왔으니..




점을 보러 갔더니
되려 선물을 받아왔네


2015년 9월, 항아리 압화 향초


첫 번째 점을 보러 갔을 때

자리에 앉자마자 내 눈을 보고는 말했다.


"내면에 끼가 있네, 색깔 같은 거 잘 보지 않아?"


신기했던 것이 나는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색을 유심히 봐야 하는 일들을 배우며 해왔었고,

그날은 평범한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갔었다.


줄줄줄‥ 과거들을 잘 맞추고는

내가 오기 전부터 속이 너무 답답했는데

그게 아마도 내가 오려고 그런 것 같다고 했다.


2021년 6월, 선물받은 복과자(?)와 팔찌


갑자기 점쟁이의 눈가가 반짝이길래

촛불 빛에 눈 화장이 반사된 줄 알았더니


"슬픔이 코밑까지 가득 차서 찰랑거린다,

너는 이제 눈물도 안 나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게 고생이 많아 짠하고 불쌍한데

'한 3년만 참고 기다려봐'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잘 될 것이라고 좋은 이야기들을 해줄 수 없어서

안쓰럽고 미안하다며 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자기가 주는 게 아닌 복과자이니

아무에게도 나눠주지 말고 꼭 혼자서 다 먹으라며

과자 한 박스와 다른 과자들을 손에 한 움큼 쥐여주고

손목에 하고 있던 팔찌까지 풀어 나에게 내어주었다.


정확히는 금색에 가까운 듯하지만

그 노란 기운이 맴돌던 공간에 점을 보러 가서는

눈물 적셔진 따뜻한 선물들을 잔뜩 받고 나왔지 뭐람.




세 번째 점쟁이도
눈물을 흘리게 될까?


2022년 8월, 선정릉 롤리폴리 꼬또


사실 두 번째에는 내 점사보다

상대방과 궁합을 보고 싶어서 갔던 건데

나에 대한 풀이가 80%를 차지하는 바람에

조금 미안할 뻔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점쟁이는 점괘를 말하다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고


"이 자리에서 20년 이상 점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했다.


2021년 7월, 연남동 깃털


아주 슬픈 기운과 외로움에 고생한 것이

눈에 보여서 신령님이 자꾸만 울렸다는데,


이렇게 두 번의 눈물을 보게 된 이상

과연 세 번째 점쟁이도 울까 궁금하지만서도

이제는 울어도 문제, 안 울면 난제일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기고한 팔자기에

점쟁이들을 울리고 다니는지 모르겠으나

노랗고 따뜻한 눈물은 감사히 받아두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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