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록(彩錄)
언제나 이런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겠지만
지금까지 딱 두 번 신점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는 앉자마자 수술했던 부위와
자신의 남편이 아프다는 사실을 맞추는가 하면,
누구는 본인도 몰랐던 형제의 존재를 맞췄다고 하니
들을 때마다 안 가보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꼭 완벽하게 믿지 않더라도
인생에 참고가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들린 두 곳에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점을 보러 갔더니 버럭 화를 냈다거나
신나게 혼이 나고 왔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는
건너건너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난 어찌 된 것인지 점쟁이들의 눈물만 보고 왔으니..
점을 보러 갔더니
되려 선물을 받아왔네
첫 번째 점을 보러 갔을 때
자리에 앉자마자 내 눈을 보고는 말했다.
"내면에 끼가 있네, 색깔 같은 거 잘 보지 않아?"
신기했던 것이 나는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색을 유심히 봐야 하는 일들을 배우며 해왔었고,
그날은 평범한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갔었다.
줄줄줄‥ 과거들을 잘 맞추고는
내가 오기 전부터 속이 너무 답답했는데
그게 아마도 내가 오려고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갑자기 점쟁이의 눈가가 반짝이길래
촛불 빛에 눈 화장이 반사된 줄 알았더니
"슬픔이 코밑까지 가득 차서 찰랑거린다,
너는 이제 눈물도 안 나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게 고생이 많아 짠하고 불쌍한데
'한 3년만 참고 기다려봐'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잘 될 것이라고 좋은 이야기들을 해줄 수 없어서
안쓰럽고 미안하다며 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자기가 주는 게 아닌 복과자이니
아무에게도 나눠주지 말고 꼭 혼자서 다 먹으라며
과자 한 박스와 다른 과자들을 손에 한 움큼 쥐여주고
손목에 하고 있던 팔찌까지 풀어 나에게 내어주었다.
정확히는 금색에 가까운 듯하지만
그 노란 기운이 맴돌던 공간에 점을 보러 가서는
눈물 적셔진 따뜻한 선물들을 잔뜩 받고 나왔지 뭐람.
세 번째 점쟁이도
눈물을 흘리게 될까?
사실 두 번째에는 내 점사보다
상대방과 궁합을 보고 싶어서 갔던 건데
나에 대한 풀이가 80%를 차지하는 바람에
조금 미안할 뻔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점쟁이는 점괘를 말하다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고
"이 자리에서 20년 이상 점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했다.
아주 슬픈 기운과 외로움에 고생한 것이
눈에 보여서 신령님이 자꾸만 울렸다는데,
이렇게 두 번의 눈물을 보게 된 이상
과연 세 번째 점쟁이도 울까 궁금하지만서도
이제는 울어도 문제, 안 울면 난제일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 기고한 팔자기에
점쟁이들을 울리고 다니는지 모르겠으나
노랗고 따뜻한 눈물은 감사히 받아두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