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의 아지트
아버지가 강변에 지은 막사는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너른 금강 위 강둑으로 무거운 돌덩이가 깔렸고 큼지막한 돌과 돌 사이는 작은 자갈이 자리를 메꾸고 있다. 아버지는 바로 그 위에 아담한 크기의 막사를 완성했다.
며칠 후 아버지가 추위를 대비해 꼼꼼히 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벽에는 시린 강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부직포를 여러 겹 두텁게 둘렀고 바닥은 스티로폼을 겹쳐 깔았다.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아이가 좋아하는 파란색 천막으로 지붕을 만들었고, 창문 겸 밖을 드나들 수 있는 좁은 출입구도 만들었다. 마침 아버지의 저녁 도시락을 들고 강변에 나온 미진이다.
“집에 가야지.”
“아빠랑 있을래.”
“일찍 가서 자야지.”
“혼자는 무섭단 말이야.”
밤이 되자 막사에서는 카바이드등이 특유의 싸한 냄새를 풍기며 밝은 빛을 낸다. 공업용 탄화칼슘 조각인 회백색의 카바이드는 연소하면서 코를 찌르는 강하고 역한 냄새를 훅하고 내뿜는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서둘러 일어섰다. 곧바로 양동이를 들고 강가로 내려가 고된 작업을 이어간다. 멀찍이 그물을 끌어올리느라 바쁜 아버지의 윤곽만이 어렴풋이 보인다. 오늘따라 축 처진 아버지의 어깨다. 어스름한 달빛 아래 아버지의 고단함이 묵직이 묻어난다. 육 남매를 둔 가장의 긴 하루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이다.
틈새로 올려다본 하늘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보석처럼 빛나는 별이 촘촘히 박혀있다. 하나뿐인 아버지의 막사는 특히나 가을밤의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요새다. 아이는 과학실에서 보았던 별 사진을 떠올린다.
‘가을에 볼 수 있는 별이 뭐였더라?’
‘망원경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강바람에 비릿한 생선 냄새가 실렸다. 깜깜한 밤이면 오히려 모든 감각이 또렷하게 살아나는 것이 신기하다. 하늘의 별은 더욱 선명해지고 주위 소리에는 한층 민감해진다. 저 아래 잔잔하게 출렁이는 강물은 고요한 밤의 적막을 뚫고 존재를 알린다.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가에 졸음이 밀려든다. 막사의 아늑함이 아버지의 품처럼 포근한지 미진이가 금세 잠이 든다.
아이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될 장소에서 아버지는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며 사투를 벌인다. 점점 거칠어지는 물살과 씨름을 하는 아버지는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위대한 영웅이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전부이며 그대로인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