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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산업 전문기획자 양성이 절실한 이유

치유 장인을 넘어 치유 생태계 설계자를 만드는 법

by 치유설계자

치유 기술을 가르치는 것과 치유산업을 기획하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장인을 키우는 것이고, 후자는 치유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전국에는 이미 많은 힐링 지도자, 명상 지도자, 산림치유사 양성 과정이 있다.

그런데 왜 치유산업 전문기획자들이 따로 필요한가?


핵심 차이는 이것이다.

기존 과정은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가르친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과정은 "어떻게 치유를 산업으로 만들 것인가"를 가르친다.


나는 여러 지역에서 훌륭한 명상 지도자, 요가 강사, 산림치유사들을 만났다. 그들의 기술적 역량은 뛰어났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어떻게 상품화할지, 어떻게 브랜딩 할지, 어떻게 지자체 예산을 연결할지, 어떻게 다른 전문가들과 협업할지를 몰랐다.

결과는 어떨까? 홀로 고군분투하다가 번아웃되거나, 저가에 소모되거나, 아예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이 역할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다. 대학에도, 정부 교육과정에도, 민간 아카데미에도 없다.

그래서 내가 직접 교육 과정을 설계 하려는 것이다.

치유 산업의 다양한 순간을 겪은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정리하는 것이다.


치유산업 전문기획자 양성과정의 가장 큰 목표는 단 하나다.

치유의 제공 가치와 철학을 실행으로 번역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세 가지 원리가 있다.


첫째는 치유 전문성이다. 명상이든 요가든 산림치유든, 선택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장인이다. 장인 정신만으로는 사업이 되지 않는다. 나는 한 명상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20년 넘게 명상을 수련했고 깊은 통찰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치를 설명하지 못했다. "저는 그냥... 명상을 가르칩니다." 이것으로는 고객도, 지자체도 설득할 수 없다.


둘째는 상품화 능력이다. 내 기술이 무엇이고 그것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명확히 설명하고, 그것을 패키징 해서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하는 능력이 필수다. 판매의 접근이 치유의 고결한 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 고결한 가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건강한 균형이라고 여겨야 한다.


셋째는 정책과 행정의 언어 이해다. 정부 지원사업, 지자체 예산, 공공기관 협력의 언어를 이해하고, 치유의 언어를 산업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업 담당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럴땐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의 스트레스 지수를 평균 30% 감소시키고, 재방문율 70%를 달성하며, 지역 경제에 연간 5억 원의 파급효과를 만듭니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귀를 기울인다.


이 삼각형이 완성될 때만 지속 가능한 치유 사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치유와 힐링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들은 예술적 감성을 많이 갖고 있어서 비즈니스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저항을 보인다. 반면 비즈니스만 아는 사람은 치유의 본질을 놓친다.

어느 영역이든 예술성과 상업성을 같이 이해하고 추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를 아우를 수 있도록 치유산업 전문기획자에게는 이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돈과 도의 균형"이라고 표현한다.

돈은 말 그대로 돈을 벌어내는 기술, 돈을 유지하는 기술, 돈을 계속 불려 가는 기술 같은 자본주의의 현실적인 생존 기술들을 말한다.

도는 말 그대로 도 닦는 도다. 자신의 내면에 깊은 길을 내기 위한 성찰과 열려있는 의식,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중간 지점, 그 균형을 잘 잡아가는 것이 치유산업 전문기획자의 핵심이다.


실제 커리큘럼은 네 개의 트랙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트랙은 치유 철학과 심리 이해다.

무엇이 치유인가, 왜 사람은 회복을 필요로 하는가를 다룬다. 이 트랙은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서 치유가 필요했던 순간들을 돌아보고 그 경험을 언어화하는 작업이다. 내가 어떻게 무너졌고 무엇이 나를 회복시켰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타인의 치유도 설계할 수 있다. 치유는 내면의 아픔이 제거되고 눌려있던 감정, 억압된 감정이 해방되며 자신의 모든 아픈 상황들이 재평가되는 과정들을 통해서 일어난다. 그제서야 치유가 작동한다. 그런 단계적인 전체 과정을 스스로 경험해야 하고, 그 치유의 작동 단계마다 필요한 프로그램과 상품들을 배치할 수 있는 실무 연결 능력이 필요하다. 접근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상처 경험을 언어화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두 번째 트랙은 치유 프로그램과 공간 설계다.

동선, 감정 흐름, 여정 설계를 다룬다. 치유는 순간적인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 공간도 그 과정을 담아내는 흐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유의 흐름은 긴장 완화, 감각 회복, 감정 해소, 통찰과 이해, 통합과 다짐의 단계를 거친다. 이 트랙에서 실습이 중요한데, 교육생들에게 실제로 간단한 치유 프로그램을 설계하게 한다. 예를 들어 "3시간 동안 스트레스 해소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막막해하지만 치유의 5단계를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흐름이 만들어진다. 초보자는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쓰듯 경험을 설계하면 된다.


세 번째 트랙은 콘텐츠 제작과 브랜딩이다.

가치 명확화, 상품화, 홍보를 다룬다. 가장 좋은 브랜딩 재료는 참가자들의 입에서 나온다. "오랜만에 깊게 숨 쉬었어요", "처음으로 멈춰봤어요", "몸이 이렇게 뭉쳐있는 줄 몰랐어요". 이런 문장들이 바로 브랜딩의 핵심이다. 나는 한 교육생에게 자신의 명상 프로그램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보라고 했다. 그는 10분 동안 말했지만 핵심이 없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가요?" 그는 답했다. "아, '머리가 텅 비었어요'라고 해요." 나는 말했다. "그게 당신의 브랜딩입니다. '머리를 텅 비우는 3시간.'" 프로그램 상품화에는 네 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이것은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가, 언제 진행되는가, 몇 명이 참여하는가, 얼마인가. 이 네 가지가 명확해야 상품이 된다. 불명확하면 고객도 결정을 못 하고 담당자들도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


네 번째 트랙은 정책과 비즈니스 기획이다.

예산, 정부지원사업, 투자 유치를 다룬다. 치유의 언어와 행정의 언어는 다르다. 예를들어 "참가자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를 "스트레스 지수 30% 감소, 재방문율 70% 달성"으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과 기관을 설득하려면 예산편성과 조직구성이 핵심이다. 얼마의 예산을 어떻게 세분화시켜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게 하고, 조직의 인원과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 일지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 기업을 설득하려면 그들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치유적 사업설계가 이뤄지면 기존 사업 이외에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그려줘야 한다. 수익구조의 다변화, 기업의 사회공헌 의미, 유/무형의 가치를 통해서 기업에 다시 돌아올 혜택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치유전문가들을 설득하려면 그들의 수행에 대한 존경심과 존중심을 가지고, 그들이 프로그램을 더 잘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주고,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지켜주고 더 만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한 명의 입문자를 실전기획자로 키우는 과정은 이렇다.

처음에는 두루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자기에게 잘 맞는 치유 프로그램과 스타일을 발견하게 돕는다.

그렇게 발견한 프로그램 중에서 중급 마스터 정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고 수행하게 한다. 자기만의 가장 강력한 프로그램 하나를 만나서 그것 하나를 깊이 파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브랜딩을 시작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자기 브랜드 정체성을 견고히 하고 그다음에 마케팅 전략, 홍보전략을 세운다.

가장 기본적인 SNS 매체 등을 통해서 자신의 제공 가치들을 미리 계속 업로드 하는 것을 시작한다.

그 다음에 본격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을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서 테스트로 돌려보고, 그 후 다른 지자체나 기업들의 것을 기획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만들어주는 것까지가 커리큘럼이다.


진행 과정에 대한 평가는 파일럿 프로그램 기획서, 사업계획서와 예산안 편성, 잠재고객 인터뷰 횟수, 발표 프레젠테이션,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로 이뤄진다.


교육과정의 최종 산출물은 두 가지인데, 실행 가능한 치유산업 기획서와 개인 포트폴리오다.

기획서는 타깃 고객 정의, 치유 가치 명확화, 프로그램 설계, 공간 구성 및 동선 설계, 예산 계획 및 수익 모델, 마케팅 전략, 성과 측정 지표를 포함한다.

이 기획서는 단순한 과제물이 아니다. 실제로 지자체에 제출하거나 투자를 받거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실행 문서여야 한다. 포트폴리오는 나의 치유 철학, 나의 강점과 전문 분야,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협업 가능한 네트워크, 연락처 및 상담 방식을 담는다.


교육 제공 기관은 수료생들을 위한 프로젝트 매칭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에서 치유 사업 기획자가 필요하면 이 플랫폼에 의뢰를 올리고 수료생들이 지원할 수 있게 돕는다. 초기에는 멘토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치유산업 전문기획자는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적어도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태도와, 스스로 자기 마음 챙김의 루틴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국 감정과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루틴과 훈련이다. 그 훈련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것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다.

지나친 음주와 욕망과 자극에 지나치게 지배받지 않기 위한 자기 케어가 필요하고, 그러면서도 세상의 기술들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굉장히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 자기 균형력, 회복탄력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공간 분위기를 잘 읽는 사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질문력을 가진 사람, 공감과 논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잘 맞는다.

전공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심리, 관광, 예술, 보건, 체육, 건축 등 모두 가능하다. 오히려 다양한 배경이 융합적 사고를 만든다. 치유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삶이 콘텐츠가 된다.


대한민국에는 지금 치유 예산들이 물밀 듯이 흘러나올 것이다.

글로벌 기업 웰니스 시장은 2025년 661억 달러에서 2030년 912억 달러로 연평균 6.12% 성장하고, 스마트 웰니스 시장은 2024년 1,352억 달러에서 2032년 4,571억 달러로 연평균 18.4% 성장할 전망이다.

수요는 이미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중심을 잡는 치유산업 전문기획자가 없다면 계속 막연한 상황 속에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치유 프로그램은 넘치지만 누구를 위한 것인지가 잘 보이지 않고 효과를 입증할 구조가 없었을 것이다. 공공과 지자체는 치유 예산을 확대하지만 기획 설계부터 운영, 평가까지 책임질 실무자가 없을 것이다. 민간 기업은 팔아야 하는데 시장분석과 브랜드 구조가 없다.


사실 이 산업의 핵심은 기술도 제도도 아닌, 감정을 읽는 능력을 기반으로 한다. 당신의 감정, 당신의 상처, 당신의 통찰이 누군가의 삶을 살리는 산업이 된다.


치유산업 전문기획자는 자신의 상처를 완결한 사람이 그 회복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의 치유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결코 기술만 배워서 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삶 전체가 바로 교육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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