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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치유산업 인재양성 전략

"정책에서 실행까지, 왜 생태계 전체를 키워야 하는가"

by 치유설계자

한 지자체 치유산업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전문가 한 명만 제대로 키우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나는 답했다.

"그러면 실패합니다."


"치유산업은 한 명의 뛰어난 전문가로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마치 생태계처럼 여러 역할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지역 치유산업이 성공하려면 한 명의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인재양성 전략의 핵심이다.



왜 치유산업은 "전문가 한 명"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키워야 하는가


치유는 단일 전문가의 기술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 공간, 프로그램, 인간, 도구, 시간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경험의 총체다.


한 명의 명상 강사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 공간이 소음에 노출되거나, 동선이 어색하고, 지역 자원과 결합되지 않으면 치유는 작동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여러 현장에서 목격했다.

실력 있는 치유 전문가가 제대로 된 공간과 시스템 없이 혼자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번아웃되는 모습을.


생태계는 한 종(種)의 우월성이 아니라 다양한 종들의 상호작용으로 유지된다.

치유 전문가, 브랜딩 전문가, 행정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시설 운영자가 각자의 전문성을 보완하고 교류하며, 하나의 치유적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이 협업이 없으면 치유는 단절된 기술의 나열에 그치게 된다.



지역 치유산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


지역 치유산업의 실패는 세 가지 구조적 인력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째, 치유의 본질에 대한 공통 인식 부재다.

각 전문가가 "내 프로그램이 옳다"고 고집하며 상호 보완성을 잃는다.

명상 강사는 명상이 최고라 하고, 요가 강사는 요가가 최고라 하고, 산림치유 전문가는 숲이 최고라 한다.

나는 한 치유 사업에서 여러 팀이 서로 예산과 시간을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결과는? 참가자들만 혼란스러워했다.

도대체 결국 무엇을 제공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둘째, 전문성의 분절화다.

치유의 가치를 브랜딩하고 마케팅할 사람, 운영하고 관리할 사람,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선할 사람이 각기 따로 존재하지만 서로 연결하는 주체가 없다.

이는 치유산업 전문 기획자의 부재를 의미한다.

각 파트는 열심히 하는데 전체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 보상 구조의 불안정성이다.

치유 전문가들에게 시간과 노동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하다.

치유는 고가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봉사"나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저가 착취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한 명상 지도자가 하루 8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받은 강사비가 15만 원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결국 그 일을 그만뒀다.

치유 전문가의 기술적 역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설명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능력이다. 그래서 나는 치유 전문가들과 일할 때 이 부분을 함께 다룬다.

당신이 제공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고객에게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그래서 그것이 왜 이 가격이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결국, 치유 전문성만 있거나, 마케팅만 있거나, 행정만 있는 인력으로는 지역 치유산업을 지속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치유산업 전문 기획자가 핵심이다.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 인력 공급자를 넘어서


지역대학의 치유산업 유관 학과는 단순히 졸업생을 배출하는 곳이 아니라, 치유생태계 활성화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


먼저 치유산업의 특성상 인력 구조의 세대적 분담이 필요하다.

중년층은 치유의 깊이와 전문성을 담당한다. 명상, 테라피, 자연치유 등 핵심 치유 기술을 제공한다.

이들은 인생 경험과 내면의 깊이를 갖고 있다.

청년층은 브랜딩, 마케팅, 데이터 분석,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 산업화 역량을 담당한다.

이들은 트렌드와 기술에 밝다.

이 구조적 분담을 통해 청년층은 지역에 정착하여 창업할 수 있고, 중년층은 전문성을 시장에 연결할 수 있다. 서로 경쟁이 아니라 보완이 되는 것이다.


기존 학과와 치유산업 교육의 연결도 중요하다.

간호, 사회복지, 관광, 체육 등 기존 학과는 의료 중심의 전문성을 유지하되, 일부 인력에 대해서는 명상치유, 예술치유, 동물치유, 자연기반 치유, 대체의학 등 새로운 영역을 개방해야 한다.

기존 의료 시스템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치유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다.


테스트 베드 제공이 필수다.

지역 자원을 상품화하고, 그 과정에서 치유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요소를 시제품화할 수 있게 지속적인 실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성공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때는 자생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시민이 치유산업의 아카이버이자 초기 테스터다


지역을 잘 아는 시민들이 자신만의 치유 경험을 아카이빙 하고 초기 테스터로 참여한다.

이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시민 스스로 치유받은 경험을 기록하게 하라.

시민이 지역에서 치유받은 경험을 기록하고, 그것이 지역의 핵심 치유 가치임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 브랜딩의 원천 자료가 된다.


나는 한 지역에서 주민 50명에게 "이 지역에서 마음이 편안해진 순간"을 적어달라고 했다.

수백 개의 문장이 모였고, 그 안에서 공통 패턴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그 지역 치유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가 됐다.


이를 위해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치유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독서모임, 치유모임, 명상모임, 요가모임 등을 통해 일상에 치유적 가치가 스며들게 해야 한다.

이는 치유 문화의 사회적 기반을 만든다.



치유두레: 커뮤니티 기반 협의체를 만드는 법


몇몇 지역에서 '치유두레'라는 이름의 커뮤니티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처음에는 의구심도 많겠지만 제대로 된 구조로 만들면 작동한다.


먼저 선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코어그룹은 치유, 행정, 브랜딩, 마케팅, 세일즈 경력을 가진 전문가로 구성한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커뮤니티에 녹여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참여그룹은 무언가 해보고 싶은 일반 시민이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험에 참여한다.


운영 방식이 핵심이다.

전문 치유산업 전문 기획자가 퍼실리테이터로서 중심에 서서 코어그룹과 참여자를 연결하고, 전체 아이디어를 기획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치유적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지자체는 치유시설 담당 부서에서 다과비와 장소를 지원하고, 코어그룹에는 참여비·인건비·지식비를 지급한다. 이 비용은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프로젝트 성공 시에는 상품과 상금을 참가자들에게 나눠준다.


리더십 구조는 세 층으로 구성된다.

퍼실리테이터는 전체 기획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심 리더다.

코어그룹 리더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한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로컬 액터를 어떻게 협업 구조에 넣을 것인가


어촌계, 농가, 공방 등 로컬 액터는 생계와 기존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치유 커뮤니티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 단계는 일상 치유 제공이다.

로컬 액터가 자신의 일상에서 치유적 경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어민이 바다에서의 침묵을 체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한 어촌에서 새벽 출항 전 30분 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침묵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어민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었지만, 참가자들은 그 경험에 감동했다.


두 번째 단계는 경험 기반 재기획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판매 물품이나 서비스를 치유적으로 재기획한다. 해산물을 단순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치유"를 테마로 한 체험형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수익 창출 지원이다.

이 재기획을 통해 로컬 액터에게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지역 경제와 치유산업의 윈윈 구조를 만든다.



웰니스 코디네이터는 단순 연결자가 아니다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운영중인 웰니스 코디네이터는 단순 연결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웰니스 코디네이터는 "지역 자원을 치유 경험으로 번역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확한 정의는 이것이다.

"지역의 자연, 문화, 인적 자원을 심리·정서적 회복 경험으로 설계하고, 이를 시장과 정책에 연결하는 전문 기획자." 이 정의는 단순 중개를 넘어 가치 창조와 번역을 포함한다.


실무 교육과정에 반드시 포함될 5대 역량이 있다.


첫째, 열린 마음과 치유 의지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의 열린 마음과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눈이 생기고, 숨어있는 좋은 프로그램들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브랜딩과 사업계획 역량이다. 자신 또는 소속 집단이 제공하는 치유적 가치를 브랜딩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셋째, 스토리텔링 역량이다.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필요하다. 치유의 가치를 이야기로 전달하는 능력은 고객 유치의 핵심이다.


넷째, 고객 관리 및 운영 역량이다. 프로그램 운영 후 지속적인 고객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재방문율을 높이고, 고객의 변화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자기 멘탈 케어 역량이다. 치유 산업은 감정 소모가 큰 분야다. 자신의 멘탈을 지속적으로 케어하고, 번아웃을 예방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태도와 윤리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치유를 연결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자의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문제 발생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스스로 높은 윤리 의식을 유지하고, 부정 행위에 엄격히 대처해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화합 지향이다. 타인을 중상모략하거나 세력을 만들어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절대 금지해야 한다. 치유는 분열이 아니라 봉합이고, 갈등이 아니라 화합을 일으키는 일이다.



공공 정책 기반 인력 양성


2026년부터 시행되는 치유산업 관광법을 앞두고, '시민 관광학교'는 지역민의 치유 관광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는 핵심 장치다.

목표는 명확하다. 관광이 단순히 먹고 자는 휴양을 넘어, 고차원적이고 의식적인 치유 경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민을 교육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무원의 관점 전환이다.

공무원의 관점 전환은 예산 집행자에서 생태계 조성자로 변하는 것이다.


핵심 전환점은 네 가지다.


첫째, 성과 지표가 바뀌어야 한다. 건물 완공률이 아니라 참여자 만족도, 재방문율, 지역 일자리 창출 수를 성과로 봐야 한다. 예산 운용도 바뀌어야 한다. 일회성 건축비보다 지속 운영비와 인력 양성비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둘째, 업무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부서별 협업이 아니라, TF 팀 중심의 프로젝트 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평가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시설의 웅장함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나는 공무원 대상 치유산업 기획 워크숍을 의무화하고, 실제 현장에서 1개월 이상 체험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치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몸소 느끼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예산 구조도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최초 예산을 설정할 때, 예산이 급변하거나 중도에 삭감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인력 양성 예산을 매년 법정 예산으로 편성하고, 3~5년 단위의 복수년도 계약을 체결하며, 지역 치유산업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인력 양성 재원으로 자동 배정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성과 측정: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성과 측정 없이는 지속 가능성을 입증할 수 없다.


정량 지표는 명확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수, 창업 생존율, 매출 증가율, 재방문율,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측정한다.


정성 지표도 중요하다.

참여자 만족도, 지역민 인식 변화, 협업 네트워크, 브랜드 인지도를 평가한다.


창업 지원은 단계별 관리가 필수다.

예비창업자는 교육 이수 후 6개월 내 창업 준비도를 보고, 초기창업자는 1년 매출 및 고객 유치 실적을 측정하며, 성장창업자는 3년 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및 고용 창출 실적을 추적해야한다.


결국은 일자리 창출이다.

치유도시를 구축할 때, 일자리를 먼저 만들고, 그 다음 산학협력과 교육을 연계하여 배출된 인력이 바로 취업하고 창업할 수 있는 구조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교육 전에 이미 일자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움직이는 중심: 치유산업 전문기획자


위의 모든 전략이 작동하려면 한 가지 중심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치유산업 전문기획자다.

전문기획자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지역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전문기획자는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그것을 치유적 가치로 번역한다.

산학협력을 주도하고 대학-지역-기업을 연결한다. 시민 커뮤니티를 리더하고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든다. 웰니스 코디네이터와 치유 전문가들의 협업 구조를 설계한다. 공무원과 정책을 설득하고 지속 가능한 예산 구조를 만든다. 성과를 측정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전문기획자가 갖춰야 할 5대 핵심 역량이 있다.

1. 산업적·정책적 기획 역량으로 지자체 예산과 정부 지원사업을 이해하고 시장성을 갖춘 사업을 설계한다.

2. 분야별 전문가 연결·촉진 역량으로 안전한 협업 구조를 만든다.

3. 브랜딩과 스토리텔링 역량으로 치유적 가치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4. 데이터 기반 운영 역량으로 효과를 측정하고 피드백한다.

5. 자기 수용과 멘탈 케어 역량으로 스스로 치유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치유산업 전문기획자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커리큘럼, 교육 구성, 실전 연결은 다음 22화에서 상세히 다룬다.



인재 양성은 산업 성장의 핵심


지역 치유산업의 미래는 한 명의 뛰어난 강사에게 달려있지 않다. 생태계 전체의 역량에 달려있다.

산학협력에서 시작하여, 시민 커뮤니티를 거쳐, 공무원의 관점 전환과 정책 연결로 이어지는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치유산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전문기획자가 있다.

이들이 얼마나 정교하게 배출되고, 지역에 정착하며, 스스로 또 다른 인재를 키우는가가 결국 한국 치유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를 만들 것이다.

인재 양성은 일자리 창출에서 시작되고, 생태계 설계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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