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6위의 국방력을 가진 선진국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우리의 지정학이 제대로 연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먼저 세계 지정학의 역사를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로 자세히 설명한 책, 김동기의 『지정학의 힘』(아카넷, 2020)부터 살펴본다.
김동기의 『지정학의 힘』
이 책은 주요 학자와 주요국의 지정학을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런데 책 표지와 결론 부분(329쪽)을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이념보다는 지정학이었다’로 시작하고, 11장이 「한반도, 지정학의 덫」으로 되어 있다.
그는 ‘지정학의 덫에 갇힐 것인가, 넘어설 것인가’라며, 우리에겐 ‘한반도의 지정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한반도’라는 말은 일제가 정한론(征韓論)을 펴면서 만든 용어이고, 우리는 현재 위치한 ‘한반도’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적 강역에 터 잡은 ‘진짜 지정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 한다.
「강한 나라 지정학」, K-지정학
이제 선진국이고 강한 나라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무척 감격스럽다. 내가 어릴 적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산에 송충이를 잡으러 갔다(나는 청주에서 자랐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쥐약을 나눠주면서 집에서 쥐를 잡아 쥐꼬리 몇 개씩 내라는 숙제를 내기도 했다.
그때는 국민 모두가 가난했는데, 미국에서 남아도는 농산물(이걸 PL 480이라고 했다)을 보내주어, 학교에서 강냉이 빵이나 우유죽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였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이야기일 거다.
우스개다. 미국에 하려는 말이다. 동양 각국이 미국을 보는 관점은 각국이 미국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한자가 잘 설명해 준다. 우리는 너희를 ‘아름다운 나라(美國)’라고 쓰는데, 일본은 ‘쌀 나라(米國)’라고 쓴다. 원래 그랬는지, 바꿔 쓰는지 모르지만(아마 1941년 12월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과 일본이 전쟁을 하면서부터(?). 그런데 사이가 좋아진 뒤에도 ‘쌀나라’라고 하는 건 무슨 까닭? 참고로 중국도 우리처럼 미국(美國)이라고 쓴다.
아무리 보아도 우리는 제대로 역사나 강역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제 선진국 수준에 걸맞게 올바른 지리·역사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요즈음 유튜브에는, 우리 역사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이것은 단순한 이야기, 즉 ‘썰’이 아니다)가 넘쳐흐른다. 여기서 논의되는 주제는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강단사학자들이 가짜 책, 위서(僞書)라 주장하는 『환단고기』는 진짜 책, 진서(眞書)다.
- 고구려·백제·신라는 모두 대륙에 있었다(예전 일식 기록을 현대 천문학으로 분석해 보았다).
- 최근 새로 번역된 중국의 공식 역사책, 25 정사(正史)만 보더라도, 우리 국사교과서의 기술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등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했다는데 이렇다. 그동안 도대체 누가 무얼 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제안
이 분야는 나의 전공도 아니고 공부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재야사학자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상식으로 우리 역사의 의문을 풀어보려 한다. 그러니 이걸 일단 ‘시민사학자(?)’라 해두자.
내가 보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에 학자들이 너무 많은 건지 아니면 빈약한 건지, 학설의 대립이 너무 심한 건지 아니면 진지하게 의론 할 수 있는 ‘열린 광장(agora)’이 없는 건지 등등 많은 곳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내가 배운 역사와 최근 유튜브 등에 등장하는 내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런데 얼핏 보기에도 이 분야에는 반도사관, 식민사관과 소중화(小中華) 등 사대주의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 우리는 바른 역사와 강역에 대한 지식(이걸 ‘K-지정학’이라고 이름 짓자)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한다.
앞으로 우리 역사와 강역을 함께 연구할 것을 제안한다. 고대사 쪽은 자료와 증거가 부족한 까닭에 해결에 이르기까지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근대사 부분, 200년 전인 1800년 정도부터 현재까지는 우리가 노력한다면 좋은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역사 바로 세우기」이다.
1주일에 한 건 정도의 연구결과를 브런치에 게시하려 한다. 앞으로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