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꽃을 보며, 관악산

by 신윤수

한가위 오후에 관악산 연주대를 찾았습니다

* 관악산입구역(신림선) - 연주대 – 사당역 – 집

* 약 12킬로미터, 2만여 걸음


산에는 웬일인지 외국인이 유난히 많더군요

아마 긴 연휴에 직장은 쉬고, 갈 곳 머물 곳 마땅치 않으니 산을 찾은 거겠지요


연주대에서 까마귀 나는 모습

외국인들이 각 나라말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다 ‘새’로다 ‘꽃’이로다 싶었습니다


사당동 쪽으로 내려오며, 헬기장 옆에서 꽃 무더기를 보았습니다

하얀색 보라색인데, 이들은 꽃이라 하기보다

풀이나 가지 물들인 수수한 모습

그런데 왜 지금이지? 어쩌자는 거야?

무슨 꽃인지 이름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벌나비도 별로 없는 가을에 바람 센 산꼭대기 능선에 피어

무얼 하자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을 들꽃이 예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봄꽃 여름꽃 다 있을 때 피어보았자 벌나비가 오지 않을 테니

가을에 피는 거지

게다가 찬바람 부니까 종족보존 본능도 생겼을 거고


가을 들꽃 보면서 정신이 반짝 들었습니다

“가을이다! 무언가 남겨야 한다.

살아 있다는 흔적을, 그리고 내일을 위한 무엇을”


내년 이맘쯤에 가을 들꽃처럼

나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수수해도 무언가 꽃으로 피워내자고 생각했습니다


* 2023년 9월 29일 추석날 16시경, 관악산 연주대 헬기장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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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꽃 1)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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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꽃 2) 2023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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