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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Apr 28. 2024

너무 많은 텍스트, 잃어버린 나

하이퍼링크에서 프롬프트까지, 대화력의 중요성


우리가 읽기 수업에서 배우는 질문은 사람을 향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래왔다.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텍스트의 필자와 독자 사이의 대화이며, 독자가 자신과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다.


단일 텍스트를 주로 읽던 오프라인 시대에서 하이퍼 링크로 다중 텍스트를 유영하는 온라인 시대로 넘어오면서 넘치는 정보들 사이에서 내가 지금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을 추가로 익혀야 했다. 리터러시는 기본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을 일컫지만 디지털 리터러시나 미디어 리터러시와 같이, 필요한 정보를 식별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걸러내는 역량은 필수가 되었다.


그러한 온라인 리터러시 환경이제 인공지능 기반 리터러시 환경이라는 변화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막연한 불안감만 느끼는 사이 생성형 인공지능과 챗봇 기술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리터러시 환경이 변화해 간다고 해서 책으로 정보를 찾거나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일이 온전히 대체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필요에 따라 여전히 종이책으로 지식을 얻으니까요. 인공 지능이 리터러시 환경의 주축이 된다고 해도, 여전히 책과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종합하며 평가하는 능력은 유효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변한 것도 있습니다. 인공 지능으로부터 '프롬프트와 응답'의 형태로 정보를 얻어 내게 되었지요. 인공지능을 사용하려면 이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껏 텍스트를 향해 던져온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실, 추론, 분석, 감상, 비판, 적용 등의 질문 말이다. 책 <질문에 관한 질문들>의 저자는 이제 독자들이 다중 텍스트 처리 및 기계에 질문해야 하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넘어 정보의 출처도 정보처리 과정도 불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 기반의 리터러시 환경에서는 질문 내용을 언어로 쓰고 말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인공지능으로부터 텍스트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질문과 응답이 오가는 대화로 구현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인공 지능을 대상으로 질문하는 상황에서는 인공 지능이 언어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질문의 형성과 표현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세밀하게 질문할수록, 그리고 연속적으로 질문할수록 더 괜찮은 답,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빅스비에게 '오늘 날씨 알려줘'라고 말했다가는 밖에 나갔다가 비를 쫄딱 맞을지도 모른다. 물론 빅스비에게는 오늘의 날씨쯤은 '자주 묻는 질문'에게 해당할 테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비가 얼마나 오는지 들으려면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질문자는 자신이 정확히 뭘 묻고 싶은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언어 즉, 기계 너머 데이터의 속성(과 그 한계)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에게 던지는 명령어나 질문을 프롬프트라고 하는데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새롭게 뜨고 있다고 한다.)


대화력, 나 자신의 필요와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는 능력은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과의 수업 기록이 대화록을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언어 데이터를 질문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답하는 대상이 가진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이는 인공 지능이 생성한 응답의 출처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앞서 인공 지능이 생성한 텍스트는 출처가 분명하지 않아 불투명한 특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독자는 질문의 궁극적인 대상인 데이터의 출처를 따져 물어야 합니다. 데이터를 활용하기 전에 텍스트의 편향성이나 진실성, 구체성 등을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당장 오픈 AI를 켜고 프롬프트 시연을 하는 것도 좋겠으나 기본적인 질문부터, 텍스트에서부터 차근차근 적용해 본다. 가짜뉴스와 같은 불확실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회의적 사고를 갖는 것은, 건강한 읽기의 시작이므로 그걸 말하기보다 보여주면 좋겠다고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질문 연속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거칠게 말하면 계속 질문을 이어가고 지식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절차적 지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아래. 그림 1 참고)



실 적용 사례

기존 텍스트들을 재구성했다. 기존의 맥락 없는 영문 텍스트들은 목적성이 결여되어 동기를 떨어뜨렸다. 흥미를 일으키고 자극이 될 만한 질문을 던지려면 주제(목적)를 통일시켜야 하는데 억지 주제가 될까 조심스러웠다. 


관련된 외부 텍스트를 가져오는 시도를 해봤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지속하기에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개별성이나 학습자(독자) 고유의 이야기를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느새 다시 진도에 쫓기거나 시간이 뭉텅이로 남기 일쑤였다. 1만 시간의 법칙이 통하기엔 교실엔 변수가 너무 많았다.


어떻게 하면 통일된 주제 아래서 여러 텍스트를 읽어보고 학습자의 경험, 세계에 대한 관심, 여러 관점에 대한 비교, 다양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접하면서 지속할 수 있을까. 준비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에서 강연 프로그램인 T.E.D. 의 일화를 듣게 되었다. 세상의 별의별 지식을 섭렵하고 보니 T(Technology). E(Entertainment). D(Design).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무릎을 탁 쳤다. 꼭 세부적인 주제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크게 세 부분으로 정리해 보면 나름의 방향성이 생기지 않을까 하고.


내가 아이들과 읽는 텍스트의 소재를 세 부분으로 나눠봤다.


Human science: Self Awareness
What motivates us to cooperate
Creativity - challenging the rules
Creativity - distance from the work
Switching barriers - company and customer
Imagination visualization
Productivity
Proficiency - prediction ability
Objective set
Negative sum game
Dream - creative thoughts
Advertisement tactics
Behavior: nature or nurture
Play - social skill
Language learning
Social ecology
Active listening
Energy - contagious
Social judgement
The patent system
 
Human & Science: World Awareness
Scientific thinking - part - whole
Memory-information processing
Memory : reconstruction of events
Self-driving vehicles
Geology & astronomy: time scales
Handwriting in the digital era
 
Different World, Different Culture
Sharing responsibility with patient
Health, nutrition, sanitation
Sustainable development

- economic, ecology culture
Free market - government control
Consuming coffee - culture
Human-wildlife conflicts
Nature conservation
Translation
Art- objective / subjective
Political agreement
Writer’s eye


이 분류조차 주관적인 범주이고 누군가에겐 억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제를 통해 기사문, 소설 발췌문까지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관점을 가지는 비판적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개별성이 드러났고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다른 텍스트나 영상으로 확장 수 있었다.


구글 문서에 개별성이 업데이트되면 피드백을 해주었고, 그 피드백에 따라 그다음 수업 기록에 반영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물론 숨은 독자를 찾는 일은 계획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마다 흥미 있고 잘 읽히는 텍스트가 있기도 하고. 정답은 없지만 수업이 재미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업 브레인스토밍 메모

기본 텍스트 내용:

의사가 약 처방과 더불어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바꾸도록 권으로써 환자와 책임을 나눠 갖는다는 내용

- 의사 /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 Psychologically oriented physicians의 의미?

- 환자와 책임을 나눠 갖는다는 것의 의미?

- 관련된 경험

- 환자에게도 의무가 있을까?

- Doctor Ethics 논문 

- 전국 의사 총파업 관련 기사(서로 다른 입장 보여주기)

- A Long Walk to Water(소설 일부 발췌)


그림 1. 질문 연속체 개념 / 그림 2. Google Doc에서 AI를 활용해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한 정보


인용문 출처: <질문에 관한 질문들>, 백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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