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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y 05. 2024

숨은 작가 찾기


올해 초 질문 수행 평가를 계획하면서부터 질문법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고 현실적인 적용 방안을 고민해 왔다. 지문에 언급된 내용을 묻는 사실적 질문과, 지문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내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추론적 질문은 기존 수업에서도 다뤄온 만큼 아이들도 잘 이해하고 수행했다.


하지만, 비판적 질문과 창의적 질문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비판과 창의에 대한 생각을 몇 가지 정리해 봤다.


1. 비판과 창의는 모국어 사고에서 나온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는 내게 "Why do you think creativity is a good trait to have?"라는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의역하면, '창의성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여기서 good은 useful, helpful 정도의 의미이다.) 나는 조카에게 창의성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다. "몰라." 지문 속 등장인물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어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창의성에 대해 설명했다. 똘똘한 아이니까, 이해했다면 첫 질문에도 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를 배우고 고차원적 사고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모국어적 사고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 글을 읽을 때 특히 서두에 시간과 공을 들여 읽듯이 우리의 사고도 그렇다. 다른 사고방식과 태도를 담는 도구들로 자유자재로 바꾸려면 본디 밥통이 제 것이어야 한다.


외국어 공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통번역은 밥통과 오븐을 자유자재로 적절히 바꾸는 걸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외국어 공부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이걸 왜 배우는 거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밥통이 제 것이면 어떤 질문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글을 왜 읽는지, 어떤 맥락에서 하는 이야기인지 알아야 글이 '내 글'이 되고 그래야 의무적인 질문이 아닌 해결해야 할 호기심이 된다. 인풋이 100% 영어일 필요 없다. 이해를 돕고 흥미를 돋울 수 있다면 모국어 텍스트도 풍부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2. 비판과 창의도 퀄리티가 있다.

비판과 비난은 다르다. 비판적 사고는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이다. 반면, 비난하는 태도를 갖게 되면 편협한 정보들의 빈틈사이로 감정이 스며든다. 아이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갈등은 대부분 이런저런 사안에 대해 본인들이 유리한 방식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판과 비난의 차이를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 새로운 갈등의 주체가 된다.


자극적인 뉴스나 험담을 들었을 때,

그 말과 글의 출처가 어디인지? 


누군가 관계의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할 때,

 당사자의 의견을 모두 들어봤는지?


정말 그럴까? 근거는 충분한가? 의심을 품고 따져보는 것은 합리적 사고의 근간이다. 물론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지만.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데는 '왜 그럴까?' '... 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 특히 중요하다. '왜 그럴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되묻다. '... 은 무엇인가?'는 문제를 재정의하는 본질적 질문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보통 하지 않는 질문들.


우리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존재다. 그렇지만 대부분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귀찮기 때문이다. 편향적인 사고(싸움 구경, 불구경을 좋아한다...)는 쾌락적이고, 틀에 박힌 사고는 안락하다.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실천하는 사고는 퀄리티가 높다.



3. 독서 관련 활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내가 독서 관련 활동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왜 이 책을 읽는가?"와 "읽고 나서 어떤 활동으로 이어졌는가?"이다. 두 질문은 다른 것 같지만 실은 하나다. 읽은 동기가 독후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이나 "ooo이 추천해 줘서"와 같은 동기도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읽고 나서 남는 게 없을 수도 있다. (이 정도의 이유로 책을 집다니, 사실 몹시 훌륭하다.)


만약 쓰려고 읽는다면? 주제를 잡고 그에 맞는 책을 읽은 후 문장을 인용해 글을 쓰는 것이다. 겉보기엔 독후감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인용구를 적고 감상을 쓰는 것도 더없이 훌륭하지만, 일단 주제를 잡고 그에 맞게 책을 고른다면 일단 "왜 이 책을 읽는가?"에 대한 답은 나온 셈이다. 주제가 분명하면 글은 더욱 선명하게 읽힐 것이다. 독자가 살아 있는 독서다. 저자의 명성과 추천도서의 권위에 압도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다. 떠오른 경험을 적거나, 비슷하거나 반대되는 관점의 기사를 언급할 수도 있다.


내 글, 내 상황이 아닌 글을 읽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적어도 나와의 연결성을 납득하지 못한 것 아닐까? 모든 독후활동은 책을 집는 순간부터 이미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주체적인 독자가 되지 않으면, 비판적 사고나 창의성은 뜬구름 잡기에 불과하다.

 


수업 끄적끄적...

A. '읽는가?'에 먼저 답하기.

word보다 padlet

맥락, 추가 텍스트들


B. '읽고 나서' 어떻게 달라지는가.

무얼 할 수 있게 되는가.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수준별 과제 ABC 개별성을 고려하는가.

(과제 '수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통제 글쓰기(10 mins)

빈칸, 영작(1 문장 쓰기, 3-4 문장 정도의 단락 쓰기)


*자유 글쓰기(2-30 mins)

- SNS 게시물 작성

-10대의 외모불안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

-인간관계나 시험불안으로 힘든 친구에게 이메일 보내기


C.  달에 1~2회, 과제를 중간 피드백하는가.

영어부장/능동적 학습자와 분담하였는가.






민정 T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https://brunch.co.kr/@findyourbook/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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