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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Apr 21. 2024

자기중심적 독자 수업



원서의 구매자와 소비자는 다르다.


자기중심적 독자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애초에 본인이 선택한 텍스트를 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국어도 아닌 글을 '찾아' 읽을 정도면 이미 일정 분량의 글을 읽은 상태여야 한다.


초등과 중등 독자를 위한 도서일 경우 비문학보다 문학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다. 그림책은 '삽화를 활용해 부족한 언어 인풋을 극복하기'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그림을 통해 여러 가지 발문과 독후활동들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뉴베리 Newbery 소설 시리즈(예. Hatchet, The Giver 등)나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예. Wonder)의 경우도 인물-사건-배경이라는 기본 틀을 바탕으로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모르는 단어나 어려운 표현은 크게 방해물이 되지 않을 수 다. 동명의 영화가 있다면 더더욱.



소설 <Wonder>로 더빙 활동, TedEd 영상 활용 사례


하지만 고등학생들이 푸는 영어지문에는 사피엔스 Sapiens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arvard Business Review 류의 발췌문 가득하다.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삶과 동떨어져 보이는(?) 진화 생물학(뇌 크기와 언어능력 사이의 관계라든지, 동물의 행동과 생물학적 근거 사이의 관계라든지) 공부한다. 사회, 교육, 심리, 마케팅 분야는 그나마 수월하다지만 과연 그러한가. 애초에 은유란 비문학과 문학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지 않나. 비문학에서도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야 할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기중심적 독자란, 자문하는 사람이다. 

- 여기서, 왜, 이 글을 읽고 있는가? (텍스트를 직접 선택하지 않은 경우를 전제)

- 이 글이 나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 우리는 이 글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자기중심적 독자를 위한 수업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1. 수업 진도와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2. 합의된 평가 과정(예. 루브릭, 포트폴리오 등)으로 불안을 덜어야 한다.

3. 상호작용(자기중심적 읽기에 대한 교사 혹은 친구들의 피드백)을 돕는 도구를 활용한다.

4. 텍스트의 주제(혹은 목적)를 통일한다.

5. 은유의 아름다움, 다양한 관점, 창의적 사고, 문화적 다양성



나만의 인생 수업툴 찾기

에듀테크 붐(?)이 일어난 이후로 수없는 에듀테크 툴이 쏟아졌지만 정작 가장 잘 쓰는 건 패릿Padlet과 구글문서 Google Doc 정도다. 한때 구글 클래스룸에 학습지를 배부해서 운영해 봤지만 모든 학습지를 클릭해 보고 피드백을 다는 일이 생각만큼 지속가능하지 않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 말고도 담임과 잡무까지 너무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므로 즐겁고 편안하지 않은 일은 금세 끝이 난다.


패들릿과 구글문서를 활용하면 수업 중에 결과물을 좀 더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패릿이 학생들의 흥미를 끌고 참여를 유도한다면, 구글 문서는 실시간 편집하는 내용에 대한 가독성이 뛰어나다.


그림 1 '채식주의는 도덕적으로 우월한가?'에 대한 찬/반주장과 근거, 답글로 공감/반대의견 표현하기 활동.

그림 2. 구글 문서를 수업 중에 활용하려면 링크를 공유하고 학생들에게 편집자 권한을 부여한다.  



비문학과 문학의 경계를 나누, 교과서와 교과서 외의 글을 나누는 게 의미가 있을까? 둘은 함께 가야 한다. 다만, 비문학 특히 수업 교재 속 비문학을 요약하고 정보 정리만 해서는 은유의 아름다움, 다양한 관점, 창의적 사고, 문화적 다양성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진도로 보내던 덩어리 시간을 쪼개는 시도를 한다.



하나의 주제 아래 펼쳐지는 활동의 장. 

교사는 발췌의 달인이 되어야 하고, 활동을 만들기보다 활동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비슷한 지문들을 찾아 재구성하고, 질 좋은 텍스트를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 어쩌면 수업의 질은 발췌의 질이 아닐까 생각할 만큼 이 부분이 수업의 명분, 동기, 목적과 태도를 결정한다.


'시간을 쪼개듯이, 수업도 잘 쪼개서 써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예열되고 집중되었다 해소되는 시간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한다. 주제가 제각각인 단편적인 글들을 정보 요약만 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진도만 나가기도 빠듯하다고 느꼈던 시간들을 이해하면서 돌아본다.


주제의 진정성이 영어의 실력 차이를 보완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세계의 관심을 발견할 수 있다면 분명 자기중심적 독자의 틈새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읽느냐' 이전에 '왜 그리고 어떻게 읽느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다. 그리고 발췌에 더욱 진심이 되어야겠다고. 





미스터리 교육과정:

https://brunch.co.kr/@findyourbook/120


발췌의 기억:

https://brunch.co.kr/@findyourbook/148


자기중심적 독자의 미래:

https://brunch.co.kr/@findyourbook/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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