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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y 03. 2024

사람이 많이 멋지면 눈물이 나

북토크 후기


'기획왕 찐천재'


북토크에 가기 전 이 글의 제목은 저랬다. 그땐 진짜 잘 지었다 생각했는데, 북토크 끝나고 보니 좀 헛웃음이 났다. 기획, 에디터, 브랜딩, 업에 대해 하나라도 더 질문하고 얻을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오직 거기에 맞춰 제목을 지었기 때문이다. 책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에 공부왕 찐천재를 연출한 이석로 PD와의 인터뷰가 나오기도 하고.


<에디토리얼 킹>을 쓴 작가 최혜진과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을 쓴 라디오 PD 장수연, 그리고 <첫 책 만드는 법>을 쓴 터틀넥 프레스의 김보희 대표 세 명이 질문 형식으로 2시간가량 꾸려간 북토크는 내게 기획에 대한 꿀팁 말고도 꿀렁이는 마음을 남겼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에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묻어났다.


나는 김보희 대표를 SNS에서 @bohee. mano라는 계정으로 팔로잉한 적이 있었다. 물론 한때 팔로워를 줄이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잠시 언팔했었지만 그때 팔로워를 줄이는 기준이 좀 이상하기도 했다. '내게 너무 멋진 사람들, 그래서 자극적인 사람들.' 지금은 열린 마음(?)으로 멋진 사람들을 더 열렬하게 팔로하고 있지만. 최혜진 작가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은 적이 있었고 나와 성향상 닮은 글을 쓰고 있었지만 어딘가 완'벽'이 느껴지는 글이라 그녀의 책 쓰기 리츄얼이 궁금하기도 했다. 장수연 PD는 사실 처음 만났지만 글뿐만 아니라 저음 섞인 목소리에 실려온 그녀의 언어는 아이 셋을 키우면서도 본업을 하며 책까지 써낸 자의 단단함이 묻어있었다. 어떤 일을 해도 자신의 일로 소화낼 것 같은, 업에 대한 애정과 소신이 느껴졌다. 당당하면서도 겸손하고 자기 자신 그 이상일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의 무한함 같은 것.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좋았던 건 자기만의 언어로 잘 표현하는 섬세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센스가 글에서도 묻어나기 때문이었다. 글을 잘 쓴다고 말도 잘하는 건 아닌데, 그 부분은 새삼 놀라웠다. 무엇보다 편집자, 에디터, 라디오 PD라는 서로 다른 매체에서 일하다 보니 같은 질문을 해도 조금씩 다른 답변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정말 흥미로웠다.


북토크가 끝난 후에 모두의 팬이 되었지만 그전부터 나의 최애는 최혜진 작가였다. 장수연 PD의 섬세한 질문 덕에 최혜진 작가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들을 더욱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그의 자료 섭취-기록-적재적소 활용법이었다. 그는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한 책, 전시 등에 대한 인용구와 캡션들을 10년째 데이터화하고 있었다. 미래의 자신이 적당한 때에 쓸 수 있도록. 이제는 과거의 자신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서 그 작업이 즐겁고 감사하다고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이 그 데이터에 나올 때도 있었고, 나오지 않을 땐 논문을 찾아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더한다고 했다. 후천적으로 얻은 성향이라고 했지만 분명 파워 J였다. (나는 내가 INFJ라고 하기엔 P 성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혜진 작가의 얘기를 듣고 나선 J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세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운 점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선명하게 손에 쥐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최혜진 작가는 놀랍도록 그 능력에 특화된 사람이었다. 김보희 편집자는 최혜진 작가의 목차 구성을 다른 작가들에게도 예시로 보여줄 정도라고.   


하수는 더하고, 고수는 덜어낸다 하지 않던가.


얼마 전 책에서 읽었던 질문 연속체라는 개념을 북토크에서 다시 발견했다. 업의 본질을 알게 될 때까지 질문으로 파고드는 힘. 그것은 욕심도 이기고, 인풋이 과도하고 산만한 세상에서도 살아남을 힘임을 실감했다.


두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를 반의 반도 담아낼 수 없지만 북토크가 끝나면서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비로소 시작되었으므로 자극이 필요했던 내게 선물처럼 다가왔던 멋진 언니들의 시간을 마음 깊이 품어본다. (멋지면 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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