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 심플 씽씽 레시피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인생이 통째로 뒤바뀌는 상상을 한다. 우리는 무엇을 '먼저'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길을 간다.
달리기 연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서툰 요리 실력이 가져올 진짜 문제를 체감하지 못했다. 그저 미친 소화력과 모든 게 맛있어지는 마법이 두려웠을 뿐. 하지만 달리기는 일회성 뜀박질 그 이상이다. 달리기 좋은 몸을 만들면 즐겁게 오래 달릴 수 있으니 직접 만들어 먹는 루틴을 만들고 싶었다. (평소엔 손 빠르고 솜씨도 좋은 짝꿍이 주로 요술을 부린다.)
요요 없이 건강한 식습관을 굳혀볼 요량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1. 간편한가?
2. 탄단지를 챙기면서 맛도 있는가?
3. 지속가능한가? 그러니까, 간편한가?
4. 진짜 맛있는가?
5. 진짜 간편한가?
(재료의 개수보다 더 중요한 건 '조리과정이 간단한가?'이다.)
6. 평소 식단보다 비용이 과하게 들지 않는가?
감정 식사나 긴 겨울 방학을 계기로 몸이 약간 불지만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예전으로 돌아오는 프로다이어터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은 여기다.
열받지 마시오
참지 마시오
애쓰지 마오
감당하지 마시오
버티지 마시오
짝꿍과 초간단레시피를 틈틈이 공유하면서 하나씩 시도해 보기로 했다.
1. 단호박빵
미니 단호박 1개를 삶아 으깨고 계란 2개를 풀어 전자레인지에 10분 돌리면 끝. 한두 꼬집의 소금이나 꿀 등의 첨가물은 넣어도 안 넣어도 그만. 처음 만든 건 단호박이 익으면서 물이 너무 많이 나와 다 만든 후에도 물컹물컹 했다. 계란 양이 조금만 많아져도 단호박향이 나는 계란찜 맛이 났다. 위의 단호박빵은 두 번째 시도인데 좀 더 단단한 식감으로 만들어져 무척 맛있게 먹었다. 입 터지는 기간에 몹시 유용할 듯.
2. 오트밀김치참치죽
5분도 안 걸리는 아침 요리로 앞으로 자주 애용하게 될 메뉴. 참치미역죽, 고기버섯죽 등으로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며 빠르고 간편, 무엇보다 맛.있.다. 실제로 점심까지 든든했다. 완벽해!
아침과 점심을 든든히 챙겨먹고 저녁엔 공복이나 가벼운 식사 후에 달리는데, 간헐적 단식도 근력이 빠지면 오히려 역효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으면 몸에서 단백질을 대신 써버린다는 이야기도.
두부 그라탱, 두부 소보루 오이 김밥, 양송이 새우 버거, 양배추 피자, 연어 키토 김밥, 구운 야채 카레 등등 우리의 씽씽 레시피는 늘어간다. 탄단지 특히, 단백질이 풍부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손수 챙겨 먹으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대단한 요리만 품이 드는 게 아니다. 퇴근 후, 일정이 유독 빡빡하거나 눈썹 위의 공기 마저 짐인 날은 손 하나 까딱하기 싫으니까. 빵을 너무 좋아해서 살이 찐 줄 알았는데 그냥 게을렀는지도 모르겠다.
감량보다 득근의 자세, 아니 근력을 지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감정적으로 돈을 쓰면 돈이 나를 떠나듯이, 운용할 몸을 거품같은 음식으로 때우면 몸이 나를 떠난다. 몸이 가장 먼저인 세계에서 잘 먹고 잘 살기를 고민한다. 어떤 연료를 넣고 얼마나 가동할지에 대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행복해야 한다는 것. 운동 없이 식단만 한들 활기도 탄력도 없고 아무리 예쁜 옷을 입고 멋진 곳에 간들 결국 자기만족. 잠도 더 챙겨서 자야한다.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 해. 최종 목적지는 늘 나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첫걸음은 잘 챙겨 먹는 일 아닐까. 씽씽 레시피는 매일 조금씩 자란다.
덧. 9km 달린 날, 1.2kg이 빠졌다. 수분이 빠진 걸 고려해도 놀라운 결과. 평일엔 6km, 주말엔 9-10km를 뛰고 거리를 늘려가기로 했다. 과정도 결과도, 설렌다. 맛있게 먹고 신나게 달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