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발리 패키지여행 속 필수 여행 명소는 어떤 곳일까?
여행을 즐기는 여행객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이나 여행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현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챙겨 먹는 먹부림 여행을 추구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해양스포츠나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은 화끈한 액티비티를 선호하는 사람들 또한 있을 것이다. 발리와 같은 휴양성이 높은 여행지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보통 좋은 리조트에서 투숙하면서, 멋진 경치도 보고 마사지도 받아가면서 피로를 푸는 형태의 여행을 즐기고자 할 것이다. 사실 발리 여행의 핵심은 ‘여유로운 휴양’인 만큼, 나 또한 발리를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푹 쉬며 일상에서 쌓아 왔던 많은 스트레스를 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 추천을 많이 해줬었다.
하지만, 아무리 휴양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즐긴다고 하더라도 방문하는 나라와 지역의 특색을 전혀 모른 채 여행을 즐긴다면 꽤 아쉬울 수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생활 전반의 모습이 어떠하고, 어떤 종교를 믿고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와는 어떤 면에서 다른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꽤 즐겁다. 우리와 인도네시아인 모두 같은 지구촌 아래에서 살고 있는 똑같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어떤 지역,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에 따라 정말 많은 부분에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지역별로 많은 부분이 다른데, 예를 들어 자카르타와 발리, 두 지역만 놓고 비교를 해도 상당 부분에서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자체가 원체 넓어서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차이점으로는 바로 ‘종교’를 들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반적으로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발리만 다른 지역과는 달리 힌두 문화권이다. 그렇다보니 발리 시내 곳곳에서 힌두 사원과 힌두교 관련 다양한 문화를 발견할 수 있으며, 발리 내에서는 여성들이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는 이슬람의 문화 또한 보기 어렵다. 물론 발리에도 이슬람교를 믿는 현지인들이 많기는 하지만, 발리에 거주하는 약 80% 정도의 사람들은 힌두교를 믿는다고 보는 것이 낫다.
흥미로운 것은, 발리의 힌두 문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도의 힌두 문화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7세기경 인도네시아 내 일부 지역으로 불교가 먼저 전파되어 크게 성행하다가, 이후 시기가 지나면서 새로운 종교 세력이 기존의 종교 세력을 밀어내고 다투는 상황이 발생하며 불교 문화가 쇠퇴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세력이었던 이슬람 및 힌두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세력 다툼 속에 힌두 문화는 기존의 불교 문화와 융합되면서 인도네시아만의 새로운 종교 형태로 변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토착 신앙까지 더해져 현재의 발리 힌두 문화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보니 인도의 힌두교와 비교했을 때 기도를 하는 방법부터 의상, 장례법, 제물 관리법 등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혹은 역사적으로 접근하려면 얼마든지 디테일하고 길게 서술할 수 있지만, 사실 한국의 문화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굳이 우리가 발리의 종교와 문화를 빠삭하게 공부해야 할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자주 방문하기도 어려운 인도네시아 발리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발리에서 그저 휴양만 즐기며 여행하는 것은 이래저래 아쉽다. 발리 역사에 대해 따로 공부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발리 여행을 즐기는 것은 아쉽고, 이런 아이러니함을 조금은 해결해줄 수 있는 여행지가 발리에 있으니 바로 발리 남부에 자리하고 있는 가루다공원이다.
< 발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원, 가루다공원 >
가루다공원의 원래 이름은 ‘GWK PARK (Garuda Wisnu Kencana Cultural Park)’로, 이름의 의미는 ‘가루다를 탄 위시누 신의 공원’이라는 뜻이다. 위시누 신은 비슈누, 비쉬누 등으로 읽히기도 하며, 위시누는 힌두교 지혜의 신의 이름이다. 가루다 또한 인도 신화에 나오는 새로, 용을 잡아먹고 사는 황금빛의 거대한 새인데, 이러한 이름답게 공원 내에는 위시누 신이 가루다를 타고 있는 조형물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가루다공원 내에서 가장 큰 동상인 GWK 동상은, 높이가 무려 약 121m 정도의 높이로 동양권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발리 최대 규모의 문화 테마파크로도 잘 알려진 가루다공원은, 발리의 전통문화 및 힌두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공원 내 다양한 볼거리들은 기본적으로 힌두 문화에 기반하여 만들어져 있는데, 앞서 설명한 GWK 동상을 비롯해 다수의 초대형 동상들을 공원 내에서 볼 수 있다. 그 규모가 가히 엄청나서 분위기에 압도당할 정도인데, 그렇다보니 많은 여행객이 이 장소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 말 그대로 포토존과 같은 역할도 하는 것이다. 수많은 초대형 동상들 또한 인상적이지만, 기본적으로 공원 내 조경이 아름답게 잘 갖춰져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사진 촬영을 좋아하거나 SNS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울 것이다.
가장 거대한 동상인 GWK 동상은 따로 셔틀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좋은데, 공원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더운 날씨의 발리 환경을 생각하면 금액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셔틀을 타는 것이 좋다. 공원 내 다른 동상들과 달리 GWK 동상은 실제로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는데, 마치 박물관이나 전시관처럼 힌두 문화 관련 동상이나 전시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동상 내 엘리베이터를 통해 꼭대기의 전망대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동상이 높은 곳에 자리한 데다가 동상 자체가 매우 높아서 날씨가 좋을 때는 전망대에서 멀리 꾸따~스미냑 시내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가루다공원에 방문한 시간이 잘 맞으면 ‘케짝 댄스’ 등의 전통 공연을 볼 수도 있는데, 꽤 볼만한 공연인 만큼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힌두교에는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문화가 있는데, 이때 추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춤 이름이 케짝 댄스다. 케짝 댄스는 ‘몽키 댄스’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데, 춤을 추는 모습이 마치 원숭이의 모습과 흡사하기에 이런 별칭도 가지고 있다. 케짝은 개구리 울음 소리인 ‘개굴 개굴’과 같은 소리인데, 상반신을 탈의한 원숭이 군단 역할의 남성들이 ‘케짝 케짝’ 소리를 내며 합창 및 춤을 춘다. 일종의 악령을 쫓는 초자연적인 퇴마 의식과도 관계가 있는 춤이라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관광화가 되어 좀 더 역동적이고 이국적인 댄스 형태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루다공원의 케짝 댄스 공연은 단순히 남성들의 오리지날 케짝 댄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발리의 다양한 전통 무용 공연을 볼 수 있었기에 좋았고, 좀 더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무리 없이 공연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발리 내에서도 케짝 댄스 공연을 볼 수 있는 장소는 꽤 많은 편인데, 예를 들어 울루와뚜 사원의 케짝 댄스 공연은 전통 무용이라는 느낌보다는 하나의 화려한 쇼와 같은 느낌이라 분명 가루다공원의 공연과는 사뭇 다르다. 좀 더 전통적이고 원조격 공연을 관람하고자 한다면 가루다공원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낫다. 또한, 가루다공원에서는 케짝 댄스 뿐 아니라 시간에 맞춰 다양한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니 여유가 있다면 꼭 공연을 관람해보길 권장한다.
< 가루다공원에서는 시간대별로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
공원 내에는 다양한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코트가 있어 기호에 맞는 음식을 사 먹을 수도 있고, 공원 출구 방면에는 여느 관광명소들과 마찬가지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샵이 자리하고 있다. 발리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으며, 공원 내부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전거나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가루다공원이 발리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테마파크로서의 기능도 잘 갖추고 있어 발리의 전통문화 및 힌두 문화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구경하며 돌아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가루다공원 역시 단점이 존재하는데, 발리 내 다양한 관광명소들 중에서는 입장료가 다소 비싼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치클럽이나 워터파크와 같은 곳과 비교하면 당연히 가루다공원의 입장료가 더 저렴하지만, 여타 다른 힌두 사원들이나 퍼블릭 공원에 비하면 비싼 편이라 가끔 부담을 느끼는 여행객들도 종종 있다. 입장료는 시기에 따라, 혹은 어떤 프로그램을 포함하느냐 혹은 빼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평시 기준 셔틀버스 포함 한화로 최대 1인 10,000원~15,000원 이상의 입장료가 들어가는 편이다. 프로모션이 적용되는 시기도 있고, 셔틀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금액을 좀 더 절감할 수 있지만 이러한 사항을 여행객들이 모두 맞추기는 어렵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액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생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금액이 조금 비싸다는 평이 종종 있는 편이어서 조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여기에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대여한다면 추가로 더 돈이 들어가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발리의 전통문화 및 힌두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입장료 이상의 가치를 해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나의 여행 일정이 너무나 타이트하거나, 아니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휴양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즐길 계획이라면 가루다공원을 여행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래도 그 나라의 문화를 알고 여행하는 것과 모르고 여행하는 것은 분명 많은 차이가 있는 만큼 시간을 조금 뺄 수 있다면 가볍게 둘러보고 가기를 추천한다. 만일 당신의 여행 코스에 남부의 짐바란이나 울루와뚜 지역을 들릴 일이 있다면 그다지 멀지 않으니 한두 시간 정도를 빼서 방문해보면 어떨까. 그 나라와 지역을 공부하는 재미와 함께 멋진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지역인 만큼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 미스터모의 여행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