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덫

단편소설

by 이수아

7.

이틀 전, 태섭은 전기세가 많이 나오면 안 된다며 더워서 참지 못할 때가 돼서야 에어컨을 켰다. 창문이 없는 지하 2층은 해가 어디쯤 걸려 있는지 알 수 없어서 현우는 핸드폰을 보고 몇 시인지 가늠했다. 오후 6시였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현우는 그릇에 밥을 퍼 담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 배터리가 없어질 때까지 핸드폰으로 빠져들었다.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놓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술래잡기를 하기로 했다. 곰 인형을 들고 눈을 감았다. 한 바퀴 휙 돌며 손을 놓자 인형이 날아올라 어디론가 떨어졌다. 현우는 곰 인형에게 다 숨었는지 물었다. 그다음 일부터 십까지 세었다. 눈으로 방을 쓱 둘러본 현우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바닥에 짚었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식탁 다리 사이와 침대 밑을 살폈다. 곰 인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방향을 틀어 반대쪽으로 간 현우는 옷 사이로 빼꼼히 내민 인형의 엉덩이를 보고 킥킥거렸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술래잡기를 했더니 땀이 솟구쳤다. 얼음이 생각난 현우는 냉동실을 열었다. 얼음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오물거렸다. 핸드폰을 보니 숫자 9가 보였다. 아홉 시면 달이 떴겠지? 마지막 얼음 조각을 입에 넣고 크레파스를 가져왔다. 벽에 네모를 그리고 그 안에 달과 별을 그려 넣었다. 밤이었지만 열대야 때문에 몹시 더웠다.


너무 더워서 못 참겠어. 현우는 에어컨 리모컨을 집어 들고는, 태섭이 했던 것처럼 에어컨을 켰다. 곧 시원해질 것을 기대하며 곰 인형을 안고 침대에 앉았다. 하지만 에어컨을 켰음에도 어쩐 일인지 시원하지 않았다. 흐려진 초점 위로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었다. 스르륵. 몸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잠결에 눈을 떴을 땐 땀으로 흥건했다. 뒤통수보다 조금 더 크게 베갯잇이 젖어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현우는 손가락에 힘이 없었다. 천천히 버튼을 밀어내고 말했다.


“아…빠야?”

“현우가 잘 있나 궁금해서 전화했지. 왜이렇게 힘이 없어? 아빠 귀가 이상한 건가?”

“에어컨 켰는데도 더워.”

“오늘 날씨가 엄청 덥긴 해. 에어컨 켰으니까 기다려봐. 그래도 더우면 온도를 더 내려. 오늘 지나고 내일 학교 갔다 오면 아빠가 집에 와 있을 거야. 놀이공원에 가야지.”


현우는 전화를 끊고 감기는 눈을 비볐다. 침대 주위를 더듬어 리모컨을 찾았다. 태섭의 말대로 온도를 더 내렸다. 리모컨에서 삐 소리가 날 때까지 최대한 온도를 내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시원해지기는커녕 더 덥기만 했다. 몸이 땅 밑으로 꺼질 듯이 무거웠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누가 밑으로 잡아끄는 것만 같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몸이 나른해지더니 축 늘어졌다. 몇 초간 혼미하더니 곧 평온해졌다. 순간 꿈속으로 빨려들어 간 현우는 놀이공원이었다. 태섭과 지숙과 함께 개구리눈이 달린 머리띠를 쓰고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다른 사람 뒤에 줄 서 있었다. 현우는 음악에 맞춰 팔짝팔짝 뛰며 몸을 흔들어댔다. 해가 떠올랐지만, 현우는 꿈속에서 나올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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