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 Mar 22. 2024

가식이란?

말이나 행동 따위를 거짓으로 꾸밈 혹은 임시로 장식함

 가식적인 사람을 좋아라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기적이거나 부정적인 사람, 개념 없는 사람들도 모두 배척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거짓말에도 하얀 거짓말이 있듯이, 가식에도 예의범절 가식이 있다. 가식은 거짓말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데, 우리들은 흔히 우리가 하는 좋은 가식적 행위들이 사회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네들이 가식을 행하고 있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나타내어 보여준다면, 회사에 채용될 수 있을까?'


 남들은 모두 때 빼고 광내며 겉치장을 했는데, 나만 편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며 평상시 차림새로 면접장을 갔다면 그것은 크나큰 실수일 거라고 말할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혹은 뽑히기 위한 식상한 면접은 싫다고, 회사의 연혁과 인재상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대답 대신에, 있는 그대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한다면, 희대미문의 전설적인 면접으로 인사담당자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가식적인 사람이 싫은가?


 어쩌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질문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질문임을 깨닫게 된다. 아마 나라는 존재 자체도 크고 작은 가식이 알게 모르게 몸에 배어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 윗사람, 동료, 아랫사람들의 비위를 챙기느라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로 조직의 문화에 융화되기 위해 항시 말과 행동에 만전을 기한다. 그 과정에서 오는 괴리감과 이질감은 스트레스로 차츰차츰 쌓이게 되고, 견디느냐 마느냐의 일생일대의 중대 기로에 서게 된다.  


어찌 보면 예의범절도 가식이지 아니한가?


 우리는 가식적인 사람들을 겉과 속이 다르다며 싫어하지만, 예의범절과 같은 가식은 매우 환영한다. 중년의 시점에서 바라보니, 가식에도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면도 있다는 간단하지만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에 가식이 없어진다면, 그로 인한 무질서와 혼란들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여태껏 너무 가식의 부정적인 면만이 부각되어 온 것만은 아니었던 건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가식 없는 세상은 어떠할까?


거짓이 없어서 좋을까?

너무나도 솔직한 대화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잦아지지는 않을까?

어머니는 자식들을 위해 자장면이 싫다고 하실까?

욕설과 폭행이 난무할까?

더 이상 인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게 될까?

비밀과 둘만의 약속이란 의미는 어떻게 될까?


 가식은 공공연하게 우리네들의 삶에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 사회적 유지 역할도 매우 크다. 글쓴이 역시 가식적인 사람을 매우 혐오하지만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우리 모두가 가식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이다. 어찌 보면 가식적인 사람 역시, 가식적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겠는가? 하나의 가면 위에 또 다른 가면을 덮어쓰고, 그것도 부족하면 또 다른 가면을 더 얹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고 불편할까? 모르긴 몰라도 그들 역시 끊임없는 가면 놀이 속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갈팡질팡하며 현타라는 게 올 것이라고 판단된다. 가식이라는 것 자체가 타인에 의한 평가이다 보니, 내가 진실을 말하고 행동해도 상대가 가식이라고 느끼면, 가식의 좋은 버전인 배려도 어느 한순간 가식으로 되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다른 이들의 사상이나 신념을 바꿀 수 있을까?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남을 변화시킨다는 게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쯤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이렇듯, 가식은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다양한 형태로 우리네들의 삶 속에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가식을 더 이상 싫어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가식적인 행동 자체가 나를 향한 타인의 노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협잡꾼들의 아부와 아첨 등을 사리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은 항상 스스로 겸비해야 한다. 그래서 배움은 항상 폭넓게 하되, 게을리하면 안 된다. 사기꾼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아는 전과 5범이나, 범죄자들 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조작되거나 거짓으로 조장된 일관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나쁜 정치인들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나의 재물을 탐내는 주변 지인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오늘 하루도 남들이 너무 불쾌해하지 않을 정도의 기분 좋은 가식을 뽐낼 수 있는 좋은 하루가 되길 기원하며 글을 줄인다.


기괴할 순 있지만, 정직함도 가식의 한 축에 속하지 않을까?
이전 01화 인간의 본능은 무엇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