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현대사회는 인간의 뇌구조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채롭게 얽히고설켜있다. 그 복잡함의 메커니즘은 풍요와 번성 그리고 종족 유지라는 여러 개의 키워드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 중이다. 이러한 시너지 덕분일까? 이 사회는 산업화와 자동화에 힘입어 엄청난 양의 식량을 끊임없이 생산해 낼 수 있게 되었고, 대부분의 현대사회인들은 직접 먹을거리를 얻기 위한 생산이나 협력활동과 같은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사람의 손을 많이 필요로 했던 과거 시골의 농경사회만 하더라도 부족한 인력 탓에 필요에 의한 다출산을 각 가정마다 당연시 여겼던 사회적 풍토가 있었다. 이런저런 연유로 과거 조상들은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공동체 생활을 하기 위해 품앗이, 두레, 계, 향약 등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공동체 문화는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시절로 여겨질 만큼 매우 생소한 문화가 되었다. 노동력의 급속한 기계화와 산업화는 더 이상 우리에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명분을 남아있지 않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과거 전통의 대가족 형태는 수많은 조각의 핵가족의 형태로 쪼개지게 되었고, 이제는 핵가족도 아닌, 1인 가구의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지금의 공동체 사회는 과거의 그것과 달리 좀 더 개인적인 색채가 뚜렷하달까?
회사라는 공동체에 소속이 되어있더라도, 철저하게 영리 집단이라는 특성상, 회사의 미래성이 뚜렷하지 않거나 개인의 성과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상호 간의 합의에 따라 당사자는 그 실리적인 공동체를 떠날 수 있고, 그 개인 역시 기계의 부속품인 양 수시로 교체될 수 있다. 목적이 뚜렷한 무리의 성격상, 당연히 그 안에서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전략과 방책들을 수없이 실행하며 반복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굉장한 양의 경쟁의 열기와 그 열기가 발생시키는 어마어마한 양의 감정의 수증기는 각 개인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삶의 과제이다.
공동체의식 없이 재산의 증식 및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
현대사회의 탈이데올로기적인 사회적 양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졌다. 자연 앞에서는 단지 나약한 한 존재일 뿐인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거부하고, 각자도생을 선택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부자연스러우면서 신기한 일인가? 다 같이 힘을 모아 물리칠 적이나 맹수도 없고, 수렵이나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현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나의 분수에 맞게 식량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남에게 싫은 소리를 안 해도 되고, 개인적 편의와 안락을 챙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고도화된 사회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인간의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은 생존이라는 테두리에 얽매여 오랫동안 봉인되어 왔다. 그 욕망과 열망을 공동체의 행복과 성공으로 치환하며 살았던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공동체에서 열외 당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던 그 시기에는 감히 개인주의적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동물들이 그 무리에서 열외를 당하게 되면, 생존의 위협을 받는 그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그것에 대한 손쉬운 접근성은 인간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개인주의적 감정에 단비를 내려주었고, 현재의 1인 가구 사회를 실현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곡선이 계속해서 우상향으로 나아갈까? 아니면 정점을 찍었으니 하락 곡선으로 방향을 틀을까?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지만 글쓴이의 생각은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의 현대 사회보다 풍요롭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한정적인 자원의 지속적인 소모 및 부족, 개발로 인한 자연의 오염 및 황폐화, 각종 질병 및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 넘쳐나는 쓰레기와 지속되는 생산. 이러한 간단한 지표들만 보더라도 우리의 미래가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는 너무나도 손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처럼 풍요로운 황금기에 감춰져 있던 개인주의적 본능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들은 수많은 개인주의적 견해들에 의해 폭격을 받고 있다. 흔히들 MZ세대라 일컬어지는 이 세대들을 비난하곤 하는데, 어쩌면 그들이 겸비한 개인사관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들을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표출해내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황금기에 최악으로 치닫는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태껏 참 많은 사람들이 바보스러울 정도로 봉사와 헌신의 마음으로 살아오고 계셨음을 깨닫게 된다. 물질적으로 넘쳐나는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빈곤을 경험하는 MZ세대들의 이유 있는 일침이 아닐까? 계산하지 않아도 보이게 되는 팍팍한 삶의 군더더기 속에서 개인주의라는 꽃을 피운 MZ세대들에게, 불합리해 보이는 상황들은 미래를 위해서 참고 견뎌야 하는 거름이 아닌, 도려내고 후벼 파야 하는 암적인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