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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May 03. 2024

번호로 구분되는 인류

나의 고유 번호

"4885!"


 교도관이 죄수들을 호칭할 때 사용하는 번호이다. 이는 죄수들의 관리를 원활히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되는 번호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 모두는 태어남과 동시에 '주민 등록 번호'라는 고유 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새롭게 태어난 인류를 좀 더 효율적으로 구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 감독 등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 번호는 자동차 번호판처럼 1명당 1개의 고유 숫자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번호를 부여받은 우리는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제공되는 혜택에 접근 권한이 생김과 동시에 생산 인구로서의 책무를 다해야만 한다. 물론 사람에게는 이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름으로 구분을 짓기도 하지만, 동명이인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생년월일을 포함한 13자리의 숫자 조합으로 구분하는 것이 보다 실용적이고 정확한 방도이다. 이러한 주민 등록 번호 시스템은 대부분의 상품들을 바코드 번호로 관리하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몸에 바코드만 없을 뿐, 그 번호를 스캔하게 되면, 나와 관련된 일련의 정보들이 일일이 나열되게 된다. 바코드 번호로 제품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것과 별 차이점이 없지만, 유일한 간극이라고 치자면, 다행스럽게도 우리들은 판매용이 아니라 관리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 나라라는 큰 조직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출생신고를 통해 고유번호 신청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철저한 관리와 통제로 인한 부작용으로는 활동 반경 제약에 의한 자유로운 출입국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의 일원으로서 세금의 책무를 지게 되는데, 그 세금은 국가의 예산중 일부이며, 그 예산은 그 국가의 일원 및 국가 그 자체에게 쓰여야만 하는 한정 자산이다. 이러한 연유로 각 국가마다 출입국을 관리하여 괜스레 한 푼도 기여한 적이 없는 엉뚱한 자들에게 그 한정 자원낭비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이로써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는 있게 되었긴 하지만, 그 대가로 인하여 자유로운 이동과 활동이 제약된 것에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거나 자라난 사람은,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사람에 비해 더 윤택한 환경, 즉, 상류층이라는 한정된 부분을 선점할 가능성이 다소 높다. 이와 같은 사실로 선진국이라는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후진국에서 출생한 사람들에 비하여 더 윤택하고, 더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나 환경이 풍족하다. 이미 수차례나 언급했지만, 자원은 항상 한정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때, 인간의 이기로 인한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가난한 나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출발선 상의 기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누가 이 세상을 공정한 경쟁사회라고 하였던가?


 알고 보면, 공정함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의 구조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그 작은 확률의 희망과 성공을 위해 우리들은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려야만 한다. 우리들이 원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의 생존 게임은 언제나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이 있을까?
 
아니면
 
너무 익숙해져서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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