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의 인생이지만, 나의 인생이라고 부르기엔 무색할 정도로 그 주도권과 결정권은 타인의 손에 항상 쥐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좀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항상 타인의 결정이 반영되어야만 한다. 지 아무리 잘났다 한들, 타인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 잘남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마음먹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쉽게 안 풀리는 것이 인생의 본질일까? 물론 잘 안 풀리는 문제를 기어코 풀어냈을 때의 쾌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힐 테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혼자만의 시간 낭비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인간 세상에서는 상호작용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 작용은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 상호작용은 무엇을 의미할까?
상대방의 니즈(Needs)를 간파하여 나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상호 보완적인 일련의 행동을 일컫는다. 반대로 상대방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나의 니즈 또한 충족될 수 없을뿐더러,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치열한 경쟁의 늪에서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본인이 나아가고자 하는 선택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만이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주도권은 누가 가지게 되는 걸까?
이전 글에서 이미 언급했었지만, 인간 사회는 너무나도 기민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곳에는 개인을 비롯한 크고 작은 조직들이 셀 수 없을 만큼 존재한다. 개인은 조직을 이길 수 없고, 작은 조직은 큰 조직을 이기기 힘든 점을 간과할 수 없을 때, 모든 결정의 주도권은 당연히 더 큰 조직으로 이관된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현상들로 인해 우리네들은 스스로 인생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힘든 운명을 타고나게 된 것이다.
자기 주도적 삶은 불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큰 의미에서 본다면, 타인의 선택받기 위한 자기 주도적 준비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나의 준비와 노력으로 인생의 항로를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할 수는 있겠지만, 각 관문마다 대기하고 있는 합격과 불합격의 순간은 나에 대한 타인의 회피할 수 없는 결정 권한이다. 이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잘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때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은 자신의 삶을 개탄스러워하며, 괜한 원망과 함께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인간 사회가 집단생활을 시작했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공생하여 왔으니,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종족이므로, 스스로 원하는 대로만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뚝심으로 호기롭게 세상과 정면으로 맞짱을 떠보려 한 적이 있다. 비록 수없이 두들겨 맞고, 또 두들겨 맞았지만 젊음의 패기와 자신감으로 꾸역꾸역 한 발짝씩 전진하던 때가 있었다. 아무리 만신창이가 됐더라도, 일보 전진한 것을 마음의 위안으로 삼으며 세상을 씹어먹겠다고 다짐했었지만, 조직 생활의 부조리와 불합리함에 큰 실망감을 갖게 되어서, 내가 속했던 조직들과 한국을 미련 없이 떠났다. 인생의 변화를 위한 몸부림 중 하나였지만 개척과 도전의 의미보다는 회피와 도망은 아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
글쓴이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혐오한다. 효율적이지 않고 불합리한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집단 사회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 실제로 비일비재하다. 아마 이러한 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분모일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하고 또 선택해야만 한다. 설령 어떤 것에 대한 결정권이 나에게 없을지언정,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환경에 노출될 수 있도록 비로소 자기 주도적 판단을 할 수 있다. 비록 타인에 의해 선택되고 평가되는 환경 하에서는 자기 주도적 결정과 성공을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을 위한 개발과 미래를 위한 자기 주도적 준비를 철저히 해 나아가다 보면, 나의 인생은 내가 원하는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은 평탄하고 편안할 수는 있겠지만, 앞사람들이 멈추면 함께 멈춰야 하고 때로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그 길이 힘들 수는 있겠지만, 때로는 쾌적한 나만의 길을 마음껏 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