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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무리의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by JJ Aug 17. 2022

 2005년 여름과 가을의 중간 그 어디쯤, 나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었다.


'전임 소대장에게 잘 길들여진 소대원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내 방향대로 이끌 수 있을까?'


 군사학교와 OBC훈련 시 배웠던 교범에는 실제 군생활에 필요한 정보는 전무하였고, 나는 또다시 맨땅에 헤딩하듯 자대에서의 삶을 배우고 익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실무와는 상관도 없는 이론 위주의 쓸데없는 교육들 덕분에, 정작 중요한 소대장 업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상태로 자대 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소대원들보다 야전 지식이 부족하니, 그들을 이끄는 데에도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했다. 짬좀 되는 상병과 병장들은 나의 지시 사항에 제동을 걸기 일쑤였고, 전임 소대장님은 그렇게 안 했을 거라며 불만을 토로하기 십상이었다. 기분이 나빴지만, 때로는 그들이 요구하는 내용들을 두 귀 활짝 열고, 가만히 들어줬어야 했다. 그들이 언급했던 그러한 내용들은 어떤 교범에도 없었으며, 어디에서도 배울 기회가 없었으니, 눈치껏 생리를 빨리 파악하여 살아남는 것만이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생존법이었다. 그렇다고 나의 지위와 권력을 사용하여 그들을 강압적으로 짓누르기는 싫었다.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더라도, 속으로는 강한 거부감만 더 키울 것임이 자명하였기 때문이다.


 하루는 내 선임 소대장님이 수심이 깊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2 소대장, 힘드냐?"
"1 소대장님, 소대원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음.. 그런 방법이 과연 있을까?"
"소대장님은 어떻게 하십니까?"
"그건, 비밀! 네 스타일을 살려봐!"


 안부를 물어놓고는 나의 심경만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선임 소대장님이 얄미로웠다. 그때 이해할 수 없는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네가 소대원들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소대원들이 너 때문에 고민하게 만들면 될 거야!"
"네? 소대원들이 저 때문에 고민할 일이 있을까요? 뭐가 있죠?"
"그건 네 숙제!"


 또다시 아리송한 수수께끼 같은 말만 남긴 채 선임 소대장님은 그 자리를 떠났다.




 야전 규범을 틈날 때마다 정독하고, 부대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악하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선하고 공명정대하게 대해주기 위해 매일 같이 마음속으로 동기부여를 하였다. 그렇게 소대원들을 관찰하며 지내는 도중에, 그들이 나 때문에 고민하는 것 한 가지가 포착되었다.


'휴가권'


 그들의 소중한 휴가권을 가지고 장난질을 칠 생각은 없었지만, 군인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휴가권을 통제할 수 있었던 나의 권리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좋은 도구가 되었다.




 나는 휴가권을 이용하여 소대원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줌과 동시에 그들이 훌륭한 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도 관리하였다.


경계를 하는 이유

훈련을 하는 이유

창고 정리를 잘해야 하는 이유 등등등


 갓난아기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 군 생활의 이유와 당위성에 대한 동기 부여를 끊임없이 해주었다. 그 결과 끌려만 다니던 소대원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였고, 그 성과 또한 남달랐다. 비록 그들이 나를 위해 충성을 다하게 만들기까지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되긴 하였지만 단단한 정신무장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게 된 나의 소대는 항상 부대 내 크고 작은 행사에서 1등을 석권하며, 모든 포상 휴가들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하게 되었다. 덕분에 다른 소대들의 불만과 시기를 한 몸에 받는 소대가 되었지만, 그런 시기와 질투는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Lead 하려면, 다른 이들보다 항상 앞장서 있어야 하고, 관련 지식도 풍부해야 하며,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결단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동기부여와 함께 남이 나로 인해 고민을 하게끔 만들 수 있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그룹의 중심에 서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남을 괴롭혀서 고민하게끔 만들라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그들이 나를 통해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끔 상황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그들을 동기 부여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연습해야 할 것이다.


쉬운 리더십은 없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먼저 보스이길 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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