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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짱ㅣ원시인 Jun 15. 2023

역마살! 오늘도 내가 뛰쳐나가는 이유

불가능한 모든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 그것이 정답이다

#역마살오늘도뛰쳐나가는이유

  

역마살(驛馬煞)은 늘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닌 다는 뜻이다. 자동차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 대표적인 이동수단은 말(horse)이었다. 불과 150여 년 전 만해도 말은 인간의 삶에서 절대적으로 빠질 수 없는 이동 수단이었다. 오랜 인류 역사 속에 말이 이동 수단에서 벗어난 것은 고작 15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인류는 말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고기를 얻었다. 또, 짐을 나르고 전쟁에 사용되면서 문명을 말과 함께 만들어왔다. 인간이 대륙을 횡단하고 종횡무진 누빌 수 있었던 것은 말과 함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리저리 마구 떠돌아다닌다는 역마살에 마(馬) 자가 단어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몇 년 전 몽골에 간 적이 있다. 몽골 테를지(Terelj) 평원에서 내가 본 것은 크리스털처럼 맑은 하늘과 커다란 바위, 그리고 밤하늘의 별과 드넓게 펼쳐진 푸른 융단의 들풀과 한가롭게 노니는 말(馬) 떼뿐이었다. 두 발로 걷는 인간 외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몽골은 정말 말(馬)이 많다. 몽골의 말은 경마장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날씬하고 멋진 털과 윤기의 *현빈, *공유 급 말이 아니었다.


 지극히 일반인스러운 작은 체구에 땅딸한 키, 그냥 보기에도 평범함이 200% 묻어나는 모습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이놈들의 선조는 동유럽과 중동지역까지 휘달리며 유라시아를 점령하는데 1등 공신이었다. 이 몽골 말은 지구력을 바탕으로 울트라 말벅지를 가진 우량한 놈이다. 우선 이놈들의 특징은 작은 체구지만 초원 지형에 최적화된 오프로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작은 키는 유라시아 대륙의 거친 땅을 마음껏 달릴 수 있고 뭉툭한 말발굽은 초원의 거친 흙에 최적화되어 있다. 낮은 키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속 슈퍼카일수록 차체가 바닥에 붙어 있듯 말이다. 그래서 내가 안정적인가 보다 잘 넘어지지 않는다.


무리 짓는 초식 동물 특성상 말들은 선두 말을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 앞 말이 걸으면 걷고 앞 말이 달리면 달린다. 하지만 이끄는 앞 말이 없고 넓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지고 말 위 인간과 마음이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말의 질주 본능이 깨어난다. 나는 그렇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말과 함께 초원을 달렸다. 몸을 유선형으로 굽히고 발걸이에 힘을 주어 바람을 가르며 균형을 잡았다. 엉덩이는 안장에서 3-5cm 떠 있다. 다리에 힘이 꽉 들어가고 말과 나는 서로를 믿고 초원을 질주했다. 뒤에는 몽골인이 말을 타고 쫓아온다. 알아들을 수 없는 몽골어로 "멈춰! 멈춰~~~~ 멈추라고!"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모른 척 달렸다. 어차피 모르는 말이니까 말이다. 아니면 영어로 STOP!!!이라고 하든지? 나는 그렇게 런어웨이 했다.


나는 말안장 위에 올라 타 이정표 하나 없는 초원을 내 달렸다. 거친 땅과 제 멋대로 자란 풀들을 헤치고 달리는 말 위에서 보는 테를지의 풍경은 인간에 의해 탄생된 세상 어떤 구조물과도 비견될 수 없었다. 그만큼 몽골의 자연은 내 마음속 깊이 들어와 바람을 느끼게 해 줬다. 말을 타거나 달릴 때면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내 몸을 감싸는 바람을 느끼기 위해 나는 오늘도 운동화를 신고 달리고 달린다. 몽골 초원을 질주하는 말처럼 말이다.

                                                                                                                    [출처: 구글 이미지]


몽골만큼은 아니지만 그나마 옥상 방수 페인트가 서울 시내를 푸른 초원으로 만들어 준다. 무슨 말일까? 옥상 방수 페인트는 99% 녹색이다. 굳이 녹색을 사용할 필요는 없는데 옥상 방수 페인트는 어느덧 녹색이 국룰이 되어 버렸다. 우리에게 늘 일상적이었던 그 모습이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외국인 눈에는 온통 옥상 정원으로만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은 참 친환경적인 나라예요. 도심 속 옥상정원이 이렇게 많다니요."


서울 메트로폴리스 옥상정원을 훌쩍 넘어 작은 도심 근처에 살지만 왕숙천이라는 범접할 수 없는 자연경관 덕분에 옥상정원 대신 진짜 녹지를 누리고 호강하며 살고 있다. 한반도에 인간이 살아오기 시작한 구석기시대에 강가나 바닷가에 살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안정적인 식수와 조개 같은 채집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연과 함께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사람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매우 다양하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인간의 본능적인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최소 과거에 비해서는 말이다. 달리기 예를 들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없던 시절에는 시공간을 넘기가 어렵기에 혼자서 뛰고 만족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성취감을 높이고 내적 동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타인과의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러너로 더욱 끌어주는 내적 동기가 된다. 이런 소셜미디어 공유를 통해 꽤나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러닝은 바로 그것이다. 달리기라는 귀찮고 아무래도 재미없는 운동이라는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 다른 운동에 존재하는 스릴과 흥미와 극적인 부분을 넘어서 달리기의 재미를 찾아내고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질병, 스트레스, 사고) 것에 대해 준비한다. 달리기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천하의 건강함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멋지고 예쁜 몸매는 덤이다. 그렇게 또 질끈 신발끈을 묶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자. 자연을 맘껏 느끼면서 달리자. 소파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리모컨과 하루를 보내는 카우치포테이토 삶에서 벗어나보자.



셜록홈스가 말했다.    

-불가능한 모든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 그것이 정답이다.

'나는 못해!'라는 불가능을 제외하면 우리는 언제든 달릴 수 있다.


*현빈: 손예진 남편

*공유: 쉐어링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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