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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짱ㅣ원시인 Jun 17. 2023

반환점이 들려주는 이야기-터닝포인트

존 로크의 체덕지

#반환점이들려주는이야기


나는 달리기 전 어느 코스로 달릴지 생각한다. 물론 달리다 보면 늘 뻔한 곳을 달리지만 말이다. 나는 주로 한강을 향해 달린다. 나에게 한강은 정신적, 육체적 목표가 되었다. 한강은 나의 반환점이다. 한강의 윤슬과 눈맞춤하고 터치하는 순간 나는 한강을 등지고 달려온 발자국을 따라 다시 달린다.


가끔은 하프를 뛰고 싶을때가 있다. 물론 비장한 마음을 잔뜩 품고 몸이 조금 올라왔다 싶을 때 조심스럽게 마음 먹는 목표다. 그래 이번에는 하프다. 하프 완주를 멋드러지게 하기 위해 한강을 지나 서울 방향으로 꺽어 달린다. 한강을 따라 워커힐호텔 문턱에 닿으면 나는 이를 반환점 삼아 다시 집을 향해 달린다. 이렇게 달리면 딱 내게 하프 코스다. 워커힐호텔이 하프 코스에 반환점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인생의 반환점이 지났다. 그렇다면 생물학적 인간의 반환점 시기를 늦추기 위한 인간적인 노력은 최대한 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노동을 통해 끊임없이 근육을 단련시키고 예쁘게 먹는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습관만이 인간의 반환점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는 언제 어떻게 먼지처럼 사라질지 모르는 빈약한 존재지만, 땀을 흘리는 순간만큼은 내 건강함을 세상에 보여준다. 운동이라는 것은 몸과 마음에 건강함에서 시작되는 오아시스 같은 순간이다. 생면의 근원은 건강한 육체에서 시작된다. 건강한 육체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맑은 정신과 마음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교육을 성실히 수행 하였다면, 토마스 홉스, 장 자크 루소, 존 로크 사상에 대해서는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모두 17세기 영국의 사상가로서 사회와 인간과의 관계를 성악설과 성선설로 구분하여 사회계약론 펼치며 공부 머리를 아프게 했던 대표적인 사상가이다. 이중 로크의 초상화를 보면 보통의 초상화와 다른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초상화는 보통 가장 멋지고 예쁜 상태의 인물을 그리는데 뭉크의 절규와 같은 사람의 초상화다. 삐적 마르고 흰머리가 가득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 이상한 초상화의 주인공은 바로 로크이다.


그는 평소에 병을 많이 앓았다고 한다. 초상화에 깊게 스며들어 있든 쾡한 눈과 주름이 육체의 나약함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로크는 인간을 지(知)-덕(德)-체(體)가 아닌 체(體)-덕(德)-지(知) 순으로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체력을 강조했다. 인간은 깊은 지식과 선한 덕목 보다 체력이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육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깊은 앎과 선한 덕목은 넘쳐 흘러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로크는 이를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영국의 사립학교들은 스포츠클럽이 필수다. 건겅한 몸을 기본으로 인간으로서 덕목을 가르친 후 지식을 그 위에 담는 형태로 아이들을 교육한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게으름 나태함과 짜증, 우울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했던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건강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로부터 나온다.(A sound mind in a sound body)” - 존 로크 왈왈~


러닝이나 사이클과 같이 특정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운동의 장점은 코스가 있다는 것이다. 마음것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날씨의 영향으로 다람쥐 챗바퀴 돌 듯 실내에서 트레드밀이나 자전거 로라에 의지해 인도어로(indoor)도 운동을 한다.


거기에 IT가 접목 되면서 즈위프트와 같은 가상 운동 툴의 화면을 보면서 맑은 공기를 가슴 속에 가득 담고 들판을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상현실이 우리 몸을 착각에 빠드려 준다. 넌 뉴욕 센트럴파크를 달리고 있는거야, 넌 런던 리젠트파크를 라이딩하고 있는거야 라고 말이다. 가상이든 현실이든 러닝은 코스를 마음껏 달리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운동이며 중력이 당기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만의 코스가 될 수 있다.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운동하기도 하지만 역시 바람을 느끼고 세상을 느끼며 달리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코스가 있다는 것은 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코스이냐에 따라 거리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발지점에서 도착지점까지 돌아오는 순환코스가 있다면 특정 반환점을 찍고 이동한 만큼 다시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내가 딜리고자 했던 코스에서 반환점이란 목표에 반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내가 달릴 거리에 반을 달렸음은 나머지 반을 다시금 채워야 한다는 무언의 다짐이기도 하다.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뛰쳐나가는 것이 어려움의 반을 넘었다면, 운동화의 쿠션감을 느끼며 목표의 반의 어려움을 채운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내가 최종 달려야 할 목표에 도달하면 된다. 이제는 진짜 나와의 싸움이다. 반환점을 지날때 즘 몸은 이미 달리기에 최적화가 되어 도파민에 극도로 취해 있을 때이다. 페이스가 느려질지는 모르지만 남은 체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마지막 반을 채워 나가다 보면 어느덧 나만의 결승점을 통과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쾌감과 흠뻑 젖은 땀을 얻게 된다. 내 몸이 젖은 만큼 더욱 난 성장하게 된다. 육체에서 뿐만 아니라 내 삶에서 말이다.


이제 풀코스의 반(하프: 21km)을 왔으니 나머지를 채워보자.



나는 살아 있다. 그래서 나는 달린다. 그렇게 세상을 느낀다.(I am alive. So I run. That's how I feel the world.) - Won. J.Y.


<이미지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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