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짱ㅣ원시인 Jun 14. 2023

파티원을 구하지만 늘 솔로잉

나는 늘 솔로잉이다. 그렇지만 외롭지 않다.

#파티원을구하지만늘솔로잉


지나친 애연가였다. 지금도 담배는 내게 찰떡궁합처럼 꽉 차게 잘 맞는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더욱더 흡연은 유산소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느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잘 달리기 위해서는 몸뚱어리를 최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담배는 체력을 반대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흡연은 내 몸에 대한 공손함이 아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담배는 나와 멀어져야 했다. 담배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사랑했다 담배야~


달리기에 좋은 점 중 하나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울리고 수다 떨며 남에게 뽐내기 좋아하는 동물이기에 혼자보다 여럿이 하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운동 정보도 공유하며 나의 능력치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된다. 바로 시너지 발휘다.


상투적인 말이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간다.' 우리는 오래 달리는 업종이라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든 초보일수록 다른 러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크루나 지역 동호회 등에서 함께 달리는 것이 좋다. 대회정보도 얻고 같은 유니폼도 입고 혈연, 학연, 지연처럼 또 하나의 공통분모를 만들어 안정감을 갖고 운동을 하게 된다.


반면 솔로잉은 크루 간 모임에 시간을 굳이 낼 필요 없이 나 혼자 마음 내킬 때 그냥 달리면 되는 장점이 있다. 거기에 다른 러너들 호흡을 쳐다볼 필요 없이 내 맘대로 달릴 수 있어 좋다. 주변 풍경도 보고 에어팟 깊게 꽂고 지나가는 아가씨의 얼굴 표정도 본다. 강아지를 점잖게 산책시키는 할아버지도 보면서 나만의 페이스로 여유 있게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룹으로 달리면서도 가능하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생각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이다.


자전거는 팀라이딩이 확실히 기록 향상에 좋고 편하게 탈 수 있다. 잘 타는 사람이 앞에서 끌어주며 공기저항을 온몸으로 다 받으면 뒤에 붙어 가는 팀원들은  무임승차를 하게 된다. 마치 태풍의 눈에 들어온 것처럼 무풍 속에서 저절로 페달질이 될 정도로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이것이 드래프팅 일명 피 빨기다. 앞에서 리딩하는 팀원이 바람을 뚫고 온몸을 불사르면 천천히 뒤로 흐르며 다음 주자와 로테이션을 한다. 그러면 서로 힘을 나누어 멀리 그리고 더 좋은 기록으로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이다. 속도가 오를수록 바람의 저항은 커지고 몸속 저장된 글리코겐은 빠르게 소진되어 뱃살 지방까지 태우게 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물의 저항이 세기 때문에 앞에 선수 뒤를 바짝 따르거나 물살이 펴지는 허리쯤에 따라붙어 가면 물의 저항을 최대한 적게 받아 드래프팅을 할 수 있다. 이것과 유사한 동계 올림픽 종목으로는 스피드스케이팅에 매스스타트와 팀추월 등이 있다. 똑같이 드래프팅을 잘 활용해야 좋은 기록으로 보답이 되는 것이다. 잘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시스터가 온몸을 불살라 희생해 주는 것 막판 스퍼트는 뒤에 숨어 있던 주인공이 짜잔 튀어나와 결승선을 먼저 밟고 우승하는 것이다. 어시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힘까지 공기 터널을 만들어 주며 주인공을 결승선에 밀어 넣는 역할을 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비해 달리기는 공기저항을 크게 받지 않는다. 물론 거친 바람은 달리는 속도를 늦추거나 밀어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저항도 그만큼 적다. 그래서 팀 러닝에 따른 체력 소모는 많지 않다. 체력 안배라는 부분에서 팀 러닝에 대한 장점은 사이클과 수영 같은 종목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함께하기에 든든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서로 격려하며 달릴 수 있기에 우리는 함께 달리는 것이다.


팀 러닝과 솔로잉 어는 한쪽만 하기보다 같이 병행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혼자 솔로잉 하는 분들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솔로잉을 한다. 나는 팀러닝 보다 솔로잉이 더 좋다. 나만의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을 때 마음껏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페이스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달리수 있는 것도 큰 장점 중에 하나다. 사실 무엇인가에 얽매이기 싫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때로는 고독이 필요하다. 그래 지금은 멍 타이밍이다.


나는 늘 솔로잉이다.

그렇지만 외롭지는 않다.

같이 달리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이 되었든 바람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이전 15화 부상으로 인한 러닝 중독자의 금단현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