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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짱ㅣ원시인 Jun 12. 2023

운동이 먼저냐 기록이 먼저냐

기록은 운동 길이를 늘려준다.

#운동이먼저냐기록이먼저냐

  

부지런하지 못해 미라클 모닝은 남들 이야기다. 그래도 아침을 달릴 때가 있다. 모닝런이라고 해봐야 아침 8~9시에 출발하면 그나마 다행.. 늘 그렇듯 왕숙천에도 해가 떠올랐다.

떠오르는 햇빛을 느끼려고 온몸을 바짝 펼치고 달린다. 하얀 피부는 이미 남 이야기니 검게 그을리는 것을 감추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나마 몸뚱이는 최소한의 옷가지를 걸쳐 레이저 같은 자외선으로부터 살갗을 보호한다. 하지만 나머지 부위는 주인 잘못 만나 그냥 까매진다. 어차피 하예질 수 없으니 까매지자라는 주인장 신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예의상 썬크림을 발라주고 뛰쳐나간다. 구릿빛 피부는 쏟아지는 햇살로 점점 탐스러워진다. 나는 강한 햇빛을 받으려고 온몸을 쫙 핀다. 팔뚝 안쪽도 다 태우거라 외치며 양팔을 벌리고 열십자로 달린다. 남들이 보면 아마도 고개를 갸우뚱 할지도…


생동감 넘치는 육체는 영혼에 활력을 심어 준다. 거기에 다가오는 따가운 햇살 이놈은 날 태운다. 강한 햇살은 비타민D를 화수분처럼 분출시켜 준다. 달리며 까매져 더욱 강해지자. 까맣다는 것은 운동 마일리지의 반증이다.


달리다 보면 거리와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인간의 본성은 자발적 성장이 아닌가? 내적동기 말이다. 이것은 인간의 행위에 아주 큰 자극이 된다. 근육을 키우려면 자극을 줘야 한다. 자극이 근육 섬유질을 파괴하고 몸은 이를 더욱 탄탄하게 보강을 하면서 근육은 커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파괴적인 자극이 없다면 근육 성장은 없다. 운동 자극(근섬유 파괴)을 주기 위해 기록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기록은 갓 글쓰기를 시작할 때부터다. 단순히 불러주는 말을 받아 적는 받아쓰기에서 일기로 넘어가며 우리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릴 때 일기를 보고 웃으며 그날의 추억에 잠기는 것처럼 기록은 그 사람의 삶을 말해주고 미래를 들려준다. 조선왕조실록의 위대함은 500년 조선의 모든 역사를 한순간 한순간 놓치지 않고 기록한데 그 가치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500년 왕조가 이어진 것은 거의 없다고 한다. 거기에 그 시대를 모두를 기록물로 남겼다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인류의 유산인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민족이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나의 운동의 시작은 미천할지라도 운동을 하나하나 기록한다. 기록은 운동량을 늘리고 운동 패턴을 파악하고 현재 운동 기록을 바탕으로 더욱 채찍질하여 운동하도록 만들어 준다. 내 의지와 심장에 동기를 마음껏 불어주는 것이다. 귀찮음을 이기고 기상령을 넘어 현관으로 나가 운동화 끈을 질끈 묶게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달리고자 하는 모티베이션의 실현이다.  


우선 기록을 하려면 일기장에 일기 쓰듯 남겨야 한다. 달력과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스마트기기의 운동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자동으로 누적기록이 되고 GPS기반 코스, 심박, 시간 등을 자동으로 체크해 주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맞는 스마트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을 찾아서 활용하면 운동을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기록을 관리할 수 있다. 기록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달리기의 경우 1회 달릴 때 내가 뛸 수 있는 거리를 정하고 그 목표에 맞게 일정하게 달리는 것이다. 어떤 이는 3킬로만 매일 뛰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는 5km를 주 3회 정도 달리는 사람이 있고 자신만의 패턴과 여건에 맞게 달리 거리를 정한다. 그리고 월별로 달리기 마일리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다.


나는 특별한 경우(달리다 폭풍 후로 인해 비바람 싸대기 맞는 경우) 아니면  12km(집-한강 왕복 거리)를 꾸준히 달린다. 매번 같은 코스를 달리다 보니 1km 당 체크포인트를 정확히 알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2km의 어젠다가 내 머릿속에 콕 박혀 있다. 매번 달리는 코스이기 때문에 내 몸의 컨디션과 변화에 따른 기록이 주는 의미를 바로 이성으로 파악하고 몸 상태와 운동량을 스스로 체크한다. 어떤 날은 1km 지점에서 페이스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를 듣고 초반부터 페이스 최악이네! 다리가 좀 무겁다. 남은 거리 어찌해야 하지?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남은 거리를 유지한다. 4km 지점쯤 되면 몸이 좀 올라와 러닝하이 지점이 오는 경우가 있다. 이 4km 지점까지가 러닝 구간 중 가장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구간이다. 그 이후부터는 그냥 물 따라 세월 따라 내 몸 따라 다리가 이끄는 대로 그대로 달린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러닝하이의 약발은 떨어지고 종반부에는 마지막 12km 페이스를 알리는 알람이 울리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항상 마지막 종반부가 조금 있음 완주라는 심리적 오만함으로 가장 힘이 든다.

  

자전거를 오래 타서 인지 앞에 누군가 달리면 따라붙으려는 성질머리가 있다. 자전거는 드래프팅을 하기에 앞사람을 쫓아가면 10~20%의 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달리기는 러너 얼굴 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지 않는 한 그 효과가 미미하지만 이런 습관 때문에 페이스를 조금 오버하는 경우가 있다. 기록을 쌓다 보면 기록을 높이고 싶고 상대 기록에 대한 자극을 받으며 상대만큼 이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경쟁이라는 것은 기록을 향상하고 운동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해 준다.


보폭은 겸손하고 발차기는 성실하게 내달리다 보면 점점 장거리형 근육을 장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달리기는 내 인생에 목표가 된다. 내가 누려왔던 수많은 목표 중 하나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달리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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