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둘째네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둘째 며느리가 아이를 갖게 되어 몸에 좋은 음식을 사주려고 추어탕을 추천했더니 한 번도 안 먹어 본 음식이란다. 그래서 비슷한 음식으로 설명을 하고 맛도 괜찮고 거부감도 없다는 설명을 하며 추어탕집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내가 자주 다니던 집인데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오지 못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두 자리에 손님이 있고 주인아주머니 얼굴이나 모든 것이 예전 모습 그대로다.
추어탕 4인분을 주문했다.
먼저 밑반찬이 나와 맛을 보는데 역시 맛있다. 간결하면서도 정갈한 밑반찬은 몇 해 전이나 그 맛에 변함이 없었다. 드디어 추어탕이 나왔다. 우선 추어탕이 처음인 둘째네 내외에게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기호에 따라 산초와 후추를 치고 들깨가루를 넣어 먹는 것이라 알려주고 먹기 전에 국물부터 맛을 보라고 권했다.
첫술이 괜찮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선입견 때문에 먹어보지 못한 추어탕이 처음인데도 잘 먹는다. 30년을 살아가며 추어탕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니 내 책임도 있을 것이다. 하긴 요즘에는 음식문화가 예전과 다르게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왜 추어탕을 사주지 않았을까? 아마 외식을 할 때 추어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싫다는 반응을 보이며 다른 음식을 먹자고 해서 그랬을 것이다.
처음 먹는 음식은 식당 선택이 중요하다.
선입견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아주 맛있게 잘하는 식당에서 먹어 봐야 한다. 특히 간장게장이나 추어탕 등 특별한 재료로 만드는 음식은 처음에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두 번 째는 싫어하는 음식이 되어버리기 마련이다. 이렇게 먹기 싫은 음식이 생기는 이유는 처음 먹었는데 배탈이나 식중독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어설프게 하는 집이 아니라 찐맛집을 가야 하는 것이다.
며느리가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아직 입덧은 없지만 처음 먹는 추어탕인데도 시원한 깍두기를 올려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요즘에는 추어탕을 끓일 때 미꾸라지를 믹서로 갈아서 하기 때문에 괜찮지만 추어탕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미꾸라지 생김새를 생각하면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탕을 끓이다 보니 먹는 사람에 따라 보기에 불편했을 수 있다. 물론 통째로 넣은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늘 한결같은 집이 좋다.
추어탕을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며 주인아주머니께 말했다. 예전에 많이 왔다가 몇 년 만에 다시 왔는데 아주머니 얼굴도 음식 맛도 변함이 없어 정말 맛나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했다.
역시 사람도 음식도 변함이 없어야 진국이다.
다음에는 둘째 며느리에게 무엇을 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