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기억 속에서부터 길을 걸었다. 길에서 자고 길에서 먹고 길에서 사랑을 했다.
함께 떠났던 자들이 모두 별들로 돌아가고 난 후에도 길을 걷는 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길에서 만난 다른 발로 걷는 자, 땅 위와 그 속을 걷는 자, 바람과 걷는 자, 형상 없이 걷는 자, 존재하면서 존재치 않은 채 걷는 자들을 기억한다.
때로는 길을 잃었다. 길 위에서 길을 잃으며 길 위에 지극히 홀로 서다. 오로지 텅 빈 공간만이 시간을 감싸 안는다. 시간에게서 다른 체취가 느껴진다. 마른땅에 물기가 더해져 먼지와 비릿함이 머릿속에서 요동친다. 울었던가 웃었던가.
길은 찾기 위해 숲에 들다.
숲에서 자고 숲에서 먹고 숲에서 사랑을 했다
오래된 원시의 숲에서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 새벽 선잠에서 깨워 앉히고 길을 묻다.
길도 걷는 자도 존재치 않다는 가르침에 다시 길을 걷는다
오늘도 길을 길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