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라는
너의 말에
그렇게 뒤돌아 오는 게 아니었다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부르던 너를
그렇게 두고 오는 게 아니었다
두려웠던 거지
다그쳐 물으면
네가 사라질 것 같아서
쫒기 듯 돌아서서
반쯤은 희끗해진 머리가
채 눈물을 가리지 못하고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그날 나는
너의 손을 잡고 달려야 했다고
너를 지킬 힘이 있을 때까지
이제와 이깟 편지가 무슨 소용이련만
그대에게 닿을 수 있는 건
편지 하나이기에
그대에게 보낸다
어린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