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평의 대지에 서른평 남짓 집을 짓고 나머지는 잔디밭과 꽃밭 그리고 텃밭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 나의 집은 그저 보는것 많으로도 기쁨이다. 지금 이 봄에는 여러가지 나무에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그중에서 오가피나무, 참죽나무, 음나무들은 어린순을 따서 나물로 무쳐먹으면 정말 맛있다.
또 텃밭에는 추운 겨울을 이겨낸 루꼴라가 꽃을 피우고 딸기도 노랗게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울릉도 부지깽이 나물과 섬초롱나물, 우엉잎, 부추, 대파, 쪽파, 치커리 그리고 돌나물 등은 밥상에 올라와 우리 부부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텃밭에 앉아서 나물을 하나하나 다듬는 일부터 씻어서 반찬으로 먹기까지 이들은 나에게 아주 큰 기쁨을 안겨다 준다. 친구들은 까매진 나의 얼굴빛을 보고 채소 그거 얼마한다고 사서 먹지 그러냐고 하지만 난 그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보낸다. 그들에게 소중한 나의 기쁨을 남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돌나물을 한바구니 가득 수확했다. 또 통통하게 잘 자란 쪽파도 한웅큼 뽑아서 다듬었다. 어릴적 엄마가 해주시던 돌나물 물김치를 해먹어보자는 심산이다. 엄마손맛은 안나겠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엄마를 좀 더 가까이 느낄수 있을것 같아서이다. 텃밭 한구석에서 눈길 몇번 주지 않았는데도 이쁘게도 다글다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먹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위의 이 꽃은 루꼴라라는 꽃이다. 루꼴라의 특이한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식구들은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루꼴라와 고수는 텃밭에서 늘 항상 자라고 있고 일부 먹다가 그대로 두면 저렇게 화려한 꽃을 보여준다. 오늘도 이쁘다 이쁘다를 소곤거려 주었다.
위의 노란꽃은 민들레다. 이른 봄에 피어나는 이꽃은 어찌 이리 이쁜지 나는 뽑아야 할 풀이 아닌 꽃으로 고이 모신다. 옆집 할머니께서는 씨앗이 온 동네로 날아다닌다고 얼른 뽑아내라고 성화를 하시지만 나는 대답만 찰떡같이 하고 몰래몰래 키우고 있다.
식물과 동물에 마음을 내주고 싶은 나의 마음은, 미국의 타샤튜더라는 동화작가를 보면서 시작이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은퇴하게 되면 전원생활을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 나는 한가지 꿈이 있다. 좀 더 넓은 땅에 작은 집을 짓고 더 많은 식물들을 심고 오가는 동물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 500평에서 1000평 정도면 좋겠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지만 땅값이 만만치가 않아서 부담이 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