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척하는 유전자

대부분의 유전자는 스위치 역할, 다른 말로 환경의 역할을 담당한다

by 강하단

MT가면 열심히 일하는 구성원이 있지만 주위를 맴돌며 정작 일을 하지 않는 다수도 꼭 있다. 초등학교 학급 청소시간이 되면 열심히 책걸상 옮기고 바닥 청소하고 마무리까지 하는 몇몇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하는 척하는 학생도 있다. 개미집단을 보고 있노라면 무언가 운반하면서 일하는 개미도 있지만 눈길을 따라가 보면 그냥 계속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개미도 적지않게 발견한다. 인간 유전자도 비슷하다. 많은 유전자가 본분으로 믿고 있는 생체기능 단백질을 생산하지는 않으면서 DNA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듯 보인다. 밥하는 척, 청소하는 척, 일하는 척, 만드는 척만 하는 존재가 어디든 꼭 있다. 보이는 그대로 이들이 정말 쓸모없을까? 물론 그건 아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이들이 실제로는 작동하는 유전자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이 없으면 집단, 군집, 사회는 벌써 무너져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 군집의 개념을 대중이라 부른다.


DNA는 수십조의 염기로 구성되며 염기가 조합된 유전자가 있다. 인간의 경우 약 23,000개의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 약 2% 정도만이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나머지 98%가 무슨 일을 하는지 과학도 아직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자리만 차지하고는 2%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을 소비만 하는 기생인지 또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아직은 모른다. 인간의 뇌도 이와 비슷한데 기껏해야 뇌의 10%를 사용한다고 한다. 나머지 90% 이상은 기능하지 않는다고 해야할지, 대기 중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어떤 일을 하는지 밝혀 지지 않았다. 98% 유전자와 90% 뇌는 여분인지, 대기 상태인지 또는 심하게 말해 쓰레기 더미인지 모른다.


사람보다 적은 수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동물은 많다. 그런데 사람과 비슷한 유전자 또는 많은 수를 지닌 동물도 많다. 닭의 유전자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보다 많은 유전자를 갖는 식물도 꽤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2%의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 물질의 여러 기능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록 단백질을 만드는 기능은 하지 않지만 미지의 역할을 하는 98%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쓸모없어 보이는 98%가 하는 일을 상상해보자. 첫번째, 단백질 생산 기능을 담당하는 2% 유전자 작동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함께 청소하는 척 해주니 소수의 모범생들이 열심히 청소한다는 가설이다. 다수의 국민이 지켜보니 극소수의 정치인들이 정부와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지켜봐주면서 스위치를 켜주고 때로는 꺼버릴 수 있는 다수의 존재이며 이는 우리 사회 대중의 모습과 닮았다. 국민과는 다른 대중의 역할이고 특성이기도 하다. 두번째, 98% 유전자가 비록 단백질 생산은 하지 않지만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세번째, 2% 유전자가 제대로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서치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유전자를 물려받을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한다고 볼 수 있다.


작동하는 2% 뒤에는 작동하지 않는듯 보이는 98%가 있다. 4가지 가설 중 하나가 정답일 수도 있지만 왠지 4가지 모두 일것 같다. 이는 우리 사회 다수인 대중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분자 레벨의 유전자는 사회의 대중이라는 개념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이해가능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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