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는 매일 과일 경연 대회가 열렸다. 상인들은 달콤하고 향이 좋은 복숭아에 높은 값을 매겼다. 맛없고 못 생긴 복숭아는 자주 외면받았다. 떨이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맛없고 못 생긴 복숭아가 맛, 향, 형태는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맛없고 못 생긴 복숭아 연대는 사람들에게 차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사람들은 두 갈래로 나눠져 싸우기 시작했다. 헐값이 매겨진 복숭아도 소중하므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복숭아 주제에 사과문 요구가 웬 말이냐, 자기 가치가 없는 걸 어쩌란 말이냐. 끝이 나지 않았다.
복숭나라의 국왕 복숭만세는 공식석상에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돈이 안 되는 것은 하찮게 여기는 풍조가 이런 사태를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복숭아라는 존재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모든 복숭아는 축복 속에서 태어납니다. 조금 다르게 생기고, 조금 다른 맛이 나고, 조금 멍들어 있어도 자연이 낳은 복숭아는 사랑의 증거입니다. 우리나라에 방문해서 상품이 아닌 복숭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감동을 느껴보세요.
복숭만세의 선언에 반응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안고 복숭나라에 입국했다. 품종과 상태에 따라 나누어지지 않은 야생의 복숭아가 거리에서 웃으며 뛰어놀고,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했다. 복숭아향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복숭아가 내뿜는 자유를 느낀 사람들은 위안을 얻었다. 모두 복숭나라가 평화롭고 아늑하다는데 동의했다. 사람들은 달콤하고 향이 좋은 복숭아와 서로 교감하며 친해졌다.
그동안 맛없고 못 생긴 복숭아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봉사활동에 전념하며 선한 영향력을 퍼트려 봤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복숭아는 변하지 않았다. 노력해서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질투를 느낀 맛없고 못 생긴 복숭아는 달콤하고 향이 좋은 복숭아를 공격했다. 복숭아끼리 뒤엉켜 주먹이 오가고, 발길질이 난무했다. 복숭아는 서서히 껍질이 벗겨지고, 과육이 터져 나갔다. 눈물인지 과즙인지 모를 물이 흘렀다.
상인의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 이렇게 상처가 생겼지. 이건 떨이로도 못 팔겠는데. 상인은 손님에게 상태가 안 좋으니 공짜로 가져가라고 했다. 손님은 올해 복숭아가 이상하다며 SNS에 글을 썼다.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복숭아가 전염병이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복숭아를 외면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과일 경연 대회가 열렸다. 상인들은 복숭아를 대체할 달콤하고 향이 좋은 다른 과일에 높은 값을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