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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봄 Oct 20. 2023

뭐든 영원한 건 없어

커피

커피를 좋아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른한 오후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내 기억에는 그랬다. 그런 날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온다. 집집마다 다니며 물건을 파는 분이었는데 우리는 이렇게 불렀다. 이분이 엄마의 고향 분인지 아니면 장사하던 분을 알고 지내다 단골이 되어 그랬는지 친척 같은 느낌이었다.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오시면 어른들 자리임에도 끼어들고 싶어 진다. 왜냐면 다양한 물건을 보따리에 지고 와 마루에 한가득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화장품이나 옷가지, 자잘한 소품들과 간단한 음식까지. 음식에는 코코아나 인스턴트커피, 커피 크림 등도 있었다. 당연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매번 물건을 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흥정보다는 사는 이야기가 더 많이 오고 갔다. 어른들 이야기라 그랬는지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엄마가 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커피를 처음 마신 건 그때였다. 한참 뒤에 커피를 더 자주 마시게 된 건 자판기 커피를 쉽게 접하면서였다. 커피라기보다는 달달하고 따듯한 음료였다는 말이 맞겠다. 커피와 크림, 설탕의 비율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인스턴트커피도 좋아했지만 분쇄된 원두커피를 파는 곳이 많아지면서 커피 메이커를 이용해 향을 즐기는 커피를 마시게 됐는데 그때부터 진정 커피를 좋아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부터 찾기 시작했으니까. 빈속에 마시면 속이 부대낄까 봐 뭔가를 대강 먹고 난 뒤에 커피 마실 준비를 했다. 밥보다 커피가 더 중요했다고 할 만큼.        

   

햄버거 가게에서 아메리카노를 팔기 시작할 무렵에는 커피에 관한 궁금증이 커져 책을 여러 권 찾아보기도 했고 개인 카페에서 하는 핸드드립 수업을 듣기도 했다. 급기야 바리스타자격증반에 등록해서 열심히 다니기도 했는데 자격증보다는 커피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자격증을 따고 나니 카페에서 자원봉사 할 기회도 생겼고 자원봉사를 얼마간 하다가 시간제로 일하기도 했다. 일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커피에 대해 알려주는 간단한 수업을 하기도 했다. 혼자 커피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수업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커피에 대한 즐거움을 나눈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렇게 커피 사랑은 계속됐다.           

뭐든 영원한 건 없다고 자격증반에 다닐 즈음 알 수 없는 위통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었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는 건강도 나빠져 더는 커피를 즐기지 못하게 됐다. 한동안 못 마신 적도 있었고 요즘은 그나마 디카페인 커피로 만족하고 있다. 커피를 하루에 대여섯 잔을 마셔도 괜찮던 시간은 이제 오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 향에 마음이 진정된다.           


친정에 들르면 아버지가 꼭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네가 왔으니 커피나 마시자 “ 그럼 바로 물을 끓이고 커피 믹스를 탁탁 털어 잔에 담아 놓는다. 물이 끓으면 물을 붓고 잘 저어 자그마한 쟁반에 아버지가 드실 커피잔을 올려놓고 말한다. “아버지 커피 준비됐어요. 방에 가져다 드릴까요? “ ”아니다. 내가 나가마 “ 그렇게 커피를 마주하고 거실에 켜 놓은 티브이를 보며 커피를 홀짝인다. 엄마는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다. 그때 마신 커피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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