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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n 09. 2022

3 day : 워치의 목표 걸음수는 꺼두셔도 좋습니다

쉼을 위해 걷습니다

아마 끝없이 펼쳐질 핸드폰에 대한 논쟁은 국내 S사와 해외 A사, 어느 회사의 제품 품질이 더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어느 회사의 것이든지 얼마나 그 핸드폰의 기능을 모두 다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두 회사 이외에도 핸드폰 시장은 디자인과 기능 전쟁인 가운데 우리는 점차 단순하게 핸드폰이 가진 기능만으로 만족하기 힘들어졌다.

가전제품과 스피커 등 생활에 사용되는 많은 물건들에 '스마트'를 붙여 핸드폰과 연동되는 기능들이 탑재되었고, 요구도가 높아진 만큼 새로운 상품들이 쏟아지듯 출시되고 있다.


신기하게만 바라보았던 상품들은 이젠 생각보다 쉬운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저 시간을 알려주고 액세서리로만 착용해왔던 시계 역시나 '스마트 워치'라고 불리며 재발견이 이루어졌다.


몇 년 전부터는 소위 말하는 '얼리어답터'들 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스마트 워치가 사용하기 편하고 기능이 늘어나게 되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워치의 용도는 단연 '운동'을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메시지나 알람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손에 무언가를 쥐지 않고서 편하게 운동하며 나의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게 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친한 동생의 전 남자 친구가 선물했던 것을 버리지도 못하고 하고 다니지도 못하니 그저 처치곤란의 물건이라고 하며 내게 주었다.

당시 스마트워치는 고사하고 시계조차 없던 나는 별생각 없이 기쁘게 건네받고서 워치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스마트워치는 귀찮은(?) 존재였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앉아있는다고 스트레칭을 권유하는 알람이 왔다.

앉아서 PC로 업무를 보는 내게 스트레칭을 강요하는 잔소리꾼이 있으니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카카오톡이나 메시지 알림을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스트레칭 알람을 잠시 꺼두고 꿋꿋하게 착용하고 다녔던 나였다.




내가 '쉼을 위해 걷기'를 실천하기 전에는 운동을 기록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 하루에 만보를 채운다거나, 특정 운동을 몇 분 동안 실천하면 몇 kcal가 소모되는지 계산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나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어떤 목적을 가진 운동과 고점을 향해 정진하는 활동들에 지쳐있었기에 더 이상 무언가를 목표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노력하기 싫은 것보단 하루에 목표한 수치를 채우지 못했을 때 스스로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했단 패배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둘째 날 까지는 열심히 그 목표 걸음수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침운동을 끝낸 후 저녁시간까지 직장 내에서 걸을 일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쓸데없이 제자리걸음을 걸어보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주차되어 있는 차에 다녀오는 일도 생겼다.


처음 걷기 위해 마음먹었던 마음가짐과는 너무 동떨어진 활동이었다.
그러다 '숫자 채우기 위한 활동들이 정말로 나의 쉼을 위한 일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아무래도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것만 같아 불안한 마음이었다. 다시금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나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나는 잠시 워치의 목표 걸음수를 꺼두기로 했다.
다만 나의 체력증진 기록을 위해 운동량에 대한 기록은 남겨두었다.


핸드폰과 워치 위에 찍힌 숫자의 기록이나 목적 달성했다는 별 모양의 표시보다는, 걸으면서 느껴지는 풍경과 냄새와 감정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목표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시기가 있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사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도 결코 아니다. (나부터 어마 무시한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는 고지를 향해 뜀박질을 치며 땀 흘리는 것보다, 가볍게 산보하며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바라보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며 걷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으니 나는 뜀박질 차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달성에 대한, 목표에 대한 스트레스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왔다.


그렇게 비로소 쉼을 위한 걷기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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