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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n 16. 2022

5 day : 이 잡초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나

쉼을 위해 걷습니다

"길라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라는 유명한 로맨스 드라마의 명대사가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로 한가운데, 나는 미처 알지 못했던 주변의 아름다운 광경들을 마주했다.

그저 푸른 하늘과 초록 나무들이 아니라 조금 더 가까이서 봐야 알 수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 들이었다.



내가 걷는 산책로는 봄이 되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특히나 바람이 불면서 꽃잎이 떨어지는 아름다운 광경이 종종 펼쳐지곤 하는데, 사진을 찍기도 하고 거리를 걸으며 멍하니 바라본 적도 가끔 있었다.

그 이외에 계절에는 그저 어딘가를 가기 위한 통로로 사용되거나 그저 지나쳐 가는 곳이었을 뿐이었다.


내가 이름을 모르는 모든 들판의 풀들은 나에겐 '잡초'로 통일된다. 분명 저마다의 이름도 있을 것이고 향과 색이 조금씩은 다를 테지만 지식적으론 잘 모르는 영역이었기에 그렇게 내 머릿속으로 분류해놓은 것이다.

좋아하는 꽃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술술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좋아하는 풀이 있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형형색색의 포장되어 판매하는 꽃들이 훨씬 예쁘게 느껴졌었고 그게 아름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한 나무, 들꽃, 풀들을 마주하며 새로운 미적 세계가 열렸다.

이 순간을 '반전의 미학'이라고 일컫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오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눈에 담는 순간들이 즐거워졌다.




시작은 '꽃'이었다. 

초록색 풀들 사이에 노란 꽃이 예뻐서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 노란색을 밝혀주는 초록색 풀들을 유심히 보았다.
제각각의 방향과 크기로 자라 있지만 저마다의 특색 있게 피어나 자라고 있었다. 
이 글의 커버에 쓰인 사진 속 나무(?)도 있었다. 무슨 풀인지, 나무인지도 이름을 불러줄 수는 없지만 잘 내가 관심 없던 그 시기부터 잘 자라고 있었음에는 틀림없었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아주 빼어난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가다 힐끔 쳐다볼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극사실주의 자기 객관화의 결과다.

그러나 나 역시 누군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다 나의 능력과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받았고, 그렇게 스스로를 가꿔가며 살아왔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매일 걷는 이 산책로에서의 시간을 기대한다.

계절이 지남을 느끼며 보이는 풍경들 속 사소한 '반전의 미학'을 기대하는 마음이자 새로운 꽃과 풀들이 주는 아름다움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매일매일 속 사소한 관찰의 즐거움이 생긴 건 분명 삶의 여유가 늘어났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누군가가 나를 바라볼 때도 그런 생각이 들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더 성장하고 발전하고, 그렇게 아름다워질 나의 인생을 기대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아름다움을, 그 반전을 발견한 그 순간에 한 마디 들을 수 있기를.

"제제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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