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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n 23. 2022

7 day : 잡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쉼을 위해 걷습니다

'멍 때리기'가 정신건강에 좋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심지어 많은 시민들이 참가해 누가 가장 오래 멍 때리기 가능한가 겨루는 대회도 있었다.

그만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이고, 힐링과 비워내기가 중요해진 요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멍 때리기에 특화된 사람은 아니었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쉼 없이 여러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와 뒤죽박죽 될 때가 부지기수였다.

가끔 여러 일정이나 생각들이 정리되는 날이면 그날은 그야말로 '럭키!'였다.

그렇게 걷기 시작한 지 1주 정도 지났을 무렵, 집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침에 하늘이 맑아서 참 좋네'


예기치 못했던 내 생각이었다.


머릿속 신경세포들이 일을 하고 있는 한 내 생각은 멈출 리 없기에 수백, 수만  가지 생각들이 스치는 가운데

그저 하늘을 향한 나의 감상만이 내 마음에 존재하는 평온한 순간이었다. 


그리고선 하늘을 주시하며 걷기도 하고 땅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익숙하지 않았던 평화로움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 그저 감사했다.




넌 생각이 너무 많아. 걱정이 많아.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들로 평가받기 일쑤였던 과거가 문득 떠올랐다.

알고 보니 나는 단순히 생각하며 정리된 감정에 편안함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그동안은 잡생각들로 머리 아파하며 가끔은 두통약을 먹기도 했던 걸까?

답은 간단했다. 퍽퍽한 내 일상은 단백질이 꽉 찬 닭가슴살처럼 여유 없이 무언가로 꽉 차있었기 때문이다.


청소하려면 청소에 필요한 여러 도구들을 사서 청소를 하기보단,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는 게 먼저다.

그러나 나는 잡생각들을 치워낼 여러 도구들만 살 궁리에 빠져서
정작 쓸데없는 걱정들과 힘없는 추억, 혹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잡념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잡생각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여과기에 넣고 어떻게 분해할지, 어떤 생각과 활동의 재료로 쓰일지 생각하는 과정이다.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처럼 다가오는 잡생각들이
내게 양분이 되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면 마음먹고 버려보기로.


아무 생각하지 않는 '멍 때림'의 순간을 바라진 않는다.

그저 내게 밀려드는 생각들을 잘 여과시켜 건강하게 소화하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도 집 밖을 나와 느낀다.

'오늘 아침 하늘은 조금 흐리네, 그래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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