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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n 27. 2022

8 day : 낯선 나와 마주하다

쉼을 위해 걷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걷기 시작한 지 3주 차가 된 어느 날, 문득 몸무게가 궁금해졌다.

내면의 건강함과 내 정신적인 쉼을 위해 걷고 있던 나였지만 얼마나 몸이 건강해졌는가 판가름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사실 건강의 척도라는 것은 자기 자신이 느끼는 컨디션이 우선이지만,

혈액검사 결과나 활력징후, 혈당 등의 수치화된 결괏값이 유의미한 경우가 많으므로

당장 확인 가능한 결과를 보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올라섰다.



대략 2주 하고도 3일 정도 걸었을 때였을까? 저녁엔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쉬는 날엔 가끔 음주를 즐기기도 했고, 중간엔 직장 야유회에 참석하여 여유로이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떨리는 마음으로 체중계에 올라섰다.

나는 걷기 시작했을 때 보다 1.5kg가량 감량되어 있었다. 근육량은 늘고 체지방은 줄어있었다.

(괄목할 점은,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를 할 때는 단 한 번도 근육량이 늘어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과거에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며 1주일에 3kg을 감량해 보기도 하고, 한 달 동안 5~8kg씩 감량하며 매번 요요라는 고배를 마셨던 나였기에 그 당시 나였더라면 만족하지 못할 숫자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먹을 것들을 먹고, 누릴 것 들을 누리면서도 체중 감량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리고 나의 몸과 삶의 작은 변화들에 집중해보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걸으면서 얻은 점과 잃은 점들을 차근차근 적어보기로 했다.


- 얻은 점

1. 이른 기상, 이른 취침으로 인한 깊은 숙면

2. 근무 시간 내내 진료실 안에 있어서 보지 못했던 햇빛 + 광합성

3. 아침의 맑은 공기 + 상쾌한 기분

4. 1.5kg의 체중감량

5. 발뒤꿈치의 굳은살
6. 계단 올라갈 때 숨찬 느낌이 줄어듦 (체력 증가)
7. 기상 시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는 몸

8. 1일 1 쾌변


- 잃은 점

1. 늦잠 잘 위험
2. 잦은 샤워로 인한 바디워시 소비


간단히 정리해보아도 얻은 것들이 더 크게 보였다.


매일 1시간 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향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큰 일이라고 느껴질 만큼 시도하기 어려웠지만 어느새 나는 장점들에 매료되어 어려운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내고 있었다.



다음번 진료 때는 약을 조금 더 줄여보기로 마음먹기도 하고,

체력을 더 키우기 위해 더 빠르게 걸으며 걷는 구간을 늘려보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수십 년을 체력 저하와 우울감으로 고생했던 나로서는 낯선 내 모습이었다.


물론 앞으로도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나 힘든 일들로 인한 감정 변화들이 있을 테고,

지금처럼 매일 빼먹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날이 적어질 수 도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나의 변화와 낯선 모습에 감사하며 만족하기로 했다.
이 변화조차 없었다면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몰랐을 테니까 말이다.




가끔,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하거나 새로운 경험들을 할 때 나는 몰랐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낯선 나의 모습은 부정적일 때도 있지만 때론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어?'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네?'


나에 대한 내 이미지가 다시 설정되고, 나는 또 일상에서 더욱 자신감 있는 나로 살아간다.

단지 1.5kg 감량된 나 자신은 1.5kg의 마음의 자신감을 얻고 어쩐지 두둑해진 마음으로 다시 출근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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