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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l 07. 2022

11 day : 쉼을 위한 쉼

쉼을 위해 걷습니다

첫 한 달은 매일을 빠짐없이 걷기 위해 애썼다.

그 하루가 모여 차곡차곡 한 달이라는 시간이 되었고, 한 달을 넘어 두 달째가 넘어가자 조금씩 습관이 되어 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매일마다 출석 체크하듯 하고 싶지 않았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쉬려고 마음먹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걷다가 지칠 땐 잠시 쉬기도 하고 전날 근무가 힘들어서 발이 아픈 날에는 천천히 걷기도 했다.

컨디션이 좋으면 조금 더 걷기도 하고 더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기도 했다.


그저 내 마음이 편하고 내 몸이 건강해지는 길을 찾기 위해 길을 걸었다.




걷기가 숙제이자 부담이었던 나는 어느새 주변의 경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과거의 나는 늘 바빴고, 무언가에 쫓겼고,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이 고달팠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덜 노력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쉼 없이 달려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레이스가 지치기만 했다.

누군가는 레이스 코스의 난이도를 평가하기도 했고 성적표를 보고 비웃기도 했다.


점차 지쳐가는 나는 은퇴할 수도 없는 현역의 선수였다.

누군가의 기대를 받고 있는 만년 유망주였기 때문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쳐서 뒤떨어지게 되면 성적을 내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슬럼프 또한 고스란히 나의 몫일 것이 분명했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최선을 다 하다 보면 분명 기회가 한 번쯤은 찾아올까 싶지만

현재의 나도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며 더 이상 '이를 악무는' 노력들로 나를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노력과 최선을 강요당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이를 악물고 이뤄내지 않으면 마치 실패와 뒤처지는 사람으로 비치는 만연한 상황들.

불편함을 감수해야지만 얻어지는 보상들에 너무나 당연해졌고 그로 인해 더 피로해졌다.


그래서 나는 쉬기로 마음먹었고, 쉬면서 걷기로 한 것이다.

누구도 내게 목표와 성적을 강요하지 않았고
몸이 아프고 힘들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걸었다.

누구도 내게 성적표를 들이밀며 연설을 늘어놓지도, 평가하지도 않는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물론, 앞으로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할 때도 있을 테고 이 악무는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엔 나의 상황에 맞게, 그리고 내 마음가짐을 들여다보고 여러 가지 일들에 임할 것이다.


한 순간의 성공 여부를 따지는 도전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쉼을 겪어가며 나는 조금씩 평온해져가고 있다.



결국 나의 걷기는 쉼을 위한 것임을.


앞으로도 계속 걸어 나갈 이 길이 쉼을 위한 쉼이자 나를 돌보는 일임을.

그렇게 걷다 보면 나는 승부와 결승선을 위한 선수가 아닌 마라톤을 즐기는 마라토너가 되어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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