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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일 Feb 20. 2023

내가 수영일기를 빠트리지 않고 쓰는 이유

수영을 즐기자

뭐에 한번 빠지면

지나칠 정도로 미친 듯이 집중하는 필자를 보고

흔히들 주변에서

대충대충 하지 뭘 그리 극성이냐고 한다..

심지어는 

그걸 그리 열심히 한다고 먹을게 나오냐 돈이 나오냐고 한다..

대학교 시절 테니스에 미쳐있던 그때

제일 신뢰(?)하는 부친께 들었던 말이다..ㅎㅎ


어느 정도였냐고?

아침... 해뜨기 전 코트에 도착해서

해질 때까지 테니스를 친 기억...

그게 대학시절의 전부다..ㅋ


두 번째

나를 미치게 했던 운동은 스키...

스키에 빠진 이유는 좀 남달랐다..

겨울스포츠이자 설원을 가른다는 

그 통쾌함과 후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장비값이 아까워서 열심히 즐겼다는...ㅋ

스키는 계절운동이라서 딱 한철...

그것도 우리나라와 같은

눈이 부족하고 온도가 맞지 않는 환경에서는

즐길 시간이 많지가 않다..


기껏해야 12월 중순부터 3월 초순이니

말 그대로 딱 한철이다...ㅜㅜ

그런데 제대로 된 장비값은 엄청 비쌌다...

큰맘 먹고 봉급을 털어 구입을 하였으니

애지중지함은 당연하거니와

그냥 창고에 세워둔다는 것은 용서가 안되었다..

그래서

심한 달은 한 달에 약 45번 간 기억이 있다..ㅋㅋㅋ


테니스를 치려면..

스키를 타려면..

이가이버 만큼만 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으니

필자의 운동 습관을 두고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다..

엄지손을 추켜 세웠다는 뭐... 그렇다..


그리고 수영...

하필이면 수영은 내 평생 너무나 큰 딜레마였다..

물이 두려웠다...

어렸을 적 물에 빠져 죽을뻔한 일이 있었고

이것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그렇게도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는 내가

수영만큼은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였던 기억...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도전하리라고 입술을 깨물기를 수회...

그러는 사이 나이는 계속해서 들어가고..

해는 점점 저물어 가는데...

어쩐다?...ㅠㅠ


그러던 어느 날...

수영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8년 전의 일이었다...

강습을 끊었는데...

수영강사로부터 바로 듣게 된 엄청난 꾸지람...

"힘 좀 빼세요 제발!!"

이 소리는 항상 귓가에 맴돌고

나이는 20여 명의 강습생 중에 제일 많았는데

최연소자와의 차이가 무려 31년 차..ㅋㅋㅋ

(최연소자의 나이는 비공개 ㅋㅋㅋ)


이가이버가...

테니스도 스키도 

그 어떤 도전도 열정으로 불살랐던 내가

수영은 안 되는 건가?...ㅜㅜ

그렇지만 포기? 그딴 건 모른다...

지금부터 도전!!!....

외치고 난 후

슬로건을 내세운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다..


모르면?

알 때까지 물어본다


안 가르쳐 주면?

가르쳐 줄 때까지 매달린다..


수영은...

사실 독학으로선 쉽지 않은 여정이다...

레슨을 꼭 받으라는 소리가 아니라..

혼자서 하면

내 모습을 내가 볼 수가 없기에

교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이다..

누군가 봐주어야 한다는 얘기..

반드시 봐주어야 한다..

그래서 레슨이 필요할 수도....

(이 부분은 나중에 별도로 논하기로 하고...)


그리하여 세운 지침이

일기를 쓴다...이다

일기를 쓰는 가장 큰 목적은

그날 배운 걸 잊지 않고 다시 쓰면서

강사가 가르쳐준 것을 복습하기 위함이다..

(물론 나를 채근질하는 목적도 있지만..)


하루가 지나기 전엔

가르쳐준 게 다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같이 늦게 배운 이들에겐

보석과 같은 가르침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1년을 강습받으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다..


강습을 받으면서 한번

다시 쉬는 시간에 그날 배운 것을 또 한 번

그리고 저녁에 일기를 쓰면서 천정에 또 한 번

반복을 하고 나면

그것이 조금은 내 몸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렇게 시작하였던 나의 습관은

수영을 시작한 이래로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

수영을 한 날은

뭐 쓸게 없어도 만들어 썼다..


그것이

그 습관이

나로 하여금 오늘이 있게 만들고

습관으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어림잡아 약 500여 편 이상의 일기를 쓴듯하다..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 일 것 같지만

그렇다고 베끼지 않는 이상

똑같은 내용은 없다. ㅋㅋㅋ

지금도 가끔 

7년 전 수영장 첫날 기록했던 일기를 읽어본다..

감회가 어떨까?


수영장의 상황...

수영장의 풀 한 포기(?)

구석구석 모든 기억이 다 새록 새록해진다...


그게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이다..

수영을 더 사랑하게 된다.

물을 더 즐길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을 때의 아쉬움..

그거 다들 공감하지 않는가?


그 아쉬움과 그리움을

계속해서 붙들어 놓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수단..


나는

수영일기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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