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는 못합니다. 협상 말입니다. 우린 죄 없습니다. 임무를 수행하고 결과를 감수하겠습니다. 그러나 유죄를 인정하진 않겠습니다.
변호인
무죄를 고집하면 종신형을 받는단 말이야! 내 말대로 하면 반년 후엔 자유야! 동의해! 6개월은 금방이야! 눈 깜 빨 할 새라고!!
상 병
반년 뒤의 자유를 위해 제 자신과 해병의 명예를 실추시키진 않겠습니다!!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드리면,
후임 병사에게 가혹행위를 한 병사가 구속되었는데, 구속된 병사의 변호인이 검사와 협상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유죄를 인정하면 6개월 뒤에 풀려날 수 있다고 유죄를 인정하자고 설득을 하는데, 병사는 자신은 명령을 받아 임무를 수행한 것이며,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해병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므로 차라리 유죄 인정을 하지 않고 종신형을 살겠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위 내용은 ‘플리바게닝’이라고 하는 사전형량조정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관련 범죄에 관해 증언하는 경우 그 대가로 형량을 낮추거나 조정하는 협상제도입니다. 위 제도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을 왜곡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이 있으나 수사 및 재판의 진행을 원활히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입에 찬성하는 견해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제도화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수사 및 재판 중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범죄 혐의에 대해 자백하면 양형에 참작되어 보다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자백’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항상 그렇지는 않다.”라고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에 대해 생각을 할 때, 나쁜 마음을 먹은 범죄자가 명백한 범죄 의사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세상사가 모두 그렇듯이 정말 애매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한번 예를 들어볼까요?
사 례
A는 룸메이트인 B의 지갑에서 돈을 빼서 용돈으로 사용했는데, 이를 보고도 B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B가 어느 날 갑자기 A에 대해 도둑이라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였다.
이 경우에 A는 절도죄로 처벌될 수 있을까?
위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절도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절취하는 행위 즉 점유자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점유를 취득함으로 성립하는 범죄인바,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과 동거 중에 있었고 피고인이 돈 60,000원을 지갑에서 꺼내 가는 것을 피해자가 현장에서 이를 목격하고도 만류하지 아니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이를 허용하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소론이 지적하는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돈 60,000원을 절취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할 것이다. 원심이 이와 같은 취지에서 절도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 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1487 판결).
위 사건이 최종적으로 대법원까지 가서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최소한 해당 사건을 기소한 검사는 위 사건이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을 내린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대법관들은 위 사례가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한 것이죠.
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 전문가라고 하는 법조인조차 사실관계가 모두 드러난 상황에서도 해당 사실관계가 범죄에 해당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피의자가 법률 전문가도 아닌 상황에서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고 자백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