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2일 토요일 을사년 기묘월 경인일 음력 2월 23일
독백에서 비롯된 대화가 익숙하다. 온라인상의 소통에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의 대화 시작이다. 아마 누군가와 대화하기보다는 한두 마디 툭툭 던지던 트위터리안 시절의 흔적이리라. 나의 청소년기 대부분을 현실보다는 트위터에서 살았으니 내 삶의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면 DM으로 가지 않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타임라인에서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던 그 시절 그곳은 판타지 세계관의 여관 1층 같은 느낌이었다. 각자의 독백을 늘어놓다가 서로의 트윗에 반응해 말을 걸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말을 걸진 않아도 누군가의 트윗에 대한 주저리를 남기기도 하며, 그렇게 혼자와 함께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해 왔다.
나의 소셜 미디어 사용 방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트위터...였던 것이나 마스토돈 같은 데에서는 혼자 내 생각을 툭툭 던져 놓거나 최근에는 무언가를 올리기보다는 구경만 하고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꽤나 트위터처럼 쓰고 있다. 내가 스토리나 메모에 툭 던져 놓는 내용에 누군가 반응하고 답장을 보내면 그게 일반적인 대화의 시작이다. 혹은 다른 사람이 올린 것에 내가 답장을 보내면서 시작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현실을 살던 녀석들은 소셜 미디어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녀석에 비해 뭘 올리는 양 자체가 적은 것 같다. 언젠가 가볍게 리트윗 하거나 인용하던 트위터리안 시절의 흔적으로, 흥미로운 게시물을 스토리에 공유하며 한 마디 덧붙이고 있으니.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경우 보통은 친한 친구에게 "야 이거 봐라" 라는 느낌으로 DM으로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라고는 알고 있는데, 불특정 다수에게 툭툭 던지는 게 익숙하다 보니 플랫폼이야 어찌 되었건 나 편한 대로 행동한다.
새삼, DM 기능을 자주 이용하게 된 건 꽤나 최근 일이더라. 내 마지막 인터넷 친구 차락이랑 멀어진 게 2017년 초니까, 그 뒤로 몇 년 동안은 DM을 거의 하지 않았을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대화를 하더라도 주로 타임라인에서 답글 형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지, DM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차락이 초대해 준 커뮤니티에서 대화하던 게 트위터에서 DM으로 소통했던 대부분이었다. DM 알림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DM이 와도 알림이 잘 안 뜨던 때도 있었고... 청년이음센터 끝자락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몇 개월 사이에 주변 청년 분들도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간간이 DM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꽤나 자주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네 명 정도로 정해져 있지만. 자주 연락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서너 명 더 추가할 수 있겠다. 자주 연락하지 않는 사람은 시답잖은 릴스 같은 걸 던지거나 그냥 갑자기 궁금해진 것을 물어보며 대화가 시작되곤 하는데,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일수록 서로의 독백에 반응하여 대화가 시작되는 경향이 있더라.
내가 이벤트 참여용 계정을 만들고 거기에 지원사업 참여 기록도 남기기 시작한 게 2023년 가을이고, 청년이음센터에서 지원받아서 두어 달 해본 클라이밍에 맛들려 운동 기록 계정(결국 일상 기록 계정이 되어버렸지만?)을 만들었던 게 그로부터 3개월 정도 후의 일이었으니, 내 계정들도 그렇게까지 오래된 것들은 아니긴 하다. 트위터도 기존에 쓰던 계정을 해킹당해 폭파시킨 뒤 그 반동으로 한참 안 쓰다가 나중에 다시 만들면서 표면적인 사용 기간은 별로 길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사람들 중에는 오래 사용한 편이더라. 계정 자체는 얼마 안 되었어도 온라인에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서 그런가, 오래 쓴 것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그 새 1년이 넘어가기는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