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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아마도 그럭저럭?

13주 차, 웹 디자인 포트폴리오 및 생성형 AI

by 단휘

언제부터인가 급식실이 이전보다 한산한 느낌이다. 5월 들어서 물가 상승으로 인해 반찬이 하나 줄어든다고 하더니 급식의 부실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들 어딘가로 떠나갔나 보다. 우리 학과만 해도 점심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분명 급식 예산을 늘려줬다고 인건비 제외 순수 재료비만 인당 사천 원 조금 넘는 비용이 지원되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는데 그 예산이 다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저냥 먹고는 있는데 종종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김치 + 밑반찬 + 샐러드 같은 느낌으로 메인 반찬 없이 구성되어 있는 경우라던가.


교수님께서 출판사 취업에 관심 있는 거냐고 물어보셨다. ‘일단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세상을 너무 오래 등지고 살아서 애초에 아는 분야가 별로 없다고, 그나마 아는 게 출판 업계라 거기에 관심을 가질 뿐이라고 했더니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는 것에 대해 가벼운 농담으로 여기는 것 같다. 고립과 은둔이란 누군가에겐 와닿지 않는 영역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그럴 수 있지 싶으면서도 미묘한 기분이 든다. 그들에게 우리란... 뭘까. 다른 학생이 말을 걸면 그래도 그럭저럭 반응할 수 있는 것 같다. 컴퓨터그래픽기능사 실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야간반 학생이 말을 걸면 아직도 당황스럽지만.


목요일에는 실기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주간반 학생이 말을 걸었다. 강의실에서 남아서 작업을 하다가 야간반 수업 시간이 되어 나왔다는 모양이다. 그 시간쯤이면 퇴근 시간이라 지하철이 붐빌 테니 조금 더 시간을 때우다 가려는 것 같았다. 나보고 시간 재면서 하고 있는 거냐고 하길래 아니라고 괜찮다고 했다. 포트폴리오 작업 한 것 구경도 하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헤어지고 평소보다 꽤나 늦은 시간에 연습으로 마무리했다. 요즘은 그냥, 일과 공부에 밀려 사람을 잃는 것보다는 작업이 조금 지연되더라도 사람을 더 신경 쓰고 싶어졌다. 그 작업이 당장 급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인간의 소중함을 알아버린 걸까.


생성형 AI 수업은 잘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걸 여기까지 와서 듣고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대체로 적당히 흘려들으며 다른 걸 하고 있게 된다. 빨리 생성형 AI 파트 끝나고 포트폴리오나 만들고 싶다 싶기도 하고. 그러다 목요일이 되어서는 Photoshop으로 사진 보정 따라 하기 실습을 했다. 아직 잘 와닿지는 않아서 사진 보정은 충분히 연습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보정 전후에 명백한 차이가 있는데 어떤 원리인지, 이 절차가 무엇을 해주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다 보면 익숙해지려나 싶다가도, 역시 Photoshop으로 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웹 디자인 수업에서는 가상의 브랜드의 모바일 웹 페이지를 설계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로 사용할 수 있으니 신경 써서 만들라고 하신다. 기존에 있는 것을 따라 만들면 포트폴리오로서 의미가 없으니 레퍼런스로 삼되 그대로 하지 말라고. 가상의 브랜드가 아니라 실제로 있는 브랜드를 주제로 할 경우 리브랜딩이 되어 기존 웹사이트보다 잘 만들지 않으면 좋은 포트폴리오로 작용하기 쉽지 않다며 창작을 하라고도 강조하셨다. 나는 필기나 밑줄이 있는 책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중고서점을 주제로 정했다.


금요일에는 기술교육원에 가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는 밀린 강의를 들어야지. 수료까지는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았지만 슬슬 진도는 다 나가고 포트폴리오 제작을 앞두고 있으니 뭔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기능사 실기 시험도 이제 연습을 할 만한 날은 다 지나갔고 다음 주에 시험만 앞두고 있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나면 취업 준비를 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모든 게 막연하고 두려울 뿐이다. 요즘 들어 모든 게 다 허상처럼 느껴지고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디로 갈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쳐가는 걸까. 뭐라도 해봐야지 하며 기술교육원 접수를 했을 때랑은 많이 다른 느낌이다.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인 현상이면 좋겠는데 말이다. 학습일지 작성하는 것조차 밀려서 하루 늦게 업로드하니... 참 깽깽한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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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ma&FigJam을 통한 가상의 브랜드 모바일 웹사이트 디자인 및 Photoshop을 통한 사전 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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