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8.
임신이란 새로운 생명을 품는 경이로운 과정이지만, 그 여정이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임신 중반에 접어들면서 작은 이벤트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16주가 지나면 알게되는 아들인지 딸인지에 대한 성별에 관한 이벤트이다.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의 그 기쁨과 걱정 그리고 불안 여러 감정이 섞여 울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한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뱃속의 아이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성별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커졌다. 이 시점에서 성별에 대한 기대와 불안은 함께 얽혀, 고민거리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그저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아들일까, 딸일까? 궁금증만이 나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나는 과연 아들에게 더 잘 맞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요즘은 딸을 원하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 어느 날, 산부인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임산부가 "너가 아들씨 줘서 아들이잖아!"라며 신랑에게 나무라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나는 그런 말을 하는 산모에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면 감정적으로 교류를 덜 해도 좋다는 생각과, 딸이면 함께 예쁜 옷과 신발을 고르며 꾸며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가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임산부의 발언을 듣고 나니, 그동안의 생각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별에 대한 이런 단순한 기대가 과연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나는 왜 그런 말을 듣고 씁쓸함을 느꼈을까?
물론, 성별에 대한 기대는 부모로서의 마음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아들을 원하던 사람은 아들을, 딸을 원하던 사람은 딸을 바라는 마음이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기대가 산모를 괴롭힐 때도 있다. 나는 과연 아들에게 더 잘 맞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딸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나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임신 중반에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성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는데 그 날이 가까워질수록 기대와 긴장이 함께했다. 과연 어떤 성별일까? 그 순간이 다가올수록, 나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아들이면 좋겠다는 마음과, 딸이라면 좋겠다는 마음이 교차하며 나를 괴롭혔다. 아이의 성별이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했다.
과연 성별이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았다. 아이가 어떤 성별이든,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들일지 딸일지에 대한 고민이 나의 마음을 괴롭힐수록, 성별에 대한 고민이 정말 의미 있는 것인지 되돌아보았다.
사실, 아들과 딸을 바라보는 시각은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아들을 원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기대와 이해가 특정 방향으로 흐르고, 딸에 대한 바람은 또 다른 기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 기대가 과연 아이의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성별에 따라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들이 다르다는 사실은, 아이의 정체성과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 임산부의 발언은 나에게 성별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들이면 감정적으로 덜 교류할 것이라는 생각이나, 딸과 함께 꾸미고 놀 수 있다는 기대는 결국 그 아이에게 특정한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까?
그 만큼 어느 아이든 나는 성별 상관없이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러나 나 또한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와 강요, 그리고 우려 섞인 말들이 너무도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나와 신랑은 주변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우리는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그들은 모두 사랑받고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자꾸 주변의 우려 섞인 말들과 편견의 말을 듣고 나니, 특정 성별에 대한 기대가 아이에게 어떤 부담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아들을 낳아야 집안이 안정된다"는 식의 의견이나, "딸은 애교가 많아서 더 사랑스럽다"는 말들이 나를 괴롭혔다. 이러한 발언들은 아이의 성별에 따라 그 아이가 가져야 할 역할을 미리 정해놓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런 생각들이 아이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어떤 성별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기대를 받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면, 아이의 자아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아이가 자신의 개성을 찾고,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성별에 관계없이 아이가 자유롭게 자신의 꿈과 희망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썼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려 했다.
나는 그날의 경험을 통해, 성별에 대한 단순한 기대를 넘어 아이의 개성과 가능성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가 어떤 성별이든, 그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지지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