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새로운 생명을 품는 경이로운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들의 고통은 상상 이상의 어려움을 안겨준다. 특히 임신 중반에 접어들면서 내가 겪은 다양한 신체적 변화들은 적지 않은 당황감을 주었다. 20주에 접어들면서 나의 몸이 너무나도 빠르고 끔찍하게 변해가고 있었고, 내가 생각했던 임신의 아름다움과 엄마가 된다는 환상은 불과 4-5개월만에 180도 다른 현실을 보여 주었다.
임신 초기에는 주로 입덧과 피로감이 나를 괴롭혔다. 특히, 잠이 너무 많이 쏟아져서 일상적인 업무를 보지 못 할 정도로 힘들었다. 하루 종일 머리가 무겁고, 몸이 나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의 기대와 압박감도 더해져 걱정이 많았다. 과연 이 상태로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늘 따라다녔다.
그러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피로감과 입덧은 많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안도의 기쁨이 밀려왔고, 드디어 임신의 다른 면모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신체적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새로운 문제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임신을 하지 전에는 그저 배만 볼록 나오고 조금 숨이 차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때는 임신이라는 과정이 주는 신체적 변화가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을 줄은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임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름다운 순간과 사랑스러운 경험들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도 그 환상에 젖어, 임신이란 단순히 배가 불러오는 과정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임신을 경험하면서, 그 기대와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배가 불러오는 것 외에도 신체는 여러 방향으로 변화했고, 그로 인해 느끼는 불편함과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처음 시작은 가슴통증으로 온 몸의 변화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 였는데 하루종을 너무나도 가슴이 뜨겁고 점점 가슴이 커지면서 불덩이가 있는 느낌이 들어 잠을 자지 못 할 정도였다. 마치 하루종일 누군가 가슴을 아주 힘차게 때리는 듯한 열감이 느껴졌다. 이 통증은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고, 잠자는 것도 힘들어졌다. 불편한 자세로 자다 보면 가슴의 통증이 더욱 심해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또한 튼살은 내 몸의 변화 중 가장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배가 불러오면서 피부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생긴 튼살은 가려움증과 함께 나에게 고통을 안겼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시중에 판매하고 있는 튼살크림, 보습크림을 잔뜩 바르며 관리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많은 돈을 투자해 가슴, 배, 허벅지, 팔뚝 모든 부위에 매일 마사지를 해주며 다양하게 관리를 했지만 의미가 없는 일이 였다. 거울을 보며 튼살이 생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우울한 경험이었다. 마치 큰 풍선에 바람이 빠지는 듯한 쭈굴 거리는 나의 몸을 상상하며 변해가는 모습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졌고 너무도 큰 고민거리 였다.
거기다 주근깨로 인해 피부도 엉망이 되어가고 칙칙해져 갔으며, 특히 살이 말도 안되게 찌고 있어 코가 살에 파묻혀 여지껏 보지 못한 나의 외모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우울해 했다. 이러한 변화는 나에게 ‘최고로 못난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신랑에게서도 나는 '여자' 로서 끝났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거울 앞에 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4-5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내 모습은 정말 끔찍했고 나 자신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에 우울감이 상당했다.
임신과 여성성의 역설
이렇게 우울하게 지내던 어느날, TV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73회 '임신의 역설'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임신은 여성의 최고의 여성성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이 감소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가진다고 한다. 오은영 박사님은 모유를 먹이는 엄마는 숭고함을 가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아름다움의 기준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 하면서 이러한 형상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임신의 경험은 많은 여성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복잡한 감정을 야기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임신이 행복을 주지만 동시에 잃는 것이 있다. 물론, 내가 겪은 임신은 큰 행복을 주지 못 하며 시작했고, 버텨가며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 중 이였지만 결국 똑같이 임신으로 인해 잃는 것이 있다. 외모의 변화와 함께 지금 위치의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운 감정을 불러일으켜 그 복잡한 감정들은 더욱 폭풍우 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오은영 박사님은 특히 첫 아이에 대한 경험은 그 누구에게나 처음인 만큼, 아이를 가지는 과정에서 엄마가 겪는 감정의 복합성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는데 나 또한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느끼는 낯섦음이 나의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외모가 변화함에 따라,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은 임신이라는 여정이 단순히 신체적 변화에 그치지 않음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나와 동일하지 않으며,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고,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임신은 나에게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나와의 이별을 요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름다움과 여성성,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나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힘을 기르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모든 경험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나는 앞으로의 여정을 담담히 받아들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