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가 수레에 도전하다 (8)

한명회가 역모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성종은 숨이 멎는 듯했다

by 두류산

8장


1476년 성종 7년 2월 23일, 임사홍은 유자광이 올린 상소를 살펴보고 기겁을 했다. 유자광은 노골적으로 한명회가 반역의 위험이 있음을 임금에게 아뢰고, 이어서 한명회를 지금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후손까지 엄벌해야 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3대째 공신이며 두 임금의 장인으로 엄청난 권세를 틀어쥐고 있는 한명회를 지금까지 이토록 심하게 공격한 사람은 없었다. 임사홍은 숨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는 실로 무모한 자이다!”


임사홍은 유자광의 상소를 임금에게 올리며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유자광이 이번 상소에 지나친 말을 많이 한듯합니다.”

성종은 유자광의 상소를 펼쳐 읽다가 숨이 멎는 듯했다.

‘한명회가 역모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한명회가 얼마 전에 겸임 병조판서를 사직한 것이 떠올랐다. 임금은 본능적으로 병권을 가지고 군사들을 움직이는 자들이 누구인지 빠르게 생각해 보았다. 병조판서와 도총관들, 그리고 임금과 궁궐을 호위하는 겸사복장들의 얼굴을 차례로 떠올렸다.


성종은 저절로 탄식이 새어 나왔다.

“글을 이토록 날것 그대로 쓰는 자가 또 있을까?”

성종은 상소를 계속 읽었다.

“전하께서 여러 조정에 걸친 그의 공로와 왕후의 아버지였음을 민망히 여겨서 차마 법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한명회를 먼 지방에 귀양을 보내소서. 그렇게 하면 한명회의 목숨이 보전되어, 전하의 은혜는 하늘과 땅처럼 커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한명회에게 양기와 곽광과 같은 화(禍)가 없을 것이고, 전하도 화의 원인을 점차로 키웠다는 후회가 없을 것입니다. 삼가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신(臣)이 미천하다고 하여 이 말을 소홀히 여기지 마소서.”


성종은 상소를 다 읽고 상념에 잠겼다.

고개를 들어보니 승지 임사홍이 상소의 답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금은 애써 얼굴을 편안하게 했다.

"유자광은 긴요하지 않은 말을 많이도 했구나.”

임사홍은 임금의 생각을 더듬었다. 임사홍은 ‘불가하다’는 짧게 쓴 답을 임금에게 받아 들고 아무 말도 아뢰지 못하고 어전에서 물러나왔다. 임금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한명회를 변호할 수도 유자광을 지지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자광의 상소는 조정을 들썩이게 하였다. 사헌부 관리들은 유자광의 상소를 구해서 읽어보고 머리털이 곤두섰다.

“상당군이 노산군을 주상과 견주어 말했다는 것이 사실이란 말입니까?”

“상당군이 무슨 마음을 먹고, 전하를 노산군에 견주었단 말입니까?”

사헌부의 젊은 대간들은 한명회의 발언에 격분하였고, 사헌부 전체가 유자광 한 사람보다도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더구나 유자광이 대간들이 한명회의 처벌에 대해 힘을 다하여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까지 하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사헌부의 대간들은 한명회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대비의 마음을 돌리려고 죽은 노산군에 빗대어 구실을 삼는 것은 차마 입에 내지도 귀로 듣지도 못할 말입니다. 이것은 도저히 가벼운 실언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사헌부는 멈추었던 한명회 탄핵을 다시 시작하였다.

“한명회가 감히 노산군을 전하께 견주어서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신들은 유자광의 상소를 보고서야 비로소 이러한 말이 있었는지 알았는데, 노여움에 머리털이 곤두서고 통분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한명회는 탄핵을 당하면 마땅히 대문을 닫아걸고 허물을 반성해야 할 터인데, 무슨 마음으로 손님을 접대하며 술을 마시고, 태연자약하게 담소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또 한명회는, 마땅히 이조의 낭청이 집사를 함부로 차지하여 상(賞)을 바라는 것을 바로 지적해서 아뢰어야 할 터인데, 집사가 부족하여 부득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정말 백관들이 많지만 한두 명의 집사를 임명할만한 자가 없다고 생각하였겠습니까? 하늘을 속이고 임금을 속인 죄는 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승지 현석규가 사헌부의 연명 상소를 받쳐 들고 입시하였다. 임금은 상소를 받아 펼쳐보았다.

“신들은 유자광의 이른바 지록위마라고 한 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자광의 말은 유자광의 혼자 말이 아니라, 곧 조정의 공론(公論)입니다. 전하께서 비록 한명회를 아끼신다고 하더라도 공론은 어길 수가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한명회의 죄를 다스리도록 명하여 신민(臣民)들의 분노를 풀어주소서."


성종은 사헌부가 올린 상소를 읽고 현석규에게 물었다.

“대간들이 유자광의 상소를 쫓아 상당군을 공격하는 것인가?”

“무령군이 대간들을 크게 자극하였습니다. 대간들 전부가 언관도 아닌 한 명의 유자광보다 못하다는 비난에 마음을 상했을 것입니다.”


성종은 권세가의 눈치나 유불리(有不利)를 따지지 않고 거침없이 말한 유자광의 상소가 떠올랐다. 현석규는 생각에 잠긴 임금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망설이지 않고 아뢰었다.

“하지만, 상당군의 죄를 묻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되면 친정체제에 막 들어선 전하에 대해 모든 훈구대신들이 경계심을 가질 것입니다.”

성종은 현석규에게 사헌부의 상소를 내려주며 말했다.

“훈구대신들을 대체할 세력이 없으니, 얻는 것도 없이 정국만 불안해진다는 말이렷다.”


한명회는 유자광이 올린 상소를 구해 읽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나라 일을 말하는 대간도 아닌 자가 천하의 한명회에게 두 번이나 상소를 올려 공격을 한다? 무례하고 주제넘은 이 자를 어이할꼬?”

한명회는 상소의 한 대목을 읽다가 몸이 움찔했다. 유자광에 대해 살의(殺意)까지 느꼈다.

‘내가 역모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이놈이 젊은 임금에게 겁을 주기까지 하다니......’

한명회는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조선의 두 임금을 내손으로 즉위시켰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망상은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반역을 한다고?’

한명회는 눈을 감고, 격동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생각했다.

‘역모를 엿보는 간흉은 언제나 먼저 나를 치려고 했다. 성삼문과 이시애, 그리고 남이도 역적 계획을 꾸밀 적에 먼저 나를 제거하려고 하였다. 지금 유자광은 두 번이나 상소를 올려 나의 죄를 얽어서 만들어 내니, 그 뜻이 무엇인가? 이자야 말로 실로 위험한 자가 아닌가?’


한명회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설사 그렇지 않을지라도 오히려 유자광을 역모를 할 수 있는 위험한 자로 몰아붙여야 한다.’

한명회는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유자광이 올린 상소를 마저 읽었다. 드디어 유자광을 되받아 공격할 빌미를 찾아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놈이 지나친 말로 나를 공격하면서 주상전하를 감히 진(秦) 나라의 우둔한 이세 황제에 견주었으니, 이러한 망발은 목을 내놓아야 해결될 일이다.’





(일러스트 출처)

https://www.segye.com/newsView/201509020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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