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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ug 13. 2023

방에 있다(4)

삼행시 콜라주

[목차: 방에 있다]

1

2

3

4

5


[소개글]
- 개인적으로는 삼행시 콜라주라고 부릅니다. (생략)
- 번호글을 읽으면서 아래 배치된 삼행시의 어떤 표현이 적용되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 (생략)

- 작중 화자는 연락이 끊긴 친구(혹은 후배)의 부고를 듣고 그곳을 다녀온 길이었다. 병원은 멀었다. 멀었음에도 가야 했다. 기다렸던 소식이 오지 않고, 오지 않아 소원했는데, 이런 식으로 소식을 들어야 한다는 게 당혹스러웠다. 아직은 젊어서 많은 이가 기억할 수 없을 사람이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사람이 그녀를 그리워해주기를 바랐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물어볼 수가 없다. 힘겹게 도시의 생활을 버티며 무슨 고민을 하였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사연은 숨어 들고, 슬픔만이 남았다. 





[4]

친구의 고향은 도시가 아니었다. 시외터미널에서도 그녀가 사는 리까지 들어가려면 한 시간에 한 번 있는 버스 시간을 잘 맞추어야 했다. 자가용을 몰고 가지 않으면, 의외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반송된 편지로만 남았던 그녀에 관한 소식이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런 소식으로 완결되는 게 좋을 순 없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꽃상여였다. 꽃잎 뿌린 고운 길목에서 엄숙한 슬픔과 울음으로 배웅하는 장면이었다. 아니다. 그건 사실 착각이었다. 어떤 드라마 속 오래된 풍습에 관한 것이었다. 그녀는 사실 읍내의 작은 병원의 빈소에서 출발하여서는 평범한 관에 실려서는 화장장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기억이란 때때로 눈물에 가려져 혼동되기도 한다. 어쩌면 혼동하지 않았으면서도 윤색되거나 포장되었다. 매일 도시의 작은 방 한 칸에서 월세로 버티던 평범한 20대 여성에 관하여 기억할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그런 실수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더 많은 사람이 그녀를 그리워해주길 바랐다. 

그 간절한 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지만, 그런 안타까움이 희석되는 게 미안하던 때가 있었다. 모든 순간을 끊임없이 복기하며, 혹시나 그때 내가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부질없는 진단을 하곤 했다. 너무도 궁금해서 그녀가 옆에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때는 그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와선 질문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행여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사연 소개 코너에서라면 그녀를 대신해서 답변해줄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본 적은 있었다. 물론 그런 생각도 곧 멈추었다. 사연과 연관된 노래를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빛보다 더 빨리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지만, 부서지는 빛에 눈이 부셔 눈을 감았다.           



♬ 반송된 편지

 반- 송된 편지엔

 지- 문이 보이지 않았다.

 는- 물 자국도 없었다.


 반- 박하듯

 짝- 은 흔적 쪼가리라도 찾아보려 하지만

 거- 부된

 리- 야기는 편지지에 그대로

 고- 여 있었다.      


    

♬ 꽃상여 나가는 꽃길 따라 낙엽 가득하고

 꽃- 상여가 나온다. 단아한 상여를 맨 사람들의 엄숙하고도 슬픈 표정에, 어쩐지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 마음을     

 시- 샘하듯 바람 불어 님 가시는 길에 꽃 떨어져 꽃길 되고

 계- 절이 붉게 바뀌어 있었다.

 와- 들와들 떠는 것인가. 나무는 끝내 꼿꼿하였지만, 어찌하여 잎을 떨어뜨리는 것인지    

 

 손- 수 하고 싶은 인사를 다하지 못하고는 말하지 못하는 입 대신 잎을 떨어뜨려 주는 것인지

 편- 찮은 마음이 진심일지 알 길이 없지마는

 지- 난한 꿈길을 지키던 나무의 시간을 오래도록 지켜봐왔던 터라       


   

♬ 눈병에 걸리면 눈병 걸린 상태를 생각한다

 눈- 이 오는 날

 병- 치레를 했다.

 에- 를 먹일 건 뭐람.


 걸- 상에 힘없이 앉아 스프라도 끓여먹으려 한다. 방 안

 리- 불을 보니, 한 마리 짐승이 오래도록 웅크렸던 것처럼 둥그런 자리가 남아 있고

 면- 상이 말이 아닌 채로 거울 앞에 앉은 나를 바라본다.     


 눈- 물도 마른 채로

 병- 명에 대해 곱씹는다.


 걸- 죽한 스프는 입에 맞지 않았다.

 린- 간적으로     


 상- 주도 없이 죽기는 싫다며

 태- 어나서 지금까지

 를- 변함없이 갈망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 각했다.

 각- 자도생했다. 누구 하나 챙겨줄 여력이 없을 즈음부터,

 한- 가롭게 이상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변명했다.

 다- 들 그렇게 사는 거라며.          



♬ 삼순이는 세상을 짝사랑했다

 삼- 순이는

 월- 세를 고민했다.

 엔- 꼬난 통장을 살피며


 투- 자를 했던 건지 투기를 했던 건지 생각한다.

 표- 리부동한 세상이라며 울분으로 항의하였지만,

 를- 그러한 세상의 법칙에서 승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하- 염없이

 겠- 아웃 당하면서도

 어- 깃장을 놓으며

 요- 령껏 버텼다. 세상을 짝사랑하였어도,    


      

♬ 봄은 울고 봄은 태어나고

 봄- 은 다시 올까요?

 은- 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울- 리던 종소리

 고- 단한 오후의     


 봄- 볕은

 은- 밀한 꿈을


 태- 우고

 어- 저께 잠결에 들었던

 나- 른한 그리움을

 고- 민한다.           



♬ 빛보다 더 빨리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빛- 보다 빠른

 이- 상적인 물질이    

 

 있- 다면

 으- 주의 비밀을 아는

 라- 디오의 목소리를


 하- 릴없이 먼 곳의

 시- 온성으로

 니- 느웨의 슬픈 이야기와 함께 보낼 겁니다.


 빛- 은 오래 전에 죽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므로, 그 별의 이야기가 이미 죽었더라도

 이- 상을 향한 과거의 이야기는 우주로 날아갈 것입니다. 빛보다 빠르게. 조금 더 당신에게 빨리 가닿고자 하는 초조함과 설렘으로,     


 있- 었던 이야기를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습니다.

 었- 쩌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목소리로

 다- 말해주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꿈은 하나님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당신을 생각하면서.”





- 현대인의성경, <창세기1장3절> 문구 세로글 변용: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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