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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원이 Aug 30. 2023

파이오니아의 여명, 티핑포인트 전반기까지

산문

[목차: AI와 독자]

◑ Part 1. AI와 창작

♬ 거장 AI, 너의 이름 파이오니아 

♬ AI 발달의 다섯 시기와 일곱 단계

♬ 파이오니아의 여명, 티핑포인트 전반기까지

♬ 인간 문명에 AI가 존재감 있게 등장한 순간

♬ 파이오니아의 출현

♬ 파이오니아의 후폭풍, 저작권 저인망

♬ 파이오니아 저작권 저인망 시대는 오발탄일까

♬ 파이오니아와 인간 예술가

◑ Part 2. 작자에서 독자로

(생략)

◑ 에필로그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몽상적 산문입니다. (생략, 더보기)
- 이미지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소설 구상에 관하여 인터뷰하면서 작중 소설가 지망생 희원이는 자신이 생각하던 세계관을 풀어낸다. 파이오니아의 등장으로 모두가 예견했지만 원하지 않았던 시점을 언급했는데, 바로 그 전 단계까지 어떤 시기와 감정적 수용 단계를 거치는지를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한다. 사실 소설에서 파이오니아가 중요할지는 모르겠으나, 배경의 구축 과정에서 파이오니아는 그저 기점으로만 기능한다. 






♬ 파이오니아의 여명, 티핑포인트 전반기까지


파이오니아가 등장하는 티핑포인트 후반기 이전을 조금 더 설명해보자면, 맹아기 이후 유의미하게 AI에 관심을 지닌 시기가 알파고의 시기라고 했죠. 개인적으로 분류한 대중 정서 반응 7단계 중 1, 2단계를 넘어 벌써 3단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무관심과 조롱 멸시의 단계가 혼재된 채 과장된 두려움을 구체화한다는 의미죠. 


“나는 공포를 주는 사나이. 어디를 보는지 아무도 모르지.”






1, 2단계는 시기적으로 보면 주로 AI 시대의 맹아기 때가 적절하고요.

특히 1단계에는 무관심의 단계죠. 그냥 애써 무시한다기보다 사실상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있구나 하는 정도죠. ‘앞으로 AI가 뜬다네’라고 하면 ‘음, 그렇군’이라고 대꾸하고 딱히 할 말이 없는 거죠.


70년대에 한국에선 SF를 보면서 공상과학영화라고 했다죠? 이루어지지 않을 헛된 공상이란 어감이랄까요? 너무 먼 얘기 같았겠죠. 1984년에 이루어질 것으로 여겼던 빅 브라더 시절이 CCTV와 AI가 맞물려서 근미래의 감시 기술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당시엔 비밀 경찰의 감시 역량을 극대화하여 상상한 면이 강했을 거예요. 도청 장치도 있고 그랬으니까, 상상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겠죠.






여전히 공산주의의 비밀 경찰이 있었고, 냉전의 냉혹한 첩보전이 있었으니까요. 흥미를 줄 순 있어도 곧 잊고 말 정도의 수준, 그게 AI였겠죠. 

사는 게 바쁘고 AI는 흥미 이상의 기술은 아니라고 인지했을 테죠. 


“고문으로 악명 높은 남산을 기억하죠. 감시에 한계가 있을 때는 그냥 불법 연행을 했죠.”






2단계는 경시의 단계로 보았어요. 너무도 형편이 없고,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대상을 볼 때 자연스럽게 귀여워하거나 멸시하거나 뭐 그러잖아요. 놀이로서도 그리 대단치 않아서 장기나 바둑을 둘 때 몇 번 익숙해지고 나면 곧 격파할 수 있을 컴퓨터 수준 같았죠. 먼 나라에서 90년대였나,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카로프를 IBM AI ‘딥 블루’가 이겼을 때만 해도, 좀 신기하고 놀랍기도 했지만, 곧 그러다 말았죠.


"와, 장난 아니네. 그런데 오늘 저녁엔 뭘 먹지?"






먼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하고, 여전히 체스 정도를 이긴 것으로는 바둑 같이 복잡한 게임에서는 한참이나 걸릴 것이라며, 아직은 모호한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여겼어요. AI의 기술을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낮잡아본 것이죠. 


[AI 예술 창작 회의론자였던, 젊은 시절 케이]
“AI가 꽃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AI가 많은 분야를 장악했더라도 인간의 감정까지 정복하려면 멀었죠. 어쩌면 영영 힘들지도 몰라요. 우리 아름다운 꿈만 꾸어요.”






사실 이러한 순간은 알파고와 대국을 앞둔 이세돌의 여유로운 태도에도 묻어나오죠.

이때만 해도 AI가 우리에게 그다지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않고, 전문가들끼리만 뜨거운 화제가 되었죠. 그래서 아직 AI 시대는 아니지만, 무서운 위력이 드러나기 직전이라는 점에서 맹아기로 표현해보았어요. 


[바둑 팬]
“이게 대체 뭐여? 내가 못 볼 것을 봤어. 이세돌이 기계에 지다니. 살다 보니 별꼴이야.”






그리고 드디어 알파고에게 최고 수준의 바둑 기사가 패하던 날, 소문만 무성했던 두려움의 여명을 느끼고 말죠. 금방 AI의 아침이 올 것 같았죠. 그래서 이 시기를 알파고의 시기로 표현해보았어요. 약인공지능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대중이 알아챈 거죠. 방금 언급했듯 대중의 정서적 반응으로는 주로 3단계에 해당되고요. 두려움의 단계죠.


이때는 AI의 파괴적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 말고도, 편향성, 차별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이건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니죠. AI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서 나온 두려움이었어요.






대중은 AI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지우려 하죠. 인간 냄새가 없다거나 실제론 그런 디스토피아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상황을 외면하죠. 그러면서도 각종 경우를 생각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파악하려 해요. 때로는 AI를 악마화해서 적대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게 정당하다고 역설하죠. 

알파고의 시기가 지나면, 드디어 AI의 잠재력이 수면으로 드러나 활화산처럼 폭발하겠죠. 티핑포인트의 시기라고 해봤어요. 


“너무 많은 생각이 들지만, 아무 생각도 안 하기로 한다.”






티핑포인트의 시기에는 드디어 우리가 염려했거나, 기대했던 일이 굉장히 폭발적으로 펼쳐지죠. 수면 아래에 잠자던 모든 가능성이 수면 위로 드러날 텐데, 그것이 디스토피아라면 구체적인 문제로 드러나겠죠.  

반대로 좋은 점이 드러나면서 시대의 전환이 시작되었다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는 초기 수용자부터 옛 가치를 붙드는 보수적 관계자까지 다양한 사람이 존재할 거예요. 


“이제 어쩌지? 정말 일어났어, 그 일이!”






대중은 정서적으로 이 상황을 수용하고자 하는 단계로 나아가겠지만, 그 전 단계로 정서적인 거부감이 무조건적으로 들 수도 있어요. 4단계죠. 

어떤 동물 캐릭터나 비인간 캐릭터가 지나치게 실제 사람과 비슷하면 이상한 거부감이 인다고 하죠? 그 적정 수준이라는 게 있는데, 실제로 인간이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 현실화된다면, 일단 거부부터 하겠죠.


“와우, 싫어!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진 안 돼! 벌써 흙 들어왔나?”






해당 분야 관계자가 아니거나 그 분야에 애정도 없고 미움도 없다면,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 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종사자나 애호가라면 그러기 쉽지 않죠. 정서적 유대감 같은 게 있을 테니,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죠. 결국 단순한 두려움에서 더 나아가 감정적 거부 단계로 이어지지만,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찬찬히 수용해야 하겠죠. 꼭 이럴 때 최후까지,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고요. 


예술 분야에서라면 AI가 압도적인 작품을 양산하는 상황에도, 인간 예술가들이 더 주목받을 수 있어요. 어째서 인간이 예술을 해야 하는지 그 의의를 역설하겠죠. 과거 인간의 승리를 낙관하던 사람들도 숙연한 마음으로, 노을의 문지기들을 바라보며 눈물의 응원을 하겠죠. 시대가 변하는 것에 대해 아직 마음의 준비를 못한 채로요. 

4단계는 무조건적인 감정적 거부 단계라고 이름 붙여 봤어요. 






그러다 무조건적인 감정적 거부 단계에서 결국 수용의 단계로 흘러가는데, 5단계로 보았죠. 이때에 이르면 대중이 너무나 압도적인 AI의 성과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상황을 맞아요. 한술 더 떠, 처음부터 이 상황을 옹호했던 것처럼 기억을 조작하는 부류도 생기기 마련이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살다 보면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할 때가 있죠. 그러면 정말 기억이 조작되기도 하죠.”






모든 실험과 변화에 대해 저항하던 사람 중에도 새로운 가치가 유입되고 나면 급변하는 경우가 있죠. 새로운 가치를 적극적으로 내면화하면서 그것을 옹호하고, 심한 경우 그것의 새로운 사도가 되어 다른 가치를 억압하는 행동가로 변신하죠. 

성경에선 바울이라는 사도가 처음에는 유대교의 열혈 사도였다가 개종하고 난 뒤에는 대표적인 기독교도가 되어 유대교도에게 전도하고 다닌 것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어떤 경우는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어떤 경우는 친일파처럼 배덕하게 그려지죠. 또 사람이 살다 보면 새로운 변화를 수용해야 하기에 중립적으로 그려지기도 하죠. 

티핑포인트의 시기에서 특이점 시기까지 주로 5단계의 특성이 발현된다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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